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가 말하는 IoT벤처투자 비법

기업 인수-투자 대원칙은 '혁신'

일반입력 :2015/04/03 15:32    수정: 2015/04/06 10:34

네트워크 거인 시스코시스템즈가 사물인터넷(IoT) 분야 신생 벤처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투자와 협력을 추진하는 가운데 자사가 어떤 기업에 투자와 인수에 무게를 두고 있는지 밝혀 주목된다.

시스코의 '만물인터넷' 투자 대상 가운데 성과를 가시화한 국내 기업들도 인수될 수 있을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데릭 이데모토 시스코 비즈니스개발담당 부사장은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컨벤션에서 만물인터넷을 주제로 내건 컨퍼런스 '시스코커넥트2015' 현장에서 본사의 투자 및 인수 현황과 전략을 제시했다.

시스코는 '시스코인베스트먼츠'라는 글로벌 투자조직을 통해 2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운용한다. 신생 벤처업체를 포함한 직접투자처를 80개 이상 두고 있으며 펀드를 토한 간접투자처도 35개 이상에 달한다.

이데모토 부사장은 전체 50% 이상 투자가 미국 실리콘밸리 이외 지역에서 이뤄지고 시스코의 '만물인터넷'을 위해 한국에서 선정된 투자처도 있다며 우리는 글로벌 확장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스코에서 투자와 인수를 담당하는 조직은 같은 부서라며 초기 시장을 테스팅하는 기회를 보고 그 기회가 확장되기 이전 단계에선 '투자'를, 그 후 확장 가능한 기회가 발생할 것인지 또 시장파괴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지 등 잠재력에 따라 '인수' 기회를 가늠한다고 덧붙였다.

■문제 해결 중심 투자에서 주제 영역 초점 투자로

이데모토 부사장은 투자의 대원칙을 '혁신'으로 꼽았다. 그에 따르면 시스코는 혁신에 필요한 뭔가를 만들어내거나, 사들이거나, 협력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이는 시스코의 혁신 전략인 '빌드(Build)', '바이(Buy)', '파트너(Partner)'라는 요소와 이를 '통합(Integrate)'한다는 것, 4개 축으로 표현됐다.

그는 이런 혁신 전략의 한 측면인 파트너 확보 차원에서 시스코가 갖고 있는 투자 결정을 위한 원칙을 소개했다. 원칙은 투자처가 시스코의 도움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췄는지, 그리고 투자처의 역량을 통해 시스코가 해당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다.

시스코의 투자 원칙은 첫째, 시스코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성장이 가능한가, 둘째, 그 회사의 시장을 통해 시스코가 뭔가 배울 수 있는가, 셋째, 시스코가 그로부터 새로운 시장에서 고객과의 접점을 확보할 수 있나, 넷째, 시스코가 해당 시장에 지리적으로 노출될 기회를 얻을 수 있나, 이렇게 4가지다.

이게 전부는 아니다. 이데모토 부사장에 따르면 시스코의 투자 전략은 과거와 좀 달라진 측면이 있다. 이전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영역의 해법을 갖고 있는 회사와 손잡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광범위한 주제영역 가운데 경쟁력을 갖고 있는 투자처를 발굴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이데모토 부사장은 문제와 직결된 투자에서 주제와 결부된 투자로, 전략상의 변화가 있었다며 현재 시스코가 투자하는 주제 영역은 빅데이터 및 애널리틱스, 커넥티드 모빌리티, IoT, 스토리지, 반도체, 콘텐츠 기술 생태계, 인도 혁신, 이스라엑 혁신, 중국 혁신, 9가지라고 언급했다.

■인수 전략은 투자의 연장선

시스코의 기업 인수 전략도 앞서 밝힌 투자처를 선택하는 관점과 맞닿아 있다. 시스코가 어딘가를 인수해야 한다면 그건 시장을 통한 학습이라든지 고객 접점 또는 지리적인 노출 기회 확보라든지, 그런 이득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시스코의 기업 인수는 벤처 투자에 비해 이런 기대치를 한층 극대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기대치를 나타내는 표현도 좀 더 직접적이다. 시스코가 이런 기대치를 표현하는 용어는 '신규 시장', '확장', '가속', 3가지로 요약된다.

이데모토 부사장은 통합커뮤니케이션(UC) 솔루션 '웹엑스'를 확보해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시장에 진출한 것이 '신규 시장' 확보 사례라며 텔레프레즌스 업체 탠드버그 인수는 '확장'에 해당하며, 보안업체 '소스파이어' 인수는 (기존 보안솔루션 사업 로드맵에 대한) '가속' 사례라고 설명했다.

시스코는 기업 인수 후 자사에 필요한 통합의 대상을 3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해당 업체가 보유한 고유 기술과 그 전문성을 갖고 있는 인재를 통합하는 것. 둘째, 이미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해당 업체의 제품과 솔루션을 통합하는 것. 셋째, 기술과 솔루션 이전에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통합하는 것.

이데모토 부사장은 인수처와 계약이 무난하게 성사된다 하더라도 실제로 시스코와 해당 기업의 팀, 문화, 프로세스가 제대로 통합되지 않는다면 성공을 거둘 수 없다며 시스코는 1993년 창립 이래 175개 회사를 인수했고, 이는 평균적으로 6주마다 회사 1곳을 샀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 만물인터넷 회사에도 적극 투자

시스코는 최근 몇년간 만물인터넷 시장에서 파트너 확보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 왔다. 각국에서 크고 작은 파트너 확보와 기업 인수를 추진해 온 움직임도 그 연장선에 있다. 지난해 8월 한국에선 영상관제와 시각화가 특기인 솔루션 업체 N3N이 시스코의 만물인터넷 투자 파트너로 소개됐다.

시스코커넥트2015 행사장에서는 N3N에 이어 또다른 투자 파트너 나무아이앤씨가 이름을 알렸다. 이 회사는 제조 현장에서 서로 통신방식이 다른 생산설비, 품질관리시설, 방재시설 등의 표준화되지 않은 데이터를 단일 형태로 묶어 기업IT에서 알아볼 수 있게 만드는 미들웨어 솔루션을 공급해 왔다.

N3N과 나무아이앤씨는 시스코의 지원을 통한 국외 사업에 기대가 높다. 국내서 시스코와 같은 글로벌 IT업체가 만물인터넷 또는 IoT라 표현되는 신사업 영역을 공략하기 위해 투자 대상과 관련 사례, 지원 방식까지 공개하는 움직임은 이례적이다. N3N과 나무아이앤씨 사례에 관심이 쏟아진 배경이다.

앞서 시스코는 혁신을 위해 파트너 관계를 맺기도 하고 인수를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투자 대상을 발굴하는 관점의 연장선에서 인수 대상을 물색한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시스코가 단순 투자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 영업까지 대신 해 주고 있는 국내 파트너를 인수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어 보인다.

실제로 한국서 시스코커넥트2015가 열리는 동안 시스코 본사는 지난 1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과거 투자 파트너였던 기술업체 '엠브레인'을 산다고 밝혔다. 시스코는 지난해 엠브레인의 1천400만달러 규모 투자에 참여했다. 엠브레인은 애플리케이션중심인프라(ACI) 호환 L4-7스위치 기술을 보유했다.

■시스코, 한국 만물인터넷 기업도 인수할까?

한국 파트너는 어떨까? 시스코는 이미 '파트너플러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N3N의 솔루션을 직접 국외에 공급하는 인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다양한 국외 N3N 솔루션 공급 사례가 시스코의 사업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는 게 N3N 측 설명이다. 시스코가 이런 파트너를 인수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그러나 관련 질문을 받은 시스코 측 임원들은 가능성이 있거나 없거나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요약하면 시스코가 이미 사들인 벤처 업체들과 현재 N3N 또는 나무아이앤씨처럼 만물인터넷 펀드 기반의 투자 파트너로 손잡고 있는 회사들로부터 기대하는 부분이 다르다는 얘기다.

정경원 시스코코리아 대표는 우리에게는 혁신을 위한 빌드, 바이, 파트너 전략이 있다고 밝혔고,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겠지만 파트너십 확보와 바이(인수) 전략을 적절히 혼용한다며 회사 판단에 따라 기술 측면에서 이점이 크다면 인수하고, 협력이 더 중요하다면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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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이데모토 부사장은 N3N과 나무아이앤씨에 대한 만물인터넷 파트너 투자는 별도 조성된 펀드를 통해 집행된 것이고, 솔루션 영업을 위한 투자(솔루션플러스 프로그램)는 N3N에만 진행된 것이라며 인수합병은 시스코 자산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빙 탄 시스코 아태일본지역 총괄 사장은 우리는 혁신에 초점을 맞췄을 뿐 시장의 모든 지적자산을 확보하려고 인수하는 건 아니다라며 솔루션플러스 프로그램은 파트너들이 가진 능력을 우리가 세계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돕는 수단이자 그들과 협력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