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관련 모든 혁신, 배달의민족서 구현"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푸드테크는 미래산업"

일반입력 :2015/03/30 07:20

“음식과 IT가 만나서 혁신이 일어난 적이 없어요. 대형 프랜차이즈가 시스템적으로 체계를 갖추면서 물류망을 갖춰나간 것 말고는 말이죠. 모든 음식과 관련된 혁신은 우리를 통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도전해보려 합니다.”

지난해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의 멘토이자, 선망의 대상으로 떠오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최근 ‘푸드테크’ 전도사로 나섰다. 세상의 모든 음식과 IT를 결합한 혁신을 바로 ‘배달의민족’을 통해 이루겠다는 것.

지난해 각종 광고상을 휩쓸며 온 국민의 머릿속에 ‘음식배달=배달의민족’을 각인시킨 김봉진 대표는 푸드테크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디자이너 출신 대표답게 창의력이 발휘된 대목이다.

음식 배달 서비스가 무슨 푸드테크냐는 의문을 품을까 했는데, 김봉진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5페이지짜리 자료 하나를 기자에게 건넸다. 배달의민족 유사 서비스들의 성과와 사업 현황이 기록된 문서였다.

자료에 따르면 2004년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음식주문 서비스, 그럽허브의 기업가치는 약 2조1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4분기 매출액은 759억원, 거래액은 5천514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업체인 ‘요기요’·‘배달통’의 주인이기도 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는 유럽·호주·미국·중국 등 29개 나라에 진출한 상태다. 작년 8월까지 시리즈G 유치로 총 누적 투자 유치액만 6천억원에 달한다. 지난 2월 이 회사는 독일의 푸드판다에게 지분 30%를 6천억원에 매각하는 성과를 냈다.

이 밖에 기업가치 2조6천억원인 영국의 저스트잇, 250개 도시에 가맹점 수 20만 개를 확보하고 2천만 명의 이용자에게 서비스 하는 중국의 으얼러머 등 세계 곳곳에서 배달의민족과 같은 음식 배달앱 기업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사람들이 흔히 ‘소상공인 등골 브레이커’로 폄하했던 배달앱 시장이 푸드테크로 표현할 만큼 굵직한 시장으로 성장했다는 게 김 대표의 메시지다.

“배달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어요. 한국에만 배달 시장이 크고 치열하게 경쟁한다고 생각하지만 뉴욕·중국·영국에서 상장한 회사도 있고 또 새롭게 나타나고 있죠. 우버도, 아마존도 뛰어들고 있어요.”

사실 기존 전단지와 단짝이던 음식 배달업이 PC 온라인과 모바일이란 ‘새 친구’를 만나면서부터 다양한 혁신들이 일어나고 있다. 별 것 아닌 듯 보이지만 전단지나 상가 책자를 뒤지던 사람들이 휴대폰에 설치된 앱 하나로 메뉴 선택부터 주문, 결제까지 한 번에 하고 있다. 맛없거나 서비스가 엉망이면 별점 평가와 리뷰란에 ‘정당한 보복’도 한다.

김봉진 대표는 기존 정형화 된 배달 음식을 넘어 음식과 관련한 모든 혁신적인 서비스들을 배달의민족을 통해 선보인다는 각오다. 최근 가락동 시장의 회를 집까지 배달해주는 ‘배민수산’ 역시 푸드테크 계획의 일부분이다.

“음식 배달은 바로 가져다 줘야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아요. 그렇기 때문에 고도화된 IT 기술과 의 접목으로 혁신이 더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죠. 맛집 원거리 배송 서비스 등 여러 가지를 실험 중이에요. 최근에 투자한 모바일 식권 서비스 ‘식권대장’도 사실 저희가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서비스였고요. 음식 쪽에 푸드테크라고 부를 수 있는 여러 분야가 아직도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봉진 대표의 푸드테크 구상은 상당히 구체적인 단계까지 나아가 있다. 단순히 “다양한 음식을 웹이나 앱으로 편리하게 배달해주자”는 정도가 아니다. 아마 이 수준에 그쳤다면 그는 푸드테크란 단어를 애초에 꺼내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핀테크 산업이 현재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처럼 결제에 치중돼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대출 업무도 있어요. 대출은 얼마나 건강한 이자를 잘 내고, 회수를 잘 하느냐가 중요하죠. 저희는 배달의민족 고객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잘 될 수 있는 곳들을 예측할 수 있어요. 창업 후 오래 생존할 수 있는 곳들을 찾을 수 있는데, 사업까진 아니어도 핀테크 관련 훌륭한 회사가 나타나면 제휴를 고려해볼 생각입니다.”

향후 배달의민족과 손잡은 은행 또는 핀테크 기업들과 고객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해당 업소에 대한 대출이 적정한지, 또 대출금 회수에 문제가 없는지 도움을 준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배달의민족을 이용해 무분별한 대출로 발생되는 사회적 비용까지 아껴주는 계산을 하고 있었다.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고 푸드테크를 실현해나갈 생각입니다. 요기요와 우리와의 마케팅전을 생각해 배달앱 시장을 편협하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전체 시장 흐름 안에서 서비스 개선과 안정화도 진행할거고요. 모든 음식과 관련된 혁신은 우리를 통해 일어나도록 도전할 겁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배우 류승룡을 앞세운 두 번의 TV 광고 캠페인을 통해 탄탄한 인지도를 쌓았다. 작품성과 완성도, 그리고 재미와 재치까지 겸비한 광고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관련기사

그리고 3차 CF 광고가 곧 전파를 탄다. 푸드테크란 이름으로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는 배달의민족이 이번에는 어떤 메시지와 인상을 안겨줄지 벌써부터 시장의 기대가 뜨겁다.

하지만 김봉진 대표는 너무 큰 기대는 말아 달란다. 그러면서도 “여러 부담 속에 다른 방식도 고민했으나 결국 하고 싶었던 대로 재밌게 만들었다”는 말로 오히려 더 큰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