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교육 의무화 되니 사교육 먼저 움직여

학업부담 가중 vs 교육기회 제공…의견 갈려

컴퓨팅입력 :2015/07/23 15:16    수정: 2015/07/24 18:24

2018년부터 초·중등학교에서 소프트웨어(SW) 교육을 필수로 배우게 된다는 소식에 사교육 시장이 먼저 들썩이고 있다. 관련 교재 출판이 크게 늘었고 코딩교육 전문 학원이 생기는가 하면 자격증 시험까지 등장했다.

SW 사교육 시장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학생들의 학업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사교육 시장이 활성화 되면 다양한 교재와 교수법이 개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 역시 존재한다. 오히려 그 동안 SW에 흥미 있는 학생들이 접할만한 책이나 학원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란 시각도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와 교육부는 최근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SW교육을 대폭 강화한다는 내용의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를 위한 인재양성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중학교의 경우 2018년부터 '정보'가 필수과목에 포함된다. 학생들은 34시간 이상 컴퓨팅 사고에 기반한 문제해결 프로그래밍 개발, 간단한 알고리즘 등을 배우게 된다.

초등학교에서는 실과 내 정보통신기술단원이 2019년부터 SW 기초교육으로 개편된다. 학생들은 SW를 17시간 이상 교육받게 된다. 정부가 초중등학교 정규수업에 SW교육을 포함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지난해 초부터다. 지난 9월 교육부가 '2015년 문이과통합과정 개정안 총론'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시키며 확정됐다. SW 사교육 시장은 정부의 이같은 행보에 보조를 맞춰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먼저 도서 출판 시장이 활발하다.

초중등학교에서 블록형 프로그래밍 언어로 수업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MIT에서 만든 스크래치관련 서적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 현재 30~40 여권의 스크래치 교재가 판매되고 있다. 출판 업계에 따르면 올해 스크래치관련 도서 시장은 지난해 보다 약 2배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방과후수업용 교재나 개인적으로 관심이 높은 30-40대 학부모들이 스크래치 도서를 찾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출판사들도 다양한 교재 제작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한동안 관련서적 출시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출판사들은 이와 함께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파이썬 언어용 교재 출판도 준비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파이썬을 수업에 이용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크래치를 활용해 코딩 능력을 평가하는 자격 시험도 등장했다.

한 민간단체에서 운영하는 코드 크리에이터(CODE Creator)라는 자격시험은 스크래치를 활용해 반복문을 구상할 수 있는지, 적절한 스크립트를 호출할 수 있는지 등을 평가해 난이도에 따라 4개 등급을 부여한다.

학원가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특목고나 대학 수시 입학 대비 올림피아드대회 학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기존에도 올림피아드학원은 있었지만 초중고에서 SW수업이 강화되고 대학교에서도 SW 특별전형 등을 확대한다는 소식에 이전보다 홍보에 힘을 싣고 있는 모습이다. 이외에도 컴퓨터 전문학원이나 수학과학 보습학원에서 학교SW과목을 보충해주는 강의를 준비해 놓고 홍보를 시작한 곳도 몇몇 생겼다.

이런 사교육 시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들 사이에선 학생들이 지금도 학업 스트레스가 큰데 소프트웨어까지 거들게 생겼다는 목소리가 많다. 사교육이 과열되면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시작한 SW교육이 학생들에게 또 다른 짐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SW 교육이 거의 없었다는 점, 현재 공교육에 배정된 SW교육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교육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SW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사교육이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존재한다.

초등학교에서 17시간 중학교에서 34시간을 배우게 되지만 실제 제대로 가르치기엔 배정된 수업 시간이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SW선도학교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돕고 있는 송상수 소프트웨어교육연구소장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범학교에서 가르쳐 보면서 가장 아쉽게 생각되는 부분이 제대로 가르치기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과목의 수업 시간도 있기 때문에 정규수업 시간 내에서 SW교육 시간을 더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사교육이 보안책이 될 수도 있다.

과거에는 동네마다 컴퓨터학원이 많았지만 지금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아 자녀가 SW에 관심이 있어도 교육을 시킬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학부모들도 많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교육정보 커뮤니티에 "아이가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며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은데 다니는 학교에선 방과후 수업이 없고 기업에서 하는 아카데미도 개설되지 않아 수업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코딩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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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사교육 시장이 공교육을 뒷받침 해줄 수 있게 성장하면 SW교육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국민대학교 컴퓨터공학부 이민석 교수는 "사교육을 좋아하진 않지만 사교육에서 만들어낸 교육자료나 콘텐츠의 퀄리티가 좋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요즘 사교육 시장에서 나온 SW교재를 보면 엄마와 아이들이 봤을 때 딱 이해할 수 있게 끔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SW교육을 봤을 때 효과성이 있고 교육 자체의 효율성이라는게 있는데 효율성은 사교육이 뛰어나기 때문에 초기에는 사교육을 조금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