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iOS-안드로이드앱 포용 전략 현실적인가?

일반입력 :2015/05/04 14:04

황치규 기자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빌드2015 개발자 컨퍼런스는 SW제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정말로 많이 변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계기였다.

'빌드2015'에서 MS는 캐시카우인 윈도에 집착하는 과거의 MS가 아니었다. 미래를 위해 닫힌 문을 열고, 유료로 팔던 것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하는 파격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안드로이드와 iOS 앱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앱을 윈도용으로 쉽게 바꿀 수 있게 해주는 도구를 공개한 것도 이번 빌드 행사에서 MS가 보인 파격 중 하나였다.

MS가 이번 ‘빌드2015’에서 공개한 ‘유니버셜 윈도 플랫폼’은 ▲웹 ▲닷넷&WIN32 ▲자바/C++/안드로이드 ▲오브젝티브C 등 4가지 형태의 앱 개발이 가능하다. 자바나 C++, 안드로이드 앱은 물론 오브젝티브C로 만든 iOS 앱을 윈도10용 앱으로 변환할 수 있다. 개발자는 단일한 코드와 바이너리를 활용해 윈도10, 안드로이드, iOS 등 광범위한 플랫폼에 자신의 앱을 배포할 수 있게 한다.

MS의 행보와 관련해 지디넷 칼럼니스트 스티븐 J 본 니콜스는 최근 글에서 MS의 전략은 윈도 모바일 측면에서만 놓고보면 먹혀들지 않을 것이란 평가를 내려 눈길을 끈다. 시장과 기술 측면에서 모두 걸림돌이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 윈도 기반 데스크톱에서 안드로이드앱을 쓰고 싶다면 블루스택과 같은 외부 업체 솔루션들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구글도 크롬OS를 탑재한 기기에서 안드로이드앱을 쓸 수 있도록 안드로이드 앱 런타임 포 크롬(ARC)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MS는 이번 빌드 행사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윈도용으로 바꿀 수 있는 변환 툴인 ‘프로젝트 아스토리아(Astoria)’를 공개했다. 이게 가능한 것은 MS가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프로젝트(Android Open Source Project: AOSP)를 하부체제(서브시스템: subsystem)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AOSP는 구글이 주도하는 안드로이드 프로젝트다. 구글도 AOSP를 기반으로 자사 서비스와 통합한 구글판 안드로이드를 제작한 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에게 제공한다.

본 니콜스는 AOSP를 하부체제로 쓰는 것에 대해 윈도용으로 전환된 앱은 윈도에서 에뮬레이션되는 안드로이드에서 구동되는 것이라며 에뮬레이션으로 뭔가를 돌리게 되면 성능은 저하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에뮬레이션이란 어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기능을 다른 종류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도 구현해보는 것을 의미한다.

MS는 안드로이드앱을 윈도용으로 전환하는 것과 관련해 에뮬레이션이 아니라 서브시스템을 강조하는 모습이지만 본 니콜스는 에뮬레이션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AOSP용으로 짜여진 앱들은 구글 안드로이드에서 쓸 수 있는 유튜브, 구글맵스, 지메일 등과 같은 구글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 윈도10 기반 모바일 기기용으로 전환된 안드로이드앱에서는 구글 모바일 서비스를 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MS는 AOSP를 기반으로 구글과는 다른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이아노젠과 손을 잡았다. 사이아노젠 OS에서 MS 앱과 서비스를 번들로 제공하는 것이 협력의 골자. 사이아노젠을 통해 제공될 MS 서비스는 빙 검색 서비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인 스카이프,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인 원드라이브, 이메일인 아웃룩, 그리고 오피스를 포함하고 있다. 그럼에도 본 니콜스는 이론적으로 개발자들은 큰 혼란없이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패키지(APK)를 윈도10 모바일용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iOS 개발자 입장에서 iOS앱을 윈도용으로 전환하는 것은 더욱 복잡한 문제다. MS는 iOS을 윈도용으로 바꿔주는 툴인 ‘프로젝트 아일랜드우드(Islandwood)’를 이번 빌드2015에서 공개하면서 오브젝티브C를 사용한 윈도앱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개발자 입장에서 아일랜드우드는 iOS앱을 윈도 모바일용으로 실제로 포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들 앱은 안드로이드에서 보다 윈도에서 빠르게 돌아간다는 장점이 있지만 iOS 개발자들이 애플리케이션을 고치는데 보다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단점도 있다는 것이 본 니콜스 설명이다.

시장 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2월 스마트폰OS 시장에서 구글과 애플 점유율은 합쳐서 96.3%에 이른다. 윈도폰은 4.2%에 불과하다. 본 니콜스는 이런 상황에서 카밤과 같은 모바일 SW 회사가 윈도폰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MS는 독자 OS를 갖고 모바일 시장에서 유의미한 존재가 되기 위해 필사적이지만 실패로 끝날 것이라며 안드로이드와 iOS에 자사 애플리케이션들을 포팅하는 것이 보다 나은 전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