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다 달라는 정치권 “표준 역행”

미래부 ‘4+1’안도 사실상 거부… 다시 원점으로

방송/통신입력 :2015/05/19 22:00    수정: 2015/05/27 14:36

“(정부의 4+1안은)EBS에 DMB 대역을 공급하려는 물 타기 작업이다. 공익적 목적이 강한 EBS 채널에도 동일하게 배정하는 방향으로 안을 수정해 보고해야 한다.”(최민희 의원)

“EBS만 DMB 대역을 제공하는 것은 4+1이 아니라 4-1 방안이다. 문화 콘텐츠 산업을 이끌어 가는데 지상파방송 중심의 투자와 선도를 인정한다면 700MHz 주파수는 방송에 우선 배정이 이뤄져야 한다.”(전병헌 의원)

“EBS에만 DMB 채널을 제공하는 것은 지상파방송 하나에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으로 형평성에 어긋난다.”(심학봉 의원)

19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정책소위원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이처럼 정부가 ‘4+1’안으로 제시한 700MHz 주파수 분배방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사실상 700MHz 주파수를 지상파방송의 UHD용으로 전부 할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래부의 ‘4+1’안은 KBS1?2, MBC, SBS는 700MHz 6MHz폭씩 분배하고 EBS는 DMB 대역을 활용하자는 안이다. 나머지는 이미 국가재난안전통신망에 할당된 20MHz폭을 제외하고 이동통신용으로 40MHz폭(상?하향 20MHz폭)을 할당하겠다는 것이다. 즉, 방송과 통신이 700MHz를 나눠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낸 고육지책이다. 정치권은 이같은 정부안마저도 수용할 수 없다며 노골적으로 지상파방송 편들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 데이터 시대, 황금주파수 방송 줘라?

주파수소위가 열린 이날 KT,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까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골자는 음성 무제한 요금제를 2만원대까지 획기적으로 낮추고, 데이터 무제한 요금도 5만원대까지 인하한 것이다.

미래부는 이날 SK텔레콤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로, 향후 이동통신 서비스의 패러다임이 음성→데이터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이동통신의 패러다임 변화는 향후 폭발적인 데이터 사용량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2018년 첫 선을 보일 5G가 상용화되면 데이터 사용량이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할 것이란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우리나라 모바일 트래픽은 지난 3월을 기준으로 13만8천121테라바이트(TB)로 5년 전 아이폰 도입 당시 때보다 350배 증가했으며,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에서는 올해 데이터 트래픽 증가율을 7배 정도로 예측했지만 이미 이를 넘어선 상태다.

홍인기 경희대 교수는 “현재 7억개 정도 연결된 모바일 기기들이 향후 5G에서는 1천억개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모바일로 연결된 클라우드, 빅데이터 성장을 위해서도 주파수 트래픽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700MHz 방송 분배, 경제적 손해 책임 누가?

정치권을 제외한 대다수 학계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굳이 전 세계 국가들이 이동통신용으로 쓰고 있는 700MHz 주파수를 방송용으로 분배해 스스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느냐는 것이다.

황승훈 동국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IMT 대역의 채널 배치 방안을 보면 지상파방송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가능해진 주파수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키로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700MHz 활용방안 수립 시 반드시 국제적인 추세를 고려해 활용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 이후 700MHz 대역을 사용하는 국가는 없으며, 주파수의 글로벌 추세에서 벗어날 경우 향후 장비와 단말기 수급 문제와 같은 경제적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임주환 정보통신산업연구원 원장은 “방송진영에서는 이동통신용으로 700MHz를 권고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권고가 권고일 뿐이라고 지적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ITU는 개별 국가에 제재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권고라는 형식을 취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임 원장은 이어 “ITU 권고에 따라 국제적 흐름이 만들어지는데 국제적 흐름과 달리 갔을 때 책임은 각국에서 지는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사한 사례로 과거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이 3G 서비스 방식으로 IMT-2000 동기식을 선택했지만, 국내를 포함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3G 서비스를 비동기식 WCDMA로 선택하면서 장비와 단말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3G 사업을 포기한 바 있다.

■ 지상파, 700MHz 없으면 UHD 방송 불가?

또 하나는 700MHz 주파수가 없으면 지상파방송사들이 UHD 방송을 할 수 없느냐 하는가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상파가 UHD 방송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방송계가 대안이 있음에도 700MHz를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상파방송이 디지털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방송망은 MFN 방식의 아날로그로, 방송망을 고도화할 경우 충분히 UHD 방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임 원장은 “지상파가 2012년 12월 디지털 전환을 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방송망의 주파수 채널로 228MHz폭을 사용하고 있고 이는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주파수를 과다 이용하는 것”이라며 “ETRI에 따르면 디지털 방송망을 고도화하면 3년, 3천억원 정도면 UHD 방송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다른 나라는 하지 않는 방송용에 700MHz를 할당하는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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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상 광운대 교수는 “지상파 방송망을 SFN이나 DFN으로 전환하는 것 외에도 MMS 방식으로 KBS 채널에 EBS 채널을 같이 전송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며 “MBC나 SBS 등 민영방송사는 어렵겠지만 KBS, EBS 간에는 충분히 가능하며 이 채널만 효율화해도 UHD 채널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NHK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지상파가 추진하는 4K UHD 방송은 진정한 UHD도 아니고 업스케일링 수준이며 8K가 본격적인 UHD라고 한다”며 “UHD를 한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광고수입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왜 한국에서 지상파 UHD가 논란인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