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 가능한가?...HP엔터프라이즈의 미래

컴퓨팅입력 :2015/06/04 08:57    수정: 2015/06/04 10:29

HP가 회사를 PC 및 프린터 사업 부문과 기업용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사업 부문으로 쪼갠 이후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기업용 기술업체의 추가 인수합병과 클라우드 생태계 강화가 핵심이지만 엇비슷한 메시지를 갖고 있는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위한 묘책은 아직 없어 보인다.

앞서 HP는 오는 11월 PC와 프린터사업 부문을 별도 회사(HP Inc.)로 떼어내고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장비, 기업용 소프트웨어, IT서비스 등 사업을 담당하는 'HP엔터프라이즈(HP Enterprise)'로 다시 출발한다. 분사 발표는 지난해 10월 나왔다.

이런 가운데 3일(현지시각) 미국 지디넷은 HP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 중인 '디스커버' 현장에서 멕 휘트먼 최고경영자(CEO)와 마틴 핑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통해 제시한 회사의 운영방향을 전했다. (☞링크) 앞서 휘트먼 CEO는 디스커버 기조연설을 통해 클라우드, 보안, 소프트웨어, 모빌리티에 집중할 것이라는 구상을 제시했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는 기업용 기술업체 추가 인수합병도 예고했다.

HP 로고

최근 HP의 기업 인수는 모두 기업용 기술 부문으로 수렴한다. HP는 지난해 9월에 오픈스택 클라우드 스타트업 '유칼립투스'를 인수했고, 지난 3월에는 무선랜솔루션업체 '아루바네트웍스', 지난달엔 SDN 및 NFV 스타트업 '콘테익스트림'을 인수했다.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나 최근 HP의 인수 흐름은 모두 HP 분할의 무게중심이 PC 및 프린터 부문을 맡아 분리될 'HP Inc.'보다 기업용 솔루션 및 서비스를 공급할 'HP엔터프라이즈'에 쏠려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이튿날인 수요일 핑크 CTO는 기업용 제품과 서비스 부문에서 중추가 될 사업이 클라우드 영역을 시사했다. 기업용 IT인프라 시장을 겨냥한 클라우드인프라 '컴포저블인프라스트럭처' 비전을 통해서다.

컴포저블인프라에 대한 HP 공식 보도자료를 보면 이는 업무와 애플리케이션에 맞춤형인 소프트웨어 템플릿을 통해 신속하게 조립, 해체, 재조립될 수 있는 환경으로 묘사된다. (☞링크)

컴포저블인프라는 컴퓨트, 스토리지, 패브릭네트워크 자원 풀로 구성된다. 이를 위해 HP는 도커, 셰프소프트웨어, 퍼펫랩스, VM웨어같은 파트너를 아우를 수 있는 API네트워크를 만들 방침이다.

그러나 미국 지디넷은 휘트먼 CEO와 핑크 CTO가 그리는 HP엔터프라이즈의 테마가 이미 지난 4월 하순께 델의 비전에서 언급됐다고 지적했다.

폴 페레즈 델 CTO가 "세상이 컴포저블인프라를 추구하고 있다"며 "컴퓨트, 네트워킹, 스토리지를 위해 더 작게 만들어진 '빌딩블록'이 나올 텐데 이를 해체된 환경에서 (인프라를 구성하는) 줄기세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HP엔터프라이즈에 초점을 맞춰 볼때 그 고객이 될 기업 환경에서 이번에 내놓은 메시지는 경쟁사 대비 차별화가 어렵다는 뉘앙스다. 이미 HP의 기업용 솔루션 영역은 EMC, 시스코, IBM로 대체될 수 있는 상황이며, 클라우드, 보안, 소프트웨어, 모빌리티를 강조하는 회사도 HP뿐이 아니다.

물론 HP는 클라우드에서 오픈스택이라는 기술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이런 대세 움직임을 따르는 회사는 충분히 많아서 역시 주목받기 어려운 측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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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는 여러 클라우드 파트너 인프라를 오픈스택으로 묶는 '인터클라우드' 비전을 추진해 왔고, 마침 오늘 오픈스택 클라우드 배포판 업체 '피스톤클라우드컴퓨팅'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IBM도 같은날 오픈스택을 클라우드호스팅서비스로 제공하는 '블루박스'를 사서 그 기술과 인프라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지원에 투입키로 예고했다. (☞관련기사)

달리 말해 HP엔터프라이즈는 향후 새로운 이름으로 출범하면서 그 이름 이상의 쇄신성을 드러내야 한다는 평가다. 델뿐아니라 레노버, 시스코, IBM같은 회사가 HP의 시장 지분을 빼앗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