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왜 TV 사업을 포기했을까

패널 비중 너무 높아…삼성 등 한국업체 의존 우려

홈&모바일입력 :2015/05/21 16:57    수정: 2015/05/21 17:0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은 왜 10년 전부터 꿈꾸던 텔레비전 개발 사업을 포기했을까?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19일(이하 현지 시각) 애플이 지난 해에 TV 사업을 포기하고 관련 팀을 해체했다고 보도해 관심을 모았다. 당초 애플은 초고해상도(UHD) 디스플레이에 센서가 장착된 카메라로 화상통화가 가능한 TV를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애플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라 과감하게 관련 사업을 접었다는 것이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였다. 삼성이 주도하는 TV 시장에 뛰어들기엔 역부족이란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이번엔 블룸버그통신이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좀 더 깊이 파고들었다. 블룸버그는 “서류상으로 보면 멋지게 들리지만 현실을 다르다”면서 “TV 수상기를 만드는 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만드는 것과는 굉장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차이는 역시 디스플레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TV에서는 스크린이 전체 생산 비용의 80% 가량을 차지한다. 반면 스마트폰에선 전체 생산비에서 스크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이 차이는 중요하게 작용한다. 다른 비용으로 여러 가지 차별화된 기능을 만들 수 있는 스마트폰과 달리 TV는 스크린 하나 붙여 넣고 나면 차별화 포인트를 찾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살 때는 여러 가지 체크 포인트가 있다. 소프트웨어부터 처리 속도, 메모리 같은 요소 뿐 아니라 카메라와 운영체제도 주요 고려 요인이다. 하지만 TV는 화질과 가격 딱 두 가지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애플이 TV 생산을 포기한 것은 이 부분 때문이라는 게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TV용 패널 디스플레이 시장은 삼성, LG 같은 한국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IDC 자료에 따르면 삼성과 LG는 TV용 LCD 패널 시장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애플 입장에선 차별화할 여지가 별로 없는 데다 삼성에 과도하게 의존할 가능성이 많은 TV 사업을 과감하게 포기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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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상황 역시 고려됐을 가능성이 많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이 2007년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 때는 아이팟으로 음악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방법을 그대로 활용했다. 업계 표준 요소를 매력적으로 구성한 뒤 사용하기 쉬운 소프트웨어와 결합했다.

게다가 당시 스마트폰 시장은 막 달아오르기 직전이었다. 새로운 업체가 파고들 여지가 충분했다는 얘기다. 반면 TV시장은 이미 경쟁이 치열한 데다 영업 마진도 박한 편이라고 블룸버그가 지적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