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뒤흔든 망중립성 공방, 이번엔 유럽 '강타'

유럽이사회 '특수 서비스' 허용에 대대적 반대 움직임

일반입력 :2015/04/14 10:04    수정: 2015/04/14 10:2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국을 강타했던 망중립성 공방이 이젠 유럽연합(EU)으로 넘어갔다. 유럽이사회의 망차별 허용 움직임에 반대하는 대대적인 시민운동이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 오픈라이트그룹(ORG)을 비롯한 유럽내 디지털 권리 옹호 조직들이 13일(현지 시각) ’인터넷을 구하자(Save The Internet)’는 사이트를 새롭게 출범시켰다고 아스테크니카가 보도했다.

‘유럽에서 망중립성 수호(Defend Net Neutrality in Europe)’란 캐치 프레이즈를 내건 이 사이트는 유럽 이사회가 망 차별을 허용하는 망중립성 수정안을 추진하는 것에 반발해 대대적인 시민운동을 전개할 태세다.

유럽이사회 멤버들은 지난 3월 인터넷 접속 차별 금지 조항은 그대로 유지한 채 고속 인터넷 접속에 필요한 특별 서비스는 일부 허용하는 쪽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유럽의회의 망중립성 원칙, 유럽이사회가 뒤집어

유럽에서 망중립성 관련 법제화 작업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13년이었다. 당시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주도로 망중립성 관련 법을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규제 움직임이 시작됐다.

당시 마련된 법안에는 ‘특수 서비스(specialized services)’를 허용하는 등 망중립성 기본 원칙과 배치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특수 서비스’는 미국 망중립성 법안에 나오는 ‘급행 회선(fast lane)’과 같은 의미다.

이 문제는 지난 해 3월 해소됐다. 유럽의회가 돈을 지불하는 업체들에게 우대를 하는 ‘특수 서비스’ 조항을 제거한 망중립성 수정안을 통과시킨 것. 당시 수정안은 EU 디지털 아젠다 책임자인 닐리 크로스 주도로 제출됐다.

유럽 의회는 망사업자들이 경쟁사의 인터넷 서비스를 차단하거나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닐리 크로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유럽의 망중립성 원칙은 1년 만에 사실상 붕괴됐다. 유럽이사회가 지난 3월 ‘특수 서비스’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유럽이사회는 EU회원국 국가 원수나 정부 각료 등으로 구성된 단체다. 입법권한은 없지만 중요한 문제를 다루며, 여기서 결정된 사항은 EU의 정치적 지침 역할을 하게 된다.

영국 오픈라이트그룹(ORG)을 비롯한 유럽의 주요 디지털 권리 옹호단체들이 ‘인터넷을 구하자’는 캠페인을 시작한 것은 이런 상황 때문이다. 시민의 힘으로 유럽 정책 당국의 망중립성 압살 움직임에 대응하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 3자회담 통해 새로운 안 도출해내야

ORG를 이끌고 있는 짐 킬록은 아스테크니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망중립성 법안은 인터넷 서비스제공자(ISP)들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차별하는 것을 허용해주는 게 문제다”면서 “그 뿐 아니라 ISP들이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면서 돈을 벌어들일 수도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C와 유럽의회, 그리고 유럽이사회가 비공개 3자회담(trialogue)을 통해 공통된 입장을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EU 시민들에게는 자기 지역 의원들에게 최종안에서 망중립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막아달라는 편지를 쓸 것을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지난 해 강력한 망중립성 원칙을 통과시킨 유럽의회 의원들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주문했다.

EU에서 망중립성 원칙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는 것은 여러가지 복합적인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망중립성 관련 논의를 주도하는 EU 디지털 아젠다 책임자가 닐리 크로스에서 군터 외팅거로 바뀐 것도 상당한 변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

망중립성 원칙에 대해 찬성 입장을 보였던 닐리 크로스와 달리 군터 외팅거는 상당히 비판적인 관점을 나타내고 있다. 아스테크니카에 따르면 군터 외팅거는 “망중립성이 특히 독일에서는 탈레반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스테크니카는 또 EU가 망중립성 원칙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쪽으로 돌아선 것은 커넥티드 자동차를 비롯한 일부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 미국도 지난 해 '급행회선 허용' 놓고 공방

미국도 지난 해 비슷한 공방을 겪었다. 항소법원에서 패소한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 해 5월 '급행회선' 허용을 골자로 하는 망중립성 수정안을 내놓은 때문이다.

FCC의 망중립성 수정안이 나온 뒤 엄청난 반대 여론이 쏟아졌다. 여론 수렴 과정에서 무려 400만 건이 접수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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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FCC는 올들어 ISP를 통신법 706조의 타이틀2로 재분류하는 새로운 망중립성 원칙을 통과시켰다. 타이틀2로 분류될 경우 기간통신사업자에 준하는 강력한 규제를 받게 된다.

특히 FCC는 사상 처음으로 무선 사업자들에게도 망중립성 원칙을 적용하는 강력한 규제 원칙을 확립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