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야놀자 대표 “모텔, 자는 곳이 아니라 노는 곳”

“숙박시설 양지화, 잘 노는 문화가 중요”

인터넷입력 :2015/06/02 14:27    수정: 2015/06/02 17:08

숙박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서비스가 바로 ‘야놀자’다.

올해로 설립 10주년이 된 야놀자 덕분에 국내 숙박 시설들이 ‘자는 곳’에서 ‘노는 곳’으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공실도 줄고, 보다 밝고 생기 있게 활성화된 측면도 있다.

과거엔 모텔 하면 부정적인 인식부터 들었지만, 최근에는 휴식과 놀이 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배경에는 야놀자가 수년 간 “자자”가 아닌 “놀자”를 외친 이유가 숨어있는 것 아닐까.

이수진 야놀자 대표는 어느 새 국내 스타트업계의 맏형이 돼 버렸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몇 년 버티다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고 무너지지만, 야놀자는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생존해 임직원 수 150여명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에는 한 스타트업 시상식에서 그해를 빛낸 기업에 선정되는 영예까지 안았다.

이수진 야놀자 대표.

“생존의 과정은 벗어났지만 산업에 있어서는 스타트업이 맞습니다. 먹고 살 걱정은 넘어섰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고, 개척한다는 측면에서는 확실히 스타트업이죠.”

야놀자는 지난 3월 제법 큰 규모의 행사를 열어 ‘다시 시작’(Re:Start)을 외쳤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결국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을 낳게 했다.

“사업 8년차에 위기가 왔어요. 계속 성장해 오다 둔화된 시기가 온 거였죠. 시대는 온라인, 모바일로 급변하는데 오프라인 사업에만 머물러 있었죠. 그래서 지난해 조직개편과 플랫폼 개발, 그리고 사업구조 재진단을 과격하게 진행했습니다. 외부 인사도 적극 영입했고요.”

사실 모텔 예약 업계만 따로 놓고 본다면 야놀자의 경쟁력은 압도적이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유사 서비스들이 가맹점 수를 빠르게 늘리며 야놀자 뒤를 바싹 쫓아왔지만 그간 쌓은 노하우와 가맹점들과의 유대 관계는 여전히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다.

이수진 대표는 그간 모텔의 양지화에 여러 고민이 있던 차에 경쟁사들의 등장을 반갑게 여기고 있다.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모텔 등 숙박시설의 양지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 탓이다.

야놀자 10주년 행사.

“시대가 급변하고 생각지도 못한 기술이 나오는데 모텔 숙박 시설은 아직도 음지에 머물러 있어요. 그래서 양지화 방법을 고민하다 결국은 대한민국을 놀게 해야지 되겠다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시설 등을 현대화 하고, 디자인도 다양하고 밝게 하는 데 주력했죠. 2년 동안 여행작가 20명을 통해 1만3천여개 여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여행과 숙박을 한 데 묶는 투자도 했고요.”

야놀자는 숙박 및 여행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들을 전개하고 있다. 야놀자숙박, 야놀자 당일예약, 야놀자펜션, 야놀자여행, 야놀자게스트하우스, 야놀자빌라, 야놀자호텔비교, 야놀자 데이트 등이 있다. 야놀자는 이런 파편화된 서비스에 축적된 정보들을 보다 통일감 있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통합 플랫폼을 내달 중 구현할 계획이다. 그 동안 다소 조잡해 보였던 정보들이 깔끔하게 노출되는 개선 효과가 이뤄질 예정이다.

투자 유치는 서두르지 않을 방침이다. 숙박 시설의 현대화, 사용자들의 인식 변화, 서비스 고도화, 통합 콜센터 등의 목표가 우선적인 만큼 새로운 전략을 짜는 데 당분간 집중하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금액적인 부분이 아니라 성장동력 측면에서 산업적으로 잘 이해해주고, 부족한 시스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야놀자는 우리의 손에서 더 크게 성장해야 하는 단계에요. 회사를 매각할 정도의 큰 투자를 받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의 철학과 양지화의 고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호텔을, 보건복지부가 모텔을 담당한다. 호텔은 문화와 관광으로보고, 모텔은 뭔가 보호하고 규제해야 할 대상인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이런 제도적 구분부터 걷어내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민간 기업이 하기엔 사람들의 인식 전환이 힘들어요. 도심 곳곳에 있는 여행산업의 핵심인 모텔들을 잘 개발하면 우리나라 부가가치도 올라갈 텐데 안타깝습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도움을 줬으면 좋겠어요. 국민, 정부, 지자체, 숙박업 모든 분들이 마음을 열어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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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는 돈을 벌어 회사를 키우자는 생각에서, 10년을 걸쳐 이제는 숙박시설 인식 개선과 이를 통한 놀이문화까지 고민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또 이제는 모바일 시대를 맞아 국경을 넘어선 무한 경쟁이란 위기와 기회의 기로에 놓여있다. 앞으로의 10년이 어떻게 전개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저희 야놀자는 10년 후 발전된 놀이문화, 숙박문화의 초석이었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설렘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 그리고 공간을 제공하는 야놀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