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싼값 통신 서비스, 핵폭풍 될까

싼 요금-망 동시 이용 혁신…기존 사업자 긴장할 듯

일반입력 :2015/04/23 16:26    수정: 2015/04/24 14:2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소문으로 떠돌던 구글의 이동통신 사업 진출이 마침내 현실화됐다. 구글은 22일(현지 시각) 이동통신사의 망을 빌어서 서비스하는 가상사설망(MVNO) 형태로 무선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글은 이날 ‘프로젝트 파이(Project Fi)’란 이동통신 서비스 내용을 공개했다.

우선 이용하는 망은 크게 세 가지다.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LTE 망, 그리고 와이파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부분은 가입자들이 T모바일이나 스프린트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란 점이다.

구글의 ‘프로젝트 파이’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T모바일과 스프린트 망 모두에 가입된다. 결국 넥서스6로 ‘프로젝트 파이’에 가입하게 되면 이용자의 위치에 따라 와이파이와 CDMA, GSM 뿐 아니라 LTE를 넘나들게 된다는 얘기다.

당연한 얘기지만 통신, 음성, 데이터가 T모바일과 스프린트, 와이파이를 끊김 없이 넘나든다는 얘기다.

■ 클라우드에 번호 저장 → 여러 기기에서 동시 사용

요금 제도 기존 통신 서비스와 다르게 접근했다. 일단 기본 요금은 월 20달러로 책정됐다. 이 요금만 내면 음성, 문자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별도 지불되는 데이터 사용료는 월 10달러다. 이 부분에서 구글은 다르게 접근했다. 쓴만큼만 데이터 요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 따라서 10달러로 1GB를 구매한 뒤 500MB만 썼을 경우엔 5달러를 반환해준다.

IT 전문 매체인 아스테크니카는 “데이터 사용량이 월별로 들쭉 날쭉한 사람들에겐 ‘프로젝트 파이’에 가입할 경우 요금을 상당히 많이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구글의 ‘프로젝트 파이’는 아직은 시범 서비스 수준이다. 지금 당장은 구글 자체 폰인 넥서스6로만 쓸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조만간 해소될 전망이다.

이는 구글이 서비스를 적용하는 방식만 봐도 알 수 있다. 구글의 ‘프로젝트 파이’는 특정 단말기에 번호를 부여하는 구조가 아니다. 전화번호는 클라우드에 저장해 놓는다. 따라서 앞으로 스마트폰 뿐 아니라 태블릿을 비롯한 다양한 기기로 확대 적용해나갈 것이라고 구글 측이 밝혔다.

이런 설명을 감안하면 현재 넥서스6로 한정돼 있는 통신 서비스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이 추진하는 무인자동차나 로봇 등에도 확대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 광고 데이터 확보-안드로이드 기기 활성화 노린듯

그렇다면 구글은 왜 통신사업에 발을 들여놓는 걸까? 당연한 얘기지만 구글은 통신 서비스 자체보다는 다른 쪽에 더 관심이 있다. 구글의 다양한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데 통신이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서는 IT 전문 매체인 리코드가 잘 분석했다. 리코드는 구글이 통신사업을 통해 광고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수집하는 이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 뿐 아니다. 구글의 통신 서비스는 안드로이드 기기, 그 중에서도 구글 자체폰인 넥서스6에서만 구동된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구글의 값싼 통신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구글의 각종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게 된다.

‘프로젝트 파이’는 통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당연한 얘기지만 가뜩이나 가격 경쟁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기존 사업자들에겐 위협 요인이 될 가능성이 많다.

특히 시장의 양대 강자인 AT&T와 버라이즌에겐 상당히 신경 쓰이는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이번에 구글과 손을 잡은 T모바일과 스프린트에게도 마찬가지다. 자체 브랜드 서비스 가입자들이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다. 리코드는 구글이 이번에 ‘프로젝트 파이’를 통해 T모바일과 스프린트 망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도록 한 부분도 기존 사업자들에겐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고객 눈높이가 그 곳에 맞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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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뻔히 아는 T모바일과 스프린트는 왜 구글에 망을 빌려줬을까? 이에 대해 리코드는 “두 회사는 자신들의 망을 가능한 많이 채우려는 욕구가 강한 회사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미 MVNO 사업자들에게 망을 도매로 임대하는 사업을 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양대 강자인 AT&T나 버라이즌과는 입장이 조금 다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