인터넷 개인 방송, 지상파까지 넘본다

모바일 기기 대중화 바람 타고 급부상

인터넷입력 :2015/07/24 15:48    수정: 2015/07/24 17:19

비주류 영역에 있던 인터넷 개인방송이 급부상하고 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BJ', ‘먹방’, ‘마리텔’ 등이 친숙한 단어로 자리잡으면서 새로운 문화적인 아이콘으로까지 평가되고 있다.

모바일 기기의 대중화와 함께 진행자와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교류할 수 있는 개인방송이 높은 인기를 끌면서 기성 방송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것.

BJ는 ‘Broadcasting Jockey’의 약자로 개인 방송 진행자를 뜻하며, 먹방은 음식 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방송이다. 마리텔은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의 줄임말이다.

24일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기존 방송사나 기획사들이 하던 역할을 인터넷 및 미디어 기업들이 MCN(Multi Channel Network)이란 이름으로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아프리카TV, 다이아TV, 트레져헌터, 판도라TV 등이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검색 포털 사업자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도 MCN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아프리카TV

■MCN 사업 특징과 개인방송 매력

MCN 사업의 특징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인터넷 방송의 특성에 맞춰 기획, 제작, 섭외, 유통, 매니지먼트 등 방송 전분야에 걸친 영역의 업무를 한다는 점이다. 스타트업과 같은 적은 인력과 소규모 자본으로도 몇 백만 시청자들과 팬들을 확보할 수 있는 방송을 제작할 수 있으며, 이를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으로 전세계에 뿌릴 수도 있다.

대부분의 방송은 간단한 틀만 정한 뒤 극본도 대본도 없는 상태로 진행되며, 오로지 방송 진행자의 말솜씨와 끼에 의존한다. 여기에 시청자들의 실시간 참여가 더해져 전혀 예상치 못한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일부 인기 BJ는 여느 연예인 못지않은 수입과 인기를 누린다. 대도서관, 양띵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기존 방송사들은 대규모 인력과 장비, 공간을 갖추고 이 같은 업무를 조직화하고 체계화 시킨 것이 강점이다. 특히 다양한 외주사들과 협력해 막대한 예산을 책정하고 완성된 방송을 만들어 위에서 아래로 뿌리는 방식으로 송출하고 있다. 시청자 참여는 방송이 모두 끝나고 난 뒤 이뤄지기 때문에 방송사들의 피드백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다이아TV

개인방송의 가장 큰 매력이자 성장 동력은 바로 방송 진행자와 시청자들의 실시간 교류에 있다. 시청자가 때로는 진행자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며, 방송 진행자의 행동이나 말에 제동을 걸기도 한다. 이 부분에 많은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더욱 열성적으로 참여한다.

인기 BJ인 ‘대도서관’은 얼마 전 구글코리아에서 진행된 유튜브 기자회견에서 개인방송과 기성방송의 차이를 ‘김구라’와 ‘백종원’에 잘 빗대어 설명한 바 있다. 김구라가 본인 혹은 게스트와 함께 준비한 자신의 콘텐츠를 보여주는 식이라면, 백종원은 방송 내내 시청자들과 얘기하면서 요리를 한다는 것이다. 실시간 교류가 핵심인 개인방송의 묘미를 백종원이 김구라보다 더 잘 살렸다는 평가였다.

■판 커지는 MCN 시장

인기 BJ의 탄생, 먹방과 쿡방의 인기, 마리텔과 같은 지상파 방송 시장에까지 개인방송 포맷이 침투하면서 MCN 사업은 단기간에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인 아프리카TV, 판도라TV가 각각 연예기획사 미스틱엔터테인먼트, 모델 및 배우 전문 기획사 클라이믹스와 손잡은 경우가 열기를 대변한다. 아프리카TV는 윤종신이 전문 프로듀서로 있는 미스틱엔터와 함께 유망한 BJ를 발굴 및 육성하고, 온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다양한 방송을 제작하기로 했다.

서수길 아프리카TV 대표(왼쪽),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윤종신 PD.

CJ E&M 출신의 아프리카TV 신병휘 본부장은 “MCN 시장을 살펴보면 기존 사업자들이 아프리카TV 출신 BJ들을 영입하고 기존 포맷이나 소스를 따라해 제작한 영상을 유튜브에 유통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면서 “아프리카TV는 미스틱과의 제휴로 좀 더 재능 있는 BJ들을 찾아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다른 영역으로 확대하는 차별성을 지녔다”고 말했다.

네이버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라이브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 ‘브이’(V)를 내달 1일 선보인다. 이를 위해 YG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와 손을 잡고 23개 이상의 팀과 콘텐츠 제작에 들어갔다. 다음카카오는 마리텔 하이라이트 영상을 ‘카카오TV’로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미디어 기업인 CJ E&M은 MCN 사업을 위해 ‘다이아TV'를 개국하고 전문 BJ들을 영입했다. 대도서관, 씬님 등이 이곳에 소속돼 있다. 또한 CJ E&M 출신들이 최근 설립한 트레져헌터는 양띵, 악어, 김이브 등 인기 BJ를 영입하며 MCN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외에도 쿠그룹(구 GE엔터테인먼트)도 이상호, 러너, 팡이요, 핵스 등이 출연하는 개인방송 ’Koo TV'를 선보였다.

이 같은 추세에 앞으로도 새로운 MCN 사업을 영위하는 여러 스타트업들이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또 기존 미디어 관련 기업들도 유명 BJ를 스카웃 하거나 기존 사업자와 제휴하는 등의 방식으로 MCN 시장에 발을 담글 것으로 전망된다. 보다 다양한 분야의 개인 창작자들도 발굴되고, 전문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기사

네이버 '브이'

아프리카TV 정찬용 부사장은 “미스틱엔터와 함께 설립하는 프릭에는 아프리카TV에서 활동 중인 인기 BJ들이 소속될 예정이지만 미스틱 소속 연예인들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이 밖에 연예 기획사에 소속되기 애매한 인기 요리사 같은 분들도 BJ로 영입하는 그림도 가능하다”고 MCN 사업의 비전을 제시했다.

유튜브를 플랫폼으로 삼아 MCN 사업은 해외에서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대표 MCN 사업자로는 어썸니스TV, 메이커스튜디오, 머시니마 등을 꼽을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디즈니와 드림웍스, 비아콤, 타임워너 같은 메이저 미디어들은 MCN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 디즈니는 10억달러에 메이커스튜디오를, 드림웍스는 어썸니스TV를 3천300만달러에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