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망중립성, 다른 접근…유럽 "급행회선 허용"

"혁신적 특수 서비스 우대" 방침 확정

방송/통신입력 :2015/07/01 08:21    수정: 2015/07/01 08:2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망중립성 문제에 대해 미국과 유럽이 정반대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다. 미국이 강력한 망중립성 규칙을 적용하고 나선 가운데 유럽은 망차별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와 유럽 의회, 그리고 유럽이사회가 인터넷에 ‘특수 서비스(specialized services)’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아스테크니카가 3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흔히 3자회담(trilogue)으로 통하는 이들은 통신사들에게 특수 서비스를 허용하는 문제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기 위해 회동했다. 그 동안 유럽 의회는 특수 서비스 쪽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유럽 각국 정상들로 구성된 유럽이사회는 긍정적인 의견을 표출해 왔다.

하지만 이날 회동에서 결국 유럽이사회 쪽 의견이 관철되면서 망 사업자들에게 특수 서비스를 허용해주기로 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 (사진=씨넷)

■ 명분은 혁신 서비스 장려

유럽연합(EU)의 행정부격인 EC는 3자 회담이 끝난 직후 ‘오픈인터넷’으로 통하는 망중립성 원칙이 붕괴됐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아스테크니카가 전했다.

EC는 “오늘 합의에 따라 오픈 인터넷에서 돈을 받고 우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금지된다”면서 “모든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공급자들은 최종 사용자들과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공식 발표와 조금 다르다고 아스테크니카가 전했다. 특수 서비스를 허용함에 따라 사실상 ‘급행회선’이 만들어질 토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날 공식 발표된 문건에는 “새로운 EU 망중립성 규칙은 오픈 인터넷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특수 서비스, 혹은 혁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고 돼 있다.

이날 EC는 ‘특수 서비스’가 좀 더 혁신적인 서비스를 장려하기 위한 것이란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이 망중립성 원칙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쪽으로 돌아선 것은 커넥티드 자동차를 비롯한 일부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로고

■ 올들어 유럽이사회 중심으로 '특수 서비스 허용' 주장

유럽의 망중립성 관련 법제화 작업은 지난 2013년 시작됐다. EC 주도로 망중립성 관련 법을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규제 움직임이 시작됐다.

최초 법안에는 ‘특수 서비스’를 허용하는 것이 골자였다. ‘차별없는 오픈 인터넷’이란 망중립성 원칙에선 다소 멀어진 법안이었다.

이 문제는 지난 해 3월 해소됐다. 유럽의회가 돈을 지불하는 업체들에게 우대를 하는 ‘특수 서비스’ 조항을 제거한 망중립성 수정안을 통과시킨 것. 당시 유럽의회는 차단금지와 차별금지를 골자로 하는 EU 디지털 아젠다 책임자 닐리 크로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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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 들어 유럽의 망중립성 원칙에 변수가 생겼다. 유럽이사회가 지난 3월 ‘특수 서비스’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유럽이사회는 EU회원국 국가 원수나 정부 각료 등으로 구성된 단체다. 입법권한은 없지만 중요한 문제를 다루며, 여기서 결정된 사항은 EU의 정치적 지침 역할을 하게 된다.

이날 3자 회담은 이 문제를 조율하는 자리였다. 결국 유럽이사회 쪽의 원칙이 받아들여지면서 ‘특수 서비스’를 허용하는 ‘유럽식 망중립성 원칙’이 사실상 확정됐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