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앱개발, '퓨즈'로 더 화려하게 편리하게"

노르웨이 스타트업 '퓨즈툴즈닷컴' CEO & 미국지사장 인터뷰

컴퓨팅입력 :2015/06/01 16:53

영상업계의 전문편집도구 '애프터이펙트'처럼 화려한 시각효과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에 담을 수 있을까? 할 수는 있어도 잘 하긴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었다.

이런 가운데 북유럽의 한 스타트업이 그런 어려움을 풀어낼 해답을 내놓겠다고 예고해 주목된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사, 미국 팔로알토에 지사, 스무명 남짓한 직원을 둔 4년차 스타트업 '퓨즈(Fuse)'가 주인공이다.

퓨즈는 업계서 손꼽히는 난제를 풀기 위해 자사 핵심 노하우를 녹인 모바일앱 개발툴을 만든다. 화려한 시각효과는 기본이고 주요 플랫폼인 iOS와 안드로이드 각각에 알맞는 API를 직접 활용하는 네이티브앱을 단일 코드로 개발하며 디자이너와의 유기적인 반복 협업까지 실현해 준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퓨즈는 설립이후 별다른 제품을 출시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누적 700만달러 가량을 투자받았는데, 이가운데 280만달러는 연초 성사된 신규 유치 금액이다. 스타트업 '스포티파이'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북유럽계 창업투자회사 노스존(Northzone)이 주도한 결과였다. 제품은 여전히 비공개 시험판 상태다. 그런데도 거액을 투자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과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지난달 중순께 퓨즈의 주요 임원들이 한국을 찾았다. 이르면 하반기 진행될 제품 오픈베타 기간을 앞두고 유망 시장가운데 한 곳인 한국의 개발자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소속 개발자를 대표하는 안더스 라센 퓨즈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한국인인 임수미 퓨즈 미국지사장이 동행했다.

임수미 퓨즈 미국지사장(왼쪽)과 안더스 라센 퓨즈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지디넷코리아는 방한 당시 라센 CEO, 임 지사장과 만나 퓨즈의 기술적 경쟁력과 북유럽 스타트업의 투자 문화에 대한 특징을 들을 수 있었다. 인터뷰는 이날 퓨즈와 비즈니스미팅을 진행한 빅데이터인프라 전문업체 그루터가 제공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옥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다소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퓨즈 임원들과의 인터뷰를 1문1답으로 재구성했다.

-정확히 뭘 만드는지 간단히 설명해 달라.

라센: '퓨즈'라는 크로스플랫폼 앱 개발툴이다. 모바일 및 데스크톱 플랫폼과 브라우저에서 돌아가는 앱 개발의 '엔드투엔드' 과정을 지원한다. 자바스크립트 프로그래밍만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한 UI뿐아니라 'X코드'로 만든 iOS 앱이나 이클립스ADT로 만든 안드로이드앱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퓨즈는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네이티브 코드로 직접 번역되는 다양한 코드 라이브러리를 갖췄다. 개발자들은 모든 플랫폼에서 즉시 사용 가능한 반응형 UI 요소, 레이아웃, 부드러운 애니메이션과 뛰어난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해 앱을 만들 수 있다.

-퓨즈는 기존 크로스플랫폼 개발툴과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나

라센: 퓨즈는 앱의 타깃 플랫폼을 안드로이드와 iOS 또는 데스크톱이나 웹 등으로 구별하는 게 아니라 각각의 구동 환경이 갖는 특성까지 고려해 세분화할 수 있다. 덕분에 화려한 시각효과를 사용하면서도 각 플랫폼 성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 개발 및 디자인 담당자의 협업도 효율화해준다.

-여러 플랫폼에 대응하는 앱을 만들면 흔히 관리할 코드가 여러 벌로 늘어나는 부담이 있는데, 퓨즈처럼 앱의 구동 시나리오를 기기 성능별로 세분화한다면 그 문제를 더 조장하는 것 아닌지 의문인데

라센: 그렇지 않다. 퓨즈 사용시 타깃 플랫폼에 대한 소스코드를 단 하나로 관리할 수 있다. 코드 한 벌 안에서 플랫폼의 특성차를 고려해야 할 경우에만 (조건 분기 같은 절차로) 대응할 수 있다. 세분화된 OS 버전, 하드웨어 성능, 화면 크기 등을 모두 고려할 수 있다.

크로스플랫폼 모바일앱 개발툴 퓨즈 소개 영상의 한 장면. 아이폰과 삼성전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동일한 앱을 만들어 실행 중인 모습.

여타 크로스플랫폼 개발툴은 플랫폼별 최종 결과물을 위해 단일 코드만 작성하기가 어렵다. 단일 코드 개발 방식도 주 타깃인 한 쪽의 플랫폼에 맞춰 개발한 다음 나머지 플랫폼에 맞게 수정하는 시나리오가 많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자마린'과 비슷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자마린은 각 타깃 플랫폼을 위한 런타임을 포함하지 않는다. 플랫폼별로 소스코드가 갈라진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퓨즈는 앱에 화려한 시각효과를 넣으면서도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 같은데, UI에 복잡한 표현을 넣으면 당연히 절대적인 성능은 떨어지는 것 아닌가

라센: 퓨즈에서 컴파일되는 모든 것은 사람이 읽을 수 있는 네이티브코드와 오픈GL(OpenGL) 또는 네이티브 플랫폼 컨트롤을 통한 시각요소로 구성된다. 개발자의 앱이 모든 대응 플랫폼마다 개별적으로 개발될 때처럼 모든 네이티브플랫폼 API와 함수에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앱 개발자는 퓨즈가 제공하는 네이티브 개발 환경을 통해 화려한 시각효과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복잡한 시나리오를 구현하면서도 최적의 화면속도(optimal FRAME rates)와 최소한의 전력소모를 기대할 수 있다.

임: 라센 CEO를 비롯해 퓨즈의 창립멤버인 엔지니어들 대부분이 모바일프로세서설계업체 ARM에서 일하던 GPU전문가들이다. 다른 모바일앱 개발툴과 달리 기기의 하드웨어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추게 된 배경은 이런 GPU관련 전문지식이 뒷받침됐다.

-자바스크립트만 익히면 각 플랫폼에 맞는 네티이브API를 다룰 수 있나

라센: 퓨즈로 모든 하드웨어 네이티브 기능을 활용하려면 '우노(Uno)'를 사용해야 한다. 하드웨어를 저수준(low-level) 기능에 접근하기 위한 언어다. C#에 모바일 플랫폼 특성에 따라 불필요한 기능을 빼고 퓨즈를 위한 자체API를 추가했다. C# 개발 경험이 있다면 적응하기가 수월할 거다.

임: 복잡한 효과를 포함하는 앱 개발 결과물의 성능을 여타 툴에 비해 개선해줄 수 있다는 것에만 주목할 필요는 없다. 결과물의 성능 우위는 기본적으로 전제될 수 있는 사안이고, 퓨즈가 줄 수 있는 핵심 가치는 다른 데 있다. 앱 개발 조직에서 개발 및 디자인 담당자간의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것이다.

크로스플랫폼 모바일앱 개발툴 퓨즈 소개 영상의 한 장면. 퓨즈 개발툴에 작성되는 코드는 대략 이런 모습이다.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협업을 효율화해준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라센: 대개 디자이너는 결과물을 정적인 방법으로 만든다, 이를 구현할 개발자에게 전달하면 의도한 디자인을 정확하게 나타내는 데 한계가 있다. 개발자가 이를 처음부터 온전히 파악할 수 없고, 플랫폼간의 특성에 따른 차이도 존재한다. 디자이너와 개발자간의 협업이 빠르게 순환하며 이뤄지기 어렵다. 퓨즈는 이런 상황에 놓인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새로우면서도 더 나은 방법으로 협력하게 해준다.

디자이너는 퓨즈를 사용해 UI, 상호작용, 움직임을 쉽게 설계하고 구현할 수 있다. 이걸 곧장 네이티브코드로 컴파일해 개발자가 활용 가능한 수준으로 내놓을 수 있다. 최종 결과물을 위해 다른 툴을 쓰는 현장에서도 디자인 시안이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기 위한 도구로 퓨즈를 써볼 수 있다.

개발자는 퓨즈로 앱의 모든 요소를 제어할 수 있다. 퓨즈에선 모든 게 코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퓨즈에는 작성 중인 코드를 즉시 각 타깃 플랫폼에서 실행시 어떻게 보일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시뮬레이터'가 내장돼 있어 개발 도중에도 디자인 의도가 제대로 반영됐는지도 수시로 확인이 가능하다.

-아직 정식 제품화되지 않은 걸로 아는데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출시 일정은 어떻게 계획 중인지

라센: 현재 클로즈베타 기간이다. 최근까지 본사 인근의 노르웨이 스타트업들이 만드는 앱 개발 과정을 지원해 왔다. 퓨즈를 활용해 개발한 앱 성능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라센 CEO는 홈페이지에 올려 둔 몇 가지 데모 영상과 파트너에서 개발한 'FLARE'라는 이름의 소셜데이팅 앱 작동 화면을 시연했다. 구글의 '머티리얼디자인' 스타일을 흉내내어 트랜지션 및 블러 효과가 포함된 UI를 안드로이드 및 iOS에 동시 대응하도록 만든 앱도 선보였다. 그는 해당 코드를 반나절만에 만들었고, 결과물 코드는 300줄도 채 되지 않으며, 이를 시뮬레이터로 돌리면서 수정도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임: 라센 CEO는 이번주(5월 중순) 내내 많은 고객사, 개발자들과 만났다. 전반적으로 멋지다는 평가가 많았다. 퓨즈의 콘셉트를 실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아는 사람들로부터는 '그게 시연용이 아니라 정말로 구현된 기술이 맞느냐'는 얘길 들을 정도로 믿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다. 사실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라센: 클로즈베타를 끝내고 2개월 쯤 뒤에 오픈베타를 시작할 예정이다. 정식판은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중 내놓게 될 것 같다.

크로스플랫폼 모바일앱 개발툴 퓨즈 소개 영상의 한 장면. 작성 중인 코드를 즉시 타깃 플랫폼에서 돌리는 것처럼 보여주는 앱 시뮬레이터가 있다.

-수익화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나

라센: 아직 확정짓지 않았다. 우선 개발을 진행해 나가면서, 사용자층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개발자 커뮤니티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에 온 이유중 하나도 아직 개발 중인 제품을 수익화하는 것보다는 앱 개발이 활발한 시장에서 개발자들의 지지와 호응을 끌어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임: 어도비에 인수되기 전 매크로미디어에서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한 커뮤니티 참여 유도와 활동 촉진, 에반젤리스트 유치와 같은 역할을 맡았었다. 한국뿐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이런 활동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가 미국지사를 맡게 된 이유 중 하나다.

라센: 정식판을 내놓더라도 곧바로 유료화하지는 않을 것 같다.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버전은 항상 있을 것이다. 기술적으로 어느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판단이 설 때 유료화를 추진할 것이다. 카피당 라이선스 판매를 할지, 사용자 대상으로 월간 과금을 받는 서브스크립션 방식을 채택할지는 모르겠다.

-4년째 매출 한 푼 없이 순수 펀딩만으로 운영하면서 당장 수익화를 걱정하지도 않고 있다니, 투자 6개월 이내에 매출을 강요받기 시작하는 한국에선 그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라센: 투자자들은 우리같은 스타트업을 볼 때 뭔가 경쟁자에게 따라잡히기 어려운 가치를 만들어낼만한 회사라는 믿음을 갖기 시작하면 장기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투자를 결정한다. 스타트업이 달라지는 트렌드에 맞춰 시장 전략이나 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 우리는 그간 해온 일과 동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이걸 대응이 필요한 거대한 흐름에 맞게 융화되게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사실 퓨즈는 GPU엔지니어들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고성능 게임 엔진을 개발하려 했다. 그러나 현재 게임 엔진 시장의 대세는 유니티와 언리얼이 차지한 상황이다. 이후 크로스플랫폼을 지원하는 앱개발툴 시장이 커질 것이란 판단아래 디자이너와 개발자간의 협업에 초점을 맞춘 퓨즈를 만들게 됐다.)

-북유럽의 스타트업 투자 문화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어떤 것인가

관련기사

임: 북유럽 투자자들은 투자를 이곳저곳에 하기보단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스타트업에, 수적으론 적더라도 질적으로 괜찮은 곳에 초점을 맞춰 하는 경향이 있다. 또 투자회사 사람들은 투자관련 의사결정만 하는 게 아니라 각자 나름대로의 경쟁력도 있는 사람들이다. 마치 컨설팅회사처럼 비즈니스개발이나 마케팅 등을 도와주면서, 투자대상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괜찮은 회사같다 싶으면 아예 지원 자금을 (펀딩 시점에 앞서) 미리 따로 준비해 둔다. 처음에 작은 펀딩을 받아 시작한 회사가 향후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나설 때, 처음의 10~20배 되는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정말 괜찮다 싶은 스타트업은 투자를 요구하지 않더라도 투자회사들이 여기를 잡기위해 서로 모여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