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도 와이파이로"…구글, 통신시장 '위협'

'프로젝트 파이'가 통신사 브랜드 약화시킬 수도

일반입력 :2015/04/26 09:54    수정: 2015/04/27 08:1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구글의 ’와이파이 퍼스트’ 모델이 통신 시장의 기본 질서를 뒤흔들 수 있을까?

‘안드로이드 군단’의 심장인 구글이 마침내 새로운 통신 서비스를 공개했다. 지난 22일(이하 현지 시각) 가상사설망(MVNO) 방식을 채택한 ‘프로젝트 파이’를 선보이면서 통신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구글이 ‘프로젝트 파이’를 공개한 직후 많은 외신들과 국내 매체들은 ‘싼 값 서비스’에 주목했다. 실제로 월 20달러에 문자와 통화를 무제한 제공하고 데이터 1GB 당 10달러란 싼 요금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구글은 안 쓴 데이터 값은 월말에 다시 돌려주겠다고 밝혀 현재 통용되고 있는 통신 시장의 기본 모델에 도전장을 던졌다.물론 아직까지는 구글 자체 폰인 넥서스6만 사용할 수 있는 등 한계가 많다. 그러다보니 일부에선 ‘싼값 통신 서비스를 가장한 넥서스6 떨이 판매’란 비판도 제기됐다.

하지만 구글이 새롭게 내놓은 모델 중 주목할 부분이 있다. 바로 일부 전문가들이 ‘와이파이 퍼스트’라고 명명한 부분이다. 미국 신생 통신사인 스크래치 와이어리스의 앨런 베레이 최고경영자(CEO)는 벤처비트에 기고한 글에서 “구글의 와이파이 퍼스트 모델은 AT&T, 버라이즌 같은 거대 통신사 몰락의 시작”이라고 진단했다.

■ 음성 통화까지 '와이파이 퍼스트' 모델 적용

일단 구글 서비스의 기본 개념부터 한번 살펴보자. 구글 ‘프로젝트 파이’는 크게 세 가지 망을 사용한다. 일단 통신사 중에선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LTE 망을 사용한다. 여기에 와이파이까지 합쳐서 세 가지 망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눈에 띄는 점은 가입자들이 T모바일이나 스프린트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게 아니란 부분이다. ‘프로젝트 파이’에 가입하게 되면 두 통신사 망에 모두 가입된다. 결국 ‘프로젝트 파이’가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서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얘기다.

바로 이 대목에서 ‘와이파이 퍼스트 모델’이 적용된다. 한마디로 데이터 뿐 아니라 음성 통화를 할 때도 와이파이를 주된 수단으로 쓸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베레이는 이와 관련해 구글이 선택할 수 있는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구글은 모든 안드로이드 기기에 ‘와이파이 퍼스트’ 기능을 기본 탑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안드로이드 기기는 피치 못할 경우가 아닌 한 음성 통화를 할 때도 와이파이 망을 사용하게 된다.

두 번째는 와이파이 연결성이다. 현재도 와이파이가 도처에 깔려 있지만 소비자들의 활용도는 생각만큼 높지 않다. 구글이 와이파이 표준 확대 등을 통해 이 부분을 좀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와이파이가 좀 더 주된 통신 수단이 되면서도 ‘끊김 없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베레이는 통신 시장 관련 연구 자료를 토대로 이 같은 시나리오가 몰고 올 파장을 강조했다. 밸리다스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안 쓴 데이터 때문에 허비하는 돈이 매달 28달러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소비자들이 지나치게 비싼 통신료를 물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의 프로젝트 파이는 당장 이 부분을 이슈로 떠오르게 할 가능성이 많다.

베레이는 또 시스코 자료도 함께 소개했다. 시스코에 따르면 지난 해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 중 46%는 와이파이를 통해 오고 갔다. 그런데 와이파이 퍼스트가 정착될 경우 그 비중은 90%에 이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연간 7천억 달러 가량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베레이가 주장했다.

거대 통신사들을 위협하는 더 큰 요소는 다른 곳에 있다. ‘와이파이 퍼스트’ 모델을 앞세운 구글이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할 경우 통신사 브랜드가 급속하게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 통신사와 소비자 사이에 구글이 치고 들어갈 수도

‘프로젝트 파이’가 확대될 경우 통신사와 소비자 사이에 구글이 자리를 차고 들어갈 수도 있다. A란 가입자가 ‘프로젝트 파이’를 이용한다고 가정해보자.

특정 지역에 갔는 데 주 통신사인 버라이즌의 와이파이가 잘 연결되지 않을 경우 구글이 그 곳에서 가장 잘 터지는 다른 와이파이 망을 자동으로 찾아준다. ‘와이파이 퍼스트’ 모델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뿐 아니라 음성 통화를 할 때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될 경우 어느 순간 소비자들의 머리에서 통신사 브랜드가 서서히 약화될 수도 있다. 필요한 와이파이 망을 전부 구글이 찾아주기 때문이다. 나중엔 요금까지 구글이 부과한 뒤 통신사에 나눠주게 될 수도 있다고 베레이는 주장했다.

베레이는 “와이파이 퍼스트 비즈니스 모델이 ‘버라이즌’이란 브랜드를 소비자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게 할 경우 지난 해 이 회사가 올렸던 770억 달러 순익은 과거의 일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와이파이 퍼스트’는 스크래치 와이어리스를 비롯해 리퍼블릭, 프리덤팝 등 미국 통신사들이 들고 나온 모델이다. 케이블비전이 최근 선보인 프리휠 역시 와이파이로만 제공되는 통신 서비스다.

베레이는 와이파이 퍼스트 운동을 주도하는 스크래치 와이어리스의 CEO다. 따라서 구글의 ‘프로젝트 파이’를 자기 쪽으로 좀 더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구글이 공개한 내용만 놓고 보더라도 단순히 싼값 서비스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통신 시장의 기본 패러다임을 바꿀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 아이폰 이후 또 다시 통신 패러다임 변화 기폭제 될까

애플이 처음 스마트폰을 내놓는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은 불과 몇 년 만에 단말기 시장에서 통신사 브랜드를 급속하게 약화시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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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퍼스트’를 기본 패러다임으로 하는 구글의 ‘프로젝트 파이’ 역시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 “통신 요금이 쓸 데 없이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불만까지 잘 건드릴 경우엔 그 속도가 더 가속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구글이 광대역 통신망 확대에 유난히 공을 쏟는 점을 감안하면 ‘프로젝트 파이’가 단순히 넥서스6 재고품 떨이를 위한 ‘짝퉁 서비스’ 수준에 머물지 않을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