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法 제출 삼성 보고서 적절성 논란

한영회계법인 "용도 안 맞아…법적 조치 예정"

홈&모바일입력 :2015/06/19 18:01    수정: 2015/06/21 15:31

송주영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문제를 놓고 삼성과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법정 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엘리엇 측이 법원에 제출한 삼성물산 평가보고서를 놓고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한영회계법인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한영회계법인 관계자는 19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엘리엇이 법원에 제출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식가치 평가 보고서에 대해 “(엘리엇이 보고서를) 무단으로 제출했다”며 “이와 관련해 법적인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엘리엇이 법원에 제출한 보고서는 합병을 위한 가치산정 보고서가 아니라 투자보고서였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 대한 보고서를 별도로 요청해 양사에 적용한 기준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번 분쟁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가 합병 추진 과정에서 삼성 측이 제일모직에 비해 삼성물산의 주식을 저평가했느냐의 여부인 점을 감안하면 한영회계법인 측의 주장이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김용대)에서 진행한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과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기일에서 삼성물산 변호인단은 엘리엇이 제출한 보고서에 대해 "잘못된 보고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보고서를 한영회계법인이 작성한 것인데 엘리엇 측은 이 자료를 부당한 합병비율의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삼성 측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을 1대0.35로 산정했는데 엘리엇 측은 이 비율이 부당하다고 주장해왔다. 삼성물산의 가치를 너무 낮게 잡아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며 합병을 반대하고 합병을 위해 삼성이 취한 두 가지 조치에 대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

삼성물산 변호인단이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보고서를 반박한 데 이어 보고서를 작성한 한영회계법인도 엘리엇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이 보고서에는 삼성물산의 공정가치가 10~11만원, 제일모직의 공정가치는 6만3천~6만9천원으로 산출돼 있다.

엘리엇 측 법률대리인인 넥서스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이날 법원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식 가치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1.16 : 1 수준으로 최소한 제일모직 주식의 1배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1 : 0.35로 불리하게 정해진 비율로 합병이 이뤄진다면 삼성물산 주주들은 원래 가치의 18~22% 정도에 불과한 제일모직 주식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 변호인 측은 그러나 “국내 유수의 회계법인의 주식가치평가보고서를 제출했다고 하는데 평가방법에 오류가 있다”며 “현금흐름을 계산할 때 삼성물산에 대해서는 베스트 케이스를, 제일모직은 베이스 케이스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또 “해당 보고서는 작성 명인이 없고 일부 내용만 발체된 것이고 최종본이 아닌 초안본”이라며 “회계법인이 의뢰인에게 완성된 분석보고서를 제출할 때 제반 상황을 설명하는 표지가 빠져 있다”고 덧붙였다.

한영회계법인 측은 삼성물산 변호인단의 주장을 인정했다.

한영회계법인 관계자는 “삼성 변호인단이 이야기한 것처럼 보고서가 완성된 것이 아니었다”며 “직인이 찍힌 상태가 아니라 초안으로 나간 것을 무단으로 변조해 엘리엇측이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보고서는 M&A 용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현금 흐름 정보가 반영돼 있지 않고 적용된 케이스 기준도 달랐다”며 “엘리엇이 용도, 목적에 맞게 보고서를 쓰지 않아 계약을 위반해 악의적으로 이용했다”고도 덧붙였다.

관련기사

이에 대해 엘리엇의 공식적인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를 전화를 걸었지만 아직 통화가 되지 않고 있다.

한편 법원은 엘리엇이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늦어도 7월1일에는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