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 뒤흔든 ‘최악의 인터넷 규제’

모든 인터넷 콘텐츠 사전 검열 법안 발의

인터넷입력 :2015/06/01 10:01    수정: 2015/06/01 10:42

강력한 저작권법 규제와 제한적 본인확인제, 청소년보호 목적의 연령 및 본인확인제로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몸살을 앓는 가운데 이보다 더한 규제 법안이 남아프리카에서 발의됐다.

해당 법안은 ‘최악의 인터넷 규제 법안'으로 불리며 거센 반발과 함께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1일 주요외신에 따르면, ‘아동 포르노 단속’이라는 명목으로 인터넷을 ‘등록제’로 전환하고, 모든 콘텐츠의 사전 검열을 실시하는 인터넷 규제 법안이 남아프리카에서 제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영화&출판 위원회(Film and Publication Board, 이하 FPB)가 제안한 ‘온라인 규제정책 법안’이다. FPB는 미디어 콘텐츠를 분류하는 기관으로, 유해한 콘텐츠가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주 임무다.

온라인 규제 정책 법안에는 ‘남아공에서 영화나 게임, 출판물을 배포하고자 하는 자는 FPB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적혀있다. 이 때 규제 대상이 되는 영화나 게임 등은 성인물 등 특정물을 규제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다. ‘모든 영화와 게임, 섹스와 폭력, 욕설을 포함한 출판물’이라고 명시돼 있다. 즉 온라인상의 방대한 콘텐츠가 규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또한 법안의 주요 대상인 ‘콘텐츠 제작자’는 기존의 미디어 뿐만 아니라 개인도 포함돼 있어 인터넷 블로그 및 개인 웹사이트, 유튜브에 업로드된 동영상, 페이스북 페이지까지도 검열 대상이 된다. 규제 방식은 인터넷에 콘텐츠를 게시하고 싶은 사람은 먼저 FPB에 기부금을 지불하고 동의서를 제출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한 작품공개가 ‘라이선스제’에 가까운 형태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제출한 콘텐츠는 공개되기 전 FPB에 의해 분류되는 방식이다.

또한 법안에는 ‘디지털 콘텐츠 분류 때문에 FPB 직원이 콘텐츠 배포자에게 파견되는 경우가 있다’고 적혀 있다. 시민 기자나 일반 인터넷 사용자의 집에 FPB 직원이 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분류를 받은 후 해당 콘텐츠에는 FPB 로고가 나타날 수 있으며, 법안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 분류가 이뤄지지 않은 콘텐츠가 업로드 돼 있을 경우 FPB는 이를 경고하게 돼 있다. 이 알림을 받으면 게시자는 해당 콘텐츠를 즉시 삭제해야 한다.

그러나 온라인 유통의 정의가 모호하고 실제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이 아니라 아무 상관없는 남아공의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ISP)가 해당된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 플랫폼은 여러 가지 콘텐츠들이 자유롭게 게시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콘텐츠의 사전 검열 실행이 불가능 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잠재적인 위험성이 있고, 또한 어린이가 보기에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근거로 FPB가 온라인 플랫폼 관리자에게 철회를 명령할 수 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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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법안이 현실화 되면 해당 법안이 아이를 지키는 법률로서 작동되는 것이 아닌, 표현의 모호함을 이용한 법률 남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인터넷은 특성상 ‘즉시성’을 띄고 있는데, 검열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본래의 특성을 잃게 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표현의 자유 제한을 넘어 인터넷 자체가 후퇴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이 법안은 지난 3월 관보에 게재됐으며, 4월에는 온라인 규제 정책 법안에 반대하는 권리 단체인 라이트2노우(Right2Know)가 데모를 일으키기도 했다. 전자프런티어 재단도 라이트2노우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온라인 규제정책 법안을 ‘최악의 인터넷 규제 법안’이라고 비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