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레노버·인스퍼, 한국 서버 시장 진입 환영"

쑨찌아웨이 화웨이 엔터프라이즈비즈니스그룹 IT제품군 마케팅 디렉터 인터뷰

일반입력 :2015/04/29 16:40    수정: 2015/04/30 19:26

화웨이 엔터프라이즈 사업 담당 임원이 한국 서버 시장을 향하는 레노버나 인스퍼의 행보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끈다. 한국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존재감을 함께 어필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인식이 엿보인다.

쑨 찌아웨이 화웨이 엔터프라이즈비즈니스그룹 IT제품군 마케팅 디렉터는 이달 중순 중국 선전 화웨이 본사에서 진행된 미디어브리핑 자리에서 올해 한국에서 (엔터프라이즈) 사업을 시작하는 레노버와,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이라 알려진 인스퍼의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국내 서버 시장에는 HP, 델, IBM, 시스코 등이 자리잡은 상태. 화웨이는 신생 서버 업체로서 미국 IT업체들과 맞붙어야 하는 상황이다. 화웨이가 같은 중국 업체라는 이유로 레노버와 인스퍼같은 회사와 공생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이들과의 경쟁을 반기는 데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쑨 디렉터는 (레노버, 인스퍼의 서버 사업이 가시화되면) 더이상 화웨이가 한국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유일한 중국 회사로 소개되진 않을 테고, 전반적으로 중국 회사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그 존재와 좋은 기술력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레노버는 지난해 1월 IBM으로부터 인수한 x86서버 사업 자산과 인력 및 조직을 통합해 왔다. 이에 한국레노버가 이달 1일부터 통합 체제를 공식 출범시켰다. 국내 서버 시장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2위 목표를 내걸고 엔터프라이즈 사업, 기업용 데이터센터 인프라 솔루션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스퍼도 국내 시장 확대 의지를 갖고 있다. 앞서 지난해 MDS테크놀로지와의 총판 사업을 진행하다 조용히 정리한 이후로는 공식적인 국내 사업 조직을 갖추지 않은 상태지만, 공식사이트에 한국어 지원을 추가했고 수시로 출장을 오는 한국사업총괄 담당자가 시장 동향 파악과 영업을 진행 중이다.

쑨 디렉터는 이들과 한국에서 경쟁하더라도 화웨이에게 시장 기회는 충분히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화웨이는 IBM,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레드햇, HP, 시스코 등 주요 미국 IT업체를 포함한 파트너 500여곳과 협력해 화웨이 서버를 포함한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주요 기술 호환성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다. 시장과 고객사들로부터 기술의 안정성과 제품 성능에 대한 신뢰를 키우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화웨이는 유통과 부가 솔루션 공급을 담당하는 채널파트너와의 협력도 강조하고 있다. 화웨이 엔터프라이즈 사업부의 채널프로그램에 등록된 '디스트리뷰터'와 '밸류애디드파트너(VAP)'는 300곳이며 티어2 파트너는 6천곳 이상에 달한다. 화웨이는 연말까지 파트너 수를 8천곳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다만 한국화웨이 파트너 협력망엔 석연찮은 지점이 있다. 주요 총판 중 하나인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이 화웨이 엔터프라이즈 사업부와 직접 경쟁하는 히타치데이터시스템즈(HDS)와 효성그룹의 투자합작사란 사실이다.

HDS와의 관계상, HIS가 대놓고 화웨이를 밀어주긴 어렵지 않을까? 이에 대해 쑨 디렉터는 어떤 협력사든 특정 업체의 파트너로서만 사업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경쟁사와의 관계에 따른 문제는 타사의 파트너도 마찬가지라며 서로 협력 모델이나 기밀, 가격정보, 시장전략 등을 경쟁사에 넘기지 않는 등의 선을 잘 지키면서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답했다.

함께 질문한 한국화웨이의 총판 확대나 채널파트너 확충 계획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화웨이는 '중국 업체라서 가격은 저렴하지만 성능이나 안정성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식의 선입견을 극복해 나갈 방침이다. 기술력으로 인정받아 미드레인지와 엔트리급 등 중저가 제품과 차별화되는 고성능 제품을 내놓고 기존 사업자들과 경쟁해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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쑨 디렉터는 화웨이가 한국 시장에서 중저가 솔루션 공급에만 집중하려 했다면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하는 퓨전스피어(클라우드솔루션)나 퓨전큐브(컨버지드인프라) 사업을 추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한국 고객과 장기적인 협력을 도모하고 앞으로도 많은 투자를 진행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지사가 이미 한국 직원 채용을 확대했고 유럽, 중동, 남미 지역 투자도 늘리고 있는데 이런 신규 시장에서 지사를 세우고 사람을 뽑는 과정이 사실 만만치 않다면서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의 한계인데, 브랜드 성장엔 많은 시간이 필요한만큼 지금은 그걸 위한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