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본부장 “우정사업, 올해도 흑자”

'보편적 서비스+경영성과' 두마리 토끼 잡는 공기업

일반입력 :2015/03/24 14:45    수정: 2015/03/24 14:58

“조계사 옆 우정총국 앞에는 오래된 나무가 하나 있는데 고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나무가 물을 빨아들이는 기능이 떨어지면 고목이 되어가는 것인데 흡사 우정사업본부의 우편 업무가 그러합니다. 하루에 10통 배달하는 우체국도 있습니다.”

취임한 지 1년6개월여가 된 김준호 우정사업본부 본부장은 우편 사업 적자로 인한 우정사업본부의 어려움을 몸이 말라가는 고목에 비유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체국으로 1884년 우정총국이 만들어지면서 우편제도는 130년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통신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우체국 적자의 최대 숙제로 전락하게 됐다.

실제, 우리나라 우체국 중 절반이 넘는 약 55%가 도시가 아닌 시골에 있다. 그럼에도 면 단위 이하의 우체국은 없애지 못하고 있다. 농어촌이나 도서지역 주민들에게 편리한 보편적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다.

그렇다고 도시에서의 우편 사업 역시 좋은 형편은 아니다. 우편 사업의 90%는 기업 우편물이 차지하는데 이것 역시 계속 감소 추세다. 특히 우편물 발송이 많은 통신‧보험‧은행 등의 업종도 마찬가지다. 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똑같다.

OECD 국가들도 매년 4%씩 우편물이 줄어들면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이를 줄여나가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마침 인터뷰가 있던 날 SK텔레콤이 향후 요금고지서 발송을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오프라인 고지서는 원하는 고객에게만 발송하겠다는 보도가 나왔다.

“SK텔레콤에서 발송되는 우편 물량이 한 해 570만부 정도 됩니다. 대략 1부당 300원 꼴인데 이것이 온라인으로 대체되면 우정사업본부 입장에서는 170억원의 매출이 허공에 날아가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전체 경영수지에서 적자가 아닌 흑자를 기록했다. 본부조직과 3개 직할관서, 9개 지방우정청, 우체국은 강원도에서 울릉도까지 전국에 3천600여개가 운영되고 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합쳐 총 직원 수가 4만4천여명에 이른다. 이렇게 큰 조직에서 근간인 우정사업에서 적자를 내고도 흑자경영을 유지한 것이다.

■ ‘국민 편익+경영 성과’ 두 마리 토끼 잡는 공기업

“공기업 운영이라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적자를 내면 방만 경영을 했다고 지탄을 받고 흑자를 내면 국민 호주머니 털어 수익을 낸다고 욕을 먹습니다. 그 중간의 성적을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우정사업본부 입장에서는 세출 예산 중 80%가 인건비를 차지하고 있고, 우편물 감소 추세와 저성장, 저금리,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어 경영하기가 더욱 쉽지 않습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공기업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는 오히려 많은 인력과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장점으로 특화시켜 제휴 사업으로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우체국 알뜰폰과 중고휴대폰 매입, 우체국 쇼핑 등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우체국의 여유 공간을 임대하면서 또 다른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체국 알뜰폰은 지난 2013년 9월 판매를 시작한 지 불과 1년6개월여 만에 가입자 20만명을 넘어섰고, 중고휴대폰 매입은 한 달 만에 5만여대의 실적을 올렸습니다. 한 조미김 업체는 우체국쇼핑으로 매출액 100억원을 달성하는 성과도 냈지요. 앞으로도 기존 우체국 업무에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업이나 타 공공기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휴 사업을 꾸준히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 같은 제휴 사업의 확장은 우정사업본부의 수익 향상뿐만 아니라 함께 사업을 하는 중소‧중견기업이나 국민들에게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줬다.

특히, 우체국 알뜰폰의 성과는 눈여겨 볼만하다. 우체국이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알뜰폰 업체의 이동통신서비스를 위탁‧판매하면서 도움도 주고, 국민 가계통신비 절감에도 톡톡한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이동통신3사의 1인당 월 평균 통신비는 3만6천468원이었던데 반해, 우체국 알뜰폰 가입자는 1만1천132원으로 69.5% 저렴했다.

“우체국 알뜰폰은 지난 2013년 9월 판매를 시작해 현재 전국 651개 우체국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기존 이통사에 비해 월 평균 통신비가 약 70% 저렴한 데 연간 600억원의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입니다. 더욱이 통신비 절감이 꼭 필요한 40~60대 가입자가 65%에 이르는데 중‧장년층의 가계통신비를 아껴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큽니다.”

우체국 알뜰폰은 올해 위탁 사업자를 10개로 확대하고, 판매상품도 피처폰 위주에서 스마트폰으로 넓혀 서비스의 선택권이 30종으로 늘어났다. 여기에는 요금 과다 청구나 유해매체를 자동 차단할 수 있는 청소년 전용 요금제도 포함됐다.

“앞으로도 가입자 편의를 위해 기기변경, 해지, 명의변경 업무나 USIM 칩의 현장 배부 등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고, 국민들의 통신비 절감을 위해 판매우체국을 계속 확대할 계획입니다.”

■ 우정사업 새 패러다임 개척

지난해 알뜰폰으로 국민 편익에 도움을 주면서도 경영 성과에 도움을 얻었다면, 올해는 우체국 개발과 임대로 또 다른 혁신을 꾀하고 있다. 우체국 1층의 우편‧금융창구를 최소화하고 2층에 배치하는 등 여유 공간을 민간시설로 개방하면서 신규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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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우체국을 개발해 우체국 창구의 여유 공간을 임대하면 신규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고 우정사업의 경영환경 변화에도 능동적인 대처할 수 있습니다. 투자재원 한계를 극복하고 민간의 창의성을 활용하기 위해 자체개발과 민간개발로 나눠 추진하고 있고 현재 타당성 분석을 통해 임대 수익률이 높은 곳부터 순차적으로 개발해 나갈 예정입니다. 올해 전국 168개 우체국이 대상입니다.”

실제, 광화문, 광주충장로, 부산아미동우체국 등의 경우 창구 공간 개방으로 7억원의 수익을 만들어냈고 우정사업본부는 2024년부터 연간 1천억원 이상의 신규 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