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의 경제로 전환 심화

게임입력 :2015/07/21 10:40

박소연 기자

모바일 게임 업계의 양극화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의 마케팅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른바 대작과 그렇지 않은 게임간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라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대형 게임사들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비교적 작은 규모의 게임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만 봐도 이런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21일 현재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에 이름을 올린 게임 10위권 내 게임 대부분은 넷마블게임즈(대표 권영식), 슈퍼셀, 킹 등 대형사의 작품이다. 특히 넷마블은 10위권의 반 정도를 차지하며 모바일 게임 순위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이들은 소자본 게임은 엄두도 못 낼 대규모 마케팅을 무기로 한다. 유명 배우들이 모델로 등장하는 모바일 게임의 광고는 지하철, 버스 등 옥외는 물론 지상파 TV와 영화관 스크린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하정우를 광고모델로 기용한 '크로노블레이드'

넷마블은 모바일 RPG ‘레이븐’과 ‘크로노블레이드’의 광고 모델로 각각 배우 차승원과 하정우를 내세운다. 모바일 레이싱 게임 ‘다함께 차차차2’의 광고 모델은 차범근, 차두리 부자다.

슈퍼셀은 얼마 전까지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을 모델로 한 ‘클래시 오브 클랜’ TV 광고 집행했으며 킹은 ‘캔디크러쉬소다’ 모델로 각계각층의 유명인을 기용한다.

‘캔디크러쉬소다’ 모델로 나선 이들은 바둑기사 조훈현, 발레리나 강수진, 가수 박재범, 배우 김소운 등으로 다양하다. 최근에는 유재석, 박명수, 정형돈, 정준하, 하하, 황광희 등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멤버 전원 출동해 광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유명인들이 등장한 모바일 게임 광고에 이용자들의 시선이 모이는 건 당연하다. 리암 니슨이 나오는 ‘클래시 오브 클랜’ 광고의 유튜브 조회수는 5천6백만을 넘어 6천만을 향해가고 있다.

모두 탄탄한 자금력이 바탕이 되어주니 가능한 전략이다. 게다가 이 같은 대규모 마케팅 열풍은 말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주춤한 광고 시장을 모바일 게임 업계 먹여 살린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모바일 게임의 TV 광고 추이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2분기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모바일 게임의 TV 광고는 올 1분기까지 누적 TV 광고 집행액 917억 원을 기록했다. 0에서 917억으로 가는 데 1년이 채 안 걸린 셈.

리암 니슨이 출연한 '클래시 오브 클랜' 광고

개별 게임의 마케팅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슈퍼셀은 지난해 연말 ‘클래시 오브 클랜’ 마케팅에 100억 원 이상을 사용했으며 넷마블과 네이버는 올 상반기 ‘레이븐’ 출시 당시마케팅비로 150억 원 정도를 집행했다고 알려졌다.

상황이 이러자 게임 개발 및 서비스에만 집중해도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 게임사는 기를 펴지 못한다. 마케팅 전쟁을 벌이는 대형 게임사 사이에서 TV 광고는 엄두도 못내는 중소 게임사가 살아남기란 힘든 게 사실이다.

최근 넥슨, 넷마블을 위시로 한 대형 게임사들이 게임을 쏟아내는 가운데 중소 퍼블리싱사들은 잠잠한 것도 같은 이유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자연히 대규모 마케팅으로 게임을 띄워줄 수 있는 대형업체를 선택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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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보니 이른바 대작 게임은 대형 게임사와 손을 잡아 대규모 마케팅을 펼치고 소규모 게임은 중소 퍼블리싱사와 만나 소소한 마케팅을 진행하게 된다. 성공 가능성은 당연히 전자가 더 크다. 규모의 경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대구모 마케팅이 모바일 게임 시장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며 “규모의 경제가 굳어질 경우 대형 게임사만 살아남으면서 게임 업계 전반의 생태계가 축소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