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차기 CEO의 숙제... 'IoE 확산' 해법은?

컴퓨팅입력 :2015/06/08 09:47    수정: 2015/06/08 16:10

<샌디에이고(미국)=임민철 기자>만물인터넷(IoE)은 다음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시스코시스템즈가 세운 이정표다. 시스코 사람들은 IoE가 사물과 인터넷간의 연결만을 뜻하는 사물인터넷(IoT)과는 다른 개념이라 힘줘 말한다. IoE의 핵심은 사물, 사람, 데이터, 프로세스와 인터넷의 연결을 모두 아우르는 데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직 일반 사람들에겐 IoT와 IoE의 구별은 모호하다. IoE가 덧붙인 사람, 데이터, 프로세스의 연결은 커녕, IoT가 전제하는 사물과 인터넷, 사물간의 연결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수많은 IT회사가 저마다의 IoT 전략을 부르짖는다. 시스코의 IoE 전략은 그보다 큰 그림을 그리겠다고 공언한 상황. 시스코는 남들보다 분주할만한 입장이다.

실제로 시스코는 바쁘게 움직여 왔다. 세계 각지 IoE 관련 스타트업에 1억달러 펀드를 조성, 자사 IoE 제품과 부서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오는 2017년까지 10억달러를 추가 투입한다. IoE가 오는 2020년까지 500억개의 사물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로 성장해 2022년까지 19조달러 규모의 경제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을 스스로 실현할 기세다.

이런 가운데 시스코는 오는 8~10일(현지시각) 미국 샌디에이고 '시스코라이브2015'을 개최한다. 네트워크 거인은 미래 IT변화의 화두를 던져 온 연례 컨퍼런스에서 이제 10년내 도래할 IoE 시대의 중심이 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시스코가 현장에서 기업 사용자와 파트너, 미디어에게 던질 메시지는 어떤 것일까?

세부 내용은 베일 속이지만, 그간 추진된 IoE 사업의 성과와 사례, 향후 목표와 실행 방안 등이 전체 행사를 관통하는 주제가 되리라 잠작하긴 어렵지 않다. 각지 대학, 병원, 정부 등과 협력해 가시화된 최신 IoE 도입 및 활용 사례가 소개될 수 있다. 국내외서 새롭게 진행 중이거나 그간 물밑 작업해 온 IoE 관련 벤처 투자 및 인수 현황을 내놓을 가능성도 기대된다.

이미 한국에선 지난달 '시스코커넥트2015' 행사를 통해 '스마트공장'에 초점을 맞춘 기업 투자 및 솔루션 활용 사례가 제시됐다. 지난해 영상관제솔루션업체 N3N, 제조인프라 미들웨어솔루션업체 나무아이앤씨, 글로벌 공장자동화업체 로크웰오토메이션, 3곳과 시스코의 4자협력을 통해 주요 기업 제조설비를 자동화하는 사업을 추진해 온 성과이자 IoE로 연결될 기반 사례였다. (☞관련기사)

스마트공장에 앞서 투자가 이뤄진 스마트도시 부문의 성과가 공개된다면 업계 이목을 끌 수 있을 것이다. 시스코는 한국 송도를 비롯해 캐나다 토론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스페인 바르셀로나, 일본 도쿄, 7곳에 'IoE솔루션 혁신센터'를 운영 중이다. 고객과 파트너에게 IoE 기술을 시연하고 해당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시스코는 IoE를 실현하기 위해 더 구체화한 제품 및 서비스 구성과 파트너십 등 사업 전략도 함께 제시할 전망이다. 이전부터 시스코는 IoE 시대에 기업들이 IT를 통해 만들어낼 비즈니스기회에 주목하고 있다고 공언해 왔다. 기업의 IT운영모델이 추구해야 할 특성을 간소화, 유연성, 생산성, 보안성, 경제성, 5가지로 제시하면서다.

시스코의 애플리케이션중심인프라(ACI), 인터클라우드, 보안, 모빌리티, 애널리틱스 솔루션이 위 5가지 특성을 지원한다. ACI는 인프라 관리 자동화를, 인터클라우드는 클라우드 업체의 탈지역화를 돕는다. (☞관련기사) 보안, 모빌리티, 애널리틱스는 IoE 실현을 위한 솔루션의 한 축을 차지한다. 시스코는 이들 솔루션의 개선점이나 전략을 내놓을 수 있다.

더불어 20년만에 이뤄지는 CEO 교체에 따른 변화도 적잖은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1995년 사령탑에 올랐던 존 챔버스 CEO가 오는 7월 26일부로 후계자인 척 로빈스에게 역할을 넘긴다. 올 시스코라이브가 챔버스의 CEO로서의 역대 시스코라이브 기조연설은 챔버스의 독무대였지만 올핸 신구(新舊) CEO가 공동연출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2015년 7월 26일부터 시스코 신임 CEO로 일하게 될 척 로빈스 수석부사장(왼쪽)과 이후 CEO자리에서 물러나 회장 겸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될 존 챔버스 CEO.

로빈스 부사장은 지난 1997년 시스코에 입사해 최근까지 시스코 글로벌운영담당 수석부사장으로 일해 왔고 이달부터 시스코 이사회 이사직을 맡았다. 시스코코리아 블로그(☞링크) 설명에 따르면 그는 연매출 400억달러 가량을 만드는 시스코 파트너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데 일조했고, 사업 비중 25%를 차지하는 중소중견기업(커머셜)부문 사업의 핵심 설계자다.

챔버스가 시스코 CEO로서 IoE 전략의 밑그림과 얼개를 짜내었다면 거기에 골격을 세우고 실체라 부를 수 있는 덩어리를 붙이는 역할을 신임 CEO인 로빈스가 맡아야 할 듯하다. 챔버스의 역할이 사라지진 않는다. 회장 겸 이사회 의장으로 로빈스 CEO를 도와 각국에서 IoE의 초석인 '디지털화' 지원과 고객 협력을 주도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시스코가 향후 VM웨어, EMC와 협력했던 VCE연합에서 발을 뺀 컨버지드인프라 솔루션 부문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도 관건이다. 지난달 한 리서치그룹 소속 애널리스트를 통해 시스코가 뉴타닉스를 인수함으로써 VM웨어의 데이터센터 자동화 솔루션에 대항마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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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IoE 스타트업과 파트너를 상대로 특히 적극적인 시스코의 투자는 기업 인수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관련기사) 이미 30여년간 170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 합병한 경험이 있고 최근 ACI 기술 강화를 위한 SDN부문, 기업 인프라 안정성과 보안 전략을 구현하기 위한 보안부문, 인터클라우드 전략 강화를 위한 오픈스택 클라우드 관련 업체 인수 행렬이 두드러진다.

시스코는 지난해 9월엔 오픈스택전문업체 메타클라우드(☞관련기사), 연말엔 보안컨설팅회사 네오햅시스(☞관련기사), 지난 4월초엔 SDN스타트업 엠브레인(☞관련기사), 지난달초엔 서비스형플랫폼(PaaS) 제공업체 트로포(☞관련기사)에 이어 이달초 오픈스택 배포판업체 피스톤클라우드(☞관련기사)를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