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키지SW업계 "클라우드 전환 쉽지 않네"

일반입력 :2015/05/12 16:00

글로벌 소프트웨어(SW) 시장이 패키지 구축형에서 클라우드 기반(Software as a Service: SaaS)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국내 SW업체들도 클라우드 제품을 선보이는 경우가 최근 크게 늘었다.

하지만 중소.중견 기업 규모가 많은 대다수 국내SW업체들은 클라우로 체질을 개선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정부의 적극적인 진흥책과 업체 스스로의 과감한 리스크 감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한글과컴퓨(한컴), 인프라웨어, 영림원, 핸디소프트 등 국내 대표 SW업체들은 클라우드 기반 제품을 줄줄이 선보였다. 한컴과 인프라웨어는 각각 클라우드 오피스SW '넷피스'와 폴라리스오피스'를 출시했다. 영림원은 클라우드 기반 전사적자원관리(ERP) 제품 '지니어스'를, 핸디소프트는 SaaS 플랫폼 '핸디피아'를 공개했다.

업체들은 클라우드 제품이 글로벌 진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클라우드 제품 특성상 기능이 표준화돼 있어 글로벌 고객에도 적용이 가능하고, 아마존 AWS, MS 애저 등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IaaS) 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세계 어디서 접속하든 안정적으로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클라우드발전법이 통과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도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SW업체들은 기존 패키지 방식에서 클라우드 방식으로 전환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지 못한 게 현실이다.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에 따르면 회원사 중 SaaS 분야로 가입한 업체는 10%에 불과하다.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이창길 기술연구부 본부장은 (클라우드 발전법 통과 이후) SaaS 시장에 뛰어들 만한 업체가 적은 게 사실이며 정부도 SaaS 경쟁력이 약하다고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하려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원인은 여러 가지로 지적된다. 중소중견 기업이 대다수인 SW업체들이 패키지SW 개발과 유지보수, 영업 등에 투입되는 인력을 빼 클라우드 제품에 투입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한 IT컨설팅 분야 전문가는 매출 50억~100억 대 수준 기업이 많은데 실제 매출이 나오는 패키지 제품에 투입된 인력들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면 패키지 제품 매출에도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패키지 제품과 클라우드 제품간의 시장 잠식(카니발리제이션) 현상에 대한 걱정도 존재한다.

실제 영림원은 이미 2013년 말 경 클라우드 기반 전사적자원관리(ERP) 제품을 개발을 완료했지만 패키지 제품 시장잠식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서지 않았다.

권영범 영림원 대표는 최근 클라우드 ERP 출시 간담회에서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충돌이 일어나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었다며 이제는 시대가 워낙 빨리 클라우드와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발표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많은 SW기업들이 클라우드로 전환하는데 가장 현실적인 장벽은 월과금 형식으로 매출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패키지형 제품을 판매했을 때 한번에 올릴 수 있는 매출을 수년에 걸쳐서 나눠 거둬들이게 되면 당장 매출 규모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IT컨설팅 분야 전문가는 아직 클라우드 시장이 활짝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최소 3년은 연구개발과 마케팅에 들어간 비용을 투자라고 생각하고 기다릴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인 회사가 아니라면 시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클라우드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2018년엔 전세계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클라우드기반 SW가 27.8%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트너는 한국 SaaS 시장규모가 2014년 1천735억원에서 2018년 4천276억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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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SW 업체들이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 들 수 있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SW업체 대표는 정부에서 클라우드를 도입할 때는 1년치 사용 비용을 한 번에 지급해 주는 등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체들의 과감한 투자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많다.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이창길 본부장은 정부 정책만으로 풀기 어려운 점이 많다며 업체들이 비전과 미래를 보고 리스크는 안고 갈 수 밖에 없다”고 과감한 투자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