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MS, 모바일 혈맹…어떻게 성사됐나

삼성 "구글 의존 탈피"-MS "플랫폼 확대" 의기투합한듯

일반입력 :2015/03/24 11:44    수정: 2015/03/25 10:1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 의외의 변수가 등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삼성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강자들과 연이어 손을 잡으면서 잔잔한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과 MS가 모바일 플랫폼 시장 강자인 구글을 견제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테크크런치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MS는 23일(현지 시각) 삼성과의 모바일 제휴를 확대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 뿐 아니다. MS는 이날 델을 비롯한 전 세계 11개 안드로이드 업체들과도 제휴를 맺었다고 밝혔다. ‘크로스 플랫폼 전략’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속내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 MS, 삼성 외 11개 안드로이드 업체와도 맞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삼성과의 제휴다. 두 회사는 이날 갤럭시S6 뿐 아니라 앞으로 삼성이 출시할 일부 모바일 기기에 MS의 클라우드 기반 메모 서비스인 원노트,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인 원드라이브, 인터넷 음성·영상 통화 서비스인 스카이프 등을 기본 탑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삼성 신제품 사용자들은 2년간 원드라이브 기본용량(15GB)에 추가로 100GB 용량을 제공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기업간 거래(B2B) 채널을 통해 삼성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모바일 보안 솔루션인 녹스(Knox)를 결합한 MS 오피스365 3가지 버전(비즈니스, 비즈니스 프리미엄, 엔터프라이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MS는 같은 날 델을 비롯한 11개 안드로이드 업체와도 비슷한 제휴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날 MS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델을 비롯해 독일을 트렉스토, 포르투갈의 JP 사 코우토, 이탈리아의 데이터매틱, 러시아의 DEXP와도 제휴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캐나다의 힙스트릿, 파키스탄의 Q모바일, 아프리카의 테크노, 터키의 카스퍼 등도 동맹군으로 끌어들였다. 이와 함께 MS는 단말기 제조업체인 페가트론과도 비슷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역시 안드로이드 단말기에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원노트, 원드라이브, 스카이프 등을 기본 탑재하기로 했다.

■ 삼성, 기본 탑재 앱 삭제 기능 추가 '눈길'

MS와 안드로이드업체, 특히 삼성은 왜 손을 잡았을까? 이 대목에선 구글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일단 삼성 입장에선 구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황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이런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봐야 한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선 갤럭시S6 엣지에서 기본 탑재된 앱들을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이 생겼다는 뉴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드로이드 개발자 포럼인 XDA에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갤럭시S6 엣지는 원노트를 비롯해 기본 탑재된 MS 앱을 삭제할 수도 있도록 했다. 문제는 이 기능이 구글 앱들에도 똑 같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갤럭시S6 엣지 이용자들은 지메일, 구글 드라이브 뿐 아니라 구글 검색 앱도 삭제할 권한을 갖게 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해주면서 “원할 경우 삼성 갤럭시 폰을 MS 친화적인 폰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삼성은 MS와 제휴를 확대하면서 또 다른 플랫폼 종속 가능성도 미연에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IT 전문 매체인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삼성과 MS 두 회사는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를 비롯한 앱들을 기본 탑재할 수 있는 단말기를 선택할 권한을 갖기로 했다. 지나치게 종속된다는 판단을 했을 경우엔 관계를 끊을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해 놓은 셈이다.

■ MS, 나델라 취임 이후 이용자 기반 확대 주력

MS 역시 이번 정책을 통해 노리는 것이 적지 않다. 특히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계속 강조해온 이용자 기반 확대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번 제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SW 판매를 통해 돈을 벌어 왔던 MS는 나델라 취임 이후 이용자 기반을 널리는 쪽으로 초점을 바꿨다. 대표적인 것이 윈도10을 사실상 무료 배포하기로 한 조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최근 MS 직원들은 새로운 이용자 등록이나 이용시간 등을 얼마나 확대했느냐를 기준으로 실적 평가를 받는다. 그 동안 소프트웨어 판매에만 총력을 기울였던 MS에겐 큰 변화인 셈이다.

MS가 안드로이드 업체들에게 앱을 무료 탑재하기로 한 것도 이런 정책의 일환이라고 봐야 한다. 이렇게 할 경우 다른 MS 소프트웨어 이용자들도 같이 늘어날 것이란 판단인 셈이다.

이번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페기 존슨 부사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고객을 참여시키고, 그들에게 만족감을 줄 경우엔 ‘다른 SW는 없나?’고 눈을 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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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MS는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한 치 양보없는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이젠 ‘구글’이란 높은 벽을 넘기 위해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기로 약속했다. 지금 당장은 두 회사의 전격 제휴가 모바일 시장 판도를 뒤흔들 정도로 위협적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협상이 잘 진행될 경우 둘 모두 원하는 것을 하나씩 얻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구글 종속’이란 부담감을 떨쳐버릴 수 있는 반면 MS는 그토록 원했던 모바일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