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미워할 수 없었던 '뉴스앱'의 슬픈 몰락

서카, 3년만에 폐업…단순 큐레이션 한계 못 넘어

홈&모바일입력 :2015/06/25 11:24    수정: 2015/06/25 13:3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한 때 모바일 뉴스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앱이 있었다. 찬찬히 뉴스를 보기 힘든 모바일 족들에게 이슈를 깔끔하게 정리해주겠다는 당돌한 선언을 했다.

서비스가 오픈되자마자 칭찬이 쏟아졌다. ‘위키피디아’와 저널리즘을 결합한 새로운 모델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뉴스를 원자 단위로 나눈 뒤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스토리텔링을 구성한다는 극찬까지 들었다. 그 때가 2012년 10월이었다.

하지만 그 주인공의 전성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모바일 시대의 황태자가 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힘든 생활을 영위했다. 마니아들은 열광했지만 대중들은 생각처럼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2년 8개월 만에 쓸쓸하게 문을 닫았다. 큐레이션 전문 모바일 뉴스 앱인 서카(Circa) 얘기다.

모바일 뉴스 서비스로 각광을 받았던 서카가 3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사진=씨넷)

■ 등장하자마자 '위키피디아식 뉴스 소비'로 각광

지금 미국 디지털 뉴스 시장 상황이 그리 좋은 편은 못 된다. 올 들어 기가옴, 리코드를 비롯한 실력 있는 매체들이 연이어 좌초했다. 서카의 몰락도 깜짝 놀랄 소식은 아닐 수도 있단 얘기다.

하지만 서카의 몰락 소식은 남다르다. 그 누구보다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았던 만큼 “왜”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서카의 기본 개념을 잠깐 살펴보자. 서카는 뉴스 텍스트를 전부 보여주지는 않는다. 대신 원자 단위(atomic unit)으로 나눴다. 이를테면 간단한 팩트부터 배경 정보, 인용 같은 요소들로 나눴다. 그런 다음 이 요소들을 재결합해서 새롭게 보여줬다.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예를 한번 들어보자. 요즘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른 700MHZ 주파수 재배정 관련 뉴스를 본다고 가정해보자.

제프 자비스 교수가 제기한 진행 중인 뉴스 개념도.

대부분 포털 사이트 같은 곳에서 여러 뉴스를 골라서 읽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상당 부분은 겹치는 내용들을 다시 읽어야 한다. 제목만 살짝 바꿔 놓은 경우도 있다.

여기서부터 서카의 경쟁력이 발휘된다. 서카는 이런 뉴스를 조각낸 뒤 계속 덧붙여준다. 서카 앱에서 ’700MHz 주파수’ 관련 뉴스를 팔로업할 경우 핵심 요소들만 골라서 볼 수 있었다.

서카에는 이를 위해 팔로우(follow) 기능을 마련했다. '팔로우'는 관심 있는 뉴스를 북마크하는 것과 비슷하다. 일단 팔로잉하게 되면 관련 뉴스들이 계속 업데이트된다.

많은 사람들이 서카에서 ‘위키피디아’를 연상케 된다고 지적한 것은 바로 이 기능 때문이었다.

일부 사람들은 서카가 '과정으로서의 뉴스'(news as a process)란 제프 자비스 교수의 담론을 현실 속에서 구현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혁신적이었던 서카는 왜 실패한 걸까? 당연한 얘기지만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었다. 서카는 출범 이후 벤처캐피털(VC) 등으로부터 500만 달러 가량을 유치했다. 결국 그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도 생존 모델을 찾지 못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서카가 일부 마니아들에겐 혁신적이란 찬사를 받았지만, 실제론 그다지 큰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독자들이 원하는 건 요약이 아니라 분석"

서카 안드로이드 앱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10만 건 남짓한 수준이었다. iOS 앱 역시 다운로드 순위 1천위 권 밖에 머물러 있었다. 이 정도 다운로드 건수론 제대로 된 수익을 내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을 제기해볼 수 있다. “서카는 왜 대중적으로 인기를 누리지 못했을까?”

맷 갈리간 서카 CEO. (사진=씨넷)

IT 전문 매체인 더버지는 서카가 실패한 원인을 크게 네 가지로 꼽았다. 가장 먼저 든 것은 ‘자체 보도 기능’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뉴스를 해체한 뒤 재구성하는 것만으론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뉴스가 점점 더 엔터테인먼트화되는 분위기를 이겨내지 못했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요즘은 버즈피드나 복스 같은 사이트들이 흥미로운 기사로 독자들의 눈을 끄는 시대. 반면 서카는 “이성적이지만 단조로운” 뉴스 요약 서비스를 고수했다. 관심 있는 독자들에겐 유용했지만 대중적으로 확산될 폭파력은 없었단 얘기다.

서카 입장에선 좀 더 뼈아픈 지적도 제기됐다. 전문가를 선호하는 뉴스 시장에서 서카는 ‘전반적 수집가(generalist)’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지금 한국 IT 뉴스 시장엔 삼성과 엘리엇 간의 공방이나 700MHz 주파수 분배, 그리고 제4 이통 출범 관련 뉴스가 이슈다.

이 때 독자들은 어떤 뉴스를 원할까? 물론 서카처럼 진행 상황을 충실하게 요약해주는 서비스도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독자들이 진짜 원하는 건 “그래서 어떻게 되는 데?” 란 질문에 대한 해답이다.

서카는 그 부분은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자신들은 분석이 아니라 요약과 큐레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뉴스 서비스란 정체성을 고수했다.

더버지는 아예 “미국 대법원이 중요한 판결을 할 경우 사람들이 AP 뉴스와 스카터스블로그(SCOTUSBlog) 중 어떤 쪽에 더 관심을 갖겠는가”란 질문은 던졌다. 스카터스블로그는 미국 대법원 전문 뉴스 사이트로 유명한 곳이다.

뉴스 본연의 가치 없는 혁신으론 한계?

'물론 다른 요인도 있을 것이다. 최근 모바일 뉴스 소비의 중심이 웹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 역시 앱이란 폐쇄적인 플랫폼을 고수했던 서카를 힘들게하는 요인이었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서카 내부에서 알력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투자를 한 VC들의 각종 간섭과 요구는 편집진들을 힘들게하는 요인이었을 것이다. 그 부분 역시 몰락을 앞당기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

서카의 화려한 등장과 비참한 몰락은 뉴스 시장의 미래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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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한 형식만으론 성공할 수 없다는 것. ‘단순한 팩트’ 이상의 무언가를 제공하지 않는 큐레이션 만으론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 없는 혁신은 ‘앙코 없는 찐빵’이나 다름 없다는 것.

하지만 그 모든 것 보다 중요한 교훈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뉴스에서 찾고자하는 것은 ‘편리함’이 아니라 ‘한 뼘 더 들어간 정보’일 수도 있다는 것. 이런 뉴스 본연의 가치 위에 더해진 혁신만이 의미 있는 열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조금은 뻔한 교훈 말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