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개발한 맹인판 네이버 지식인 '자비스'

스탠드 장치와 네트워크 이용해 음성으로 문답

과학입력 :2015/07/10 17:08

각종 IT 기술과 나눔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결합해 새로운 과학기술 발명품을 낳았다.

시각장애인 궁금증 해결 시스템 ‘자비스’가 그것이다.

스탠드 형태인 자비스는 영국 라즈베리파이 재단의 싱글 보드 컴퓨터 ‘라즈베리파이’를 사용한 발명품이다. 스탠드 형태지만 램프 자리에 라즈베리파이 컴퓨터와 카메라를 장착했다. 또 스피커를 연결해 음성을 녹음하고 들을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네트워크에도 연결된다.

시각장애인은 이 시스템을 궁금증 해결을 위한 소통의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물이 궁금할 경우 스탠드 아래 그것을 놓고 버튼을 누르면 사진이 찍힌다.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하면 음성이 녹음된다. 그리고 사진과 음성은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을 통해 네트워크에 전송되고 이를 본 누군가 대답을 해주는 식이다.

자비스

궁금한 점에 대한 묻고 답하는 네이버 지식인을 시각장애인을 위해 음성으로 변주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자비스 모바일앱

이렇게 따뜻한 발명품을 개발한 것은 가족으로 구성된 팀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최근 참가자 전원에게 라즈베리파이를 지급하고 IT를 활용해 나눔 정신이 깃든 창작품을 만들게 하는 '행복한 과학기술 공모전'을 개최했는데 가족으로 구성된 팀이 이 발명품으로 일반부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이다.

홍성렬 전무 가족 사진

이 팀의 팀장인 아빠 홍성렬씨는 AT솔루션즈 전무로 개발자 출신이다. 평소 나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공모전을 보고 바로 참여했다고 한다. 홍 전무는 1990년 한글 영문 점자프로그램도 개발한 적이 있고, 2009년엔 영어공부 사이트를 만들어 꾸준히 운영 중이다.

이 발명품을 만들게 된 계기를 물었다.

홍 전무는 “멋진 아이디어와 신기술에 집착하기 보다는 일상생활에 가장 필요한 무언가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며 “특히 일반인들이라면 누구나 사용해보고 들여다 봤을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를 시각장애인이 사용해보면 어떨까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홍 전무는 “시각장애인이 가장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대화하듯 물어보고 답하는 것이라 생각해 무엇이든 물어보면 말로 답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누가 질문을 듣고 답변을 해줄까’였다.

여기에는 홍 전무의 아들 홍승재 군이 아이디어를 냈다. 승재군은 중고등학생들은 할당된 봉사활동 시간을 채워야 하는데, 이 지식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에서도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면 학생들도 스마트폰을 의미있게 활용할 수 있고, 시각장애인도 언제든지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질문에 답변만 한다고 해서 봉사활동 시간을 채울 수는 없다. 시각장애인이 원하는 대답을 들었을 때만 답변이 채택되고, 채택된 답변의 수에 따라 활동 점수가 올라가는 방식을 택했다.

이름은 딸 홍승현 양이 정했다. 평소 마블영화를 좋아하는 승현양은 영화 아이언맨에서 아이언맨을 도와주는 비서 이름이 이 제품과 통한다고 생각했다. 자비스 또한 대화를 통해 명령을 내리고 처리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누가 들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름일 것이라 예측했다.

자비스 로고 또한 승현양이 만들었다. 질문하는 의미인 물음표와 자비스의 첫 알파벳 J를 결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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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스 팀은 상금 500만원을 받았다. 가족 여행을 갈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틀렸다. 상금을 모두 자비스 제작에 쓰겠다는 것이다. 이 가족은 앞으로 자비스가 후원을 받아 실제로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홍 전무는 “자비스가 공모전 작품이 아닌, 시각장애인과 우리를 모두 연결해주고 서로 도와주는 세상의 일부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