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 망중립성 "타이틀2는 가볍게 적용"

FCC, 규칙 전문 공개…"차별금지-급행회선 금지 등에 초점"

일반입력 :2015/03/13 08:3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야심적으로 마련한 새 망중립성 규칙이 마침내 공개됐다. 관심을 모았던 타이틀2 규정 적용 범위는 생각만큼 넓지 않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더버지,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FCC는 12일(현지 시각) 본문만 313쪽에 이르는 새 망중립성 규칙 전문을 공개했다.

톰 휠러 위원장은 지난 달 초 5명의 위원들에게 망중립성 규칙 전문을 배포했다. 전문을 열람한 위원들은 지난 달 26일 전체 회의에서 3대 2로 통과시켰다. FCC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지 정확하게 2주 만에 규칙 전문이 공개된 셈이다.

■ 타이틀2 규정 중 700개 이상 적용 안 돼

이번 망중립성 핵심 쟁점은 인터넷 서비스사업자(ISP)들에게 통신법 706조의 타이틀2를 적용하는 부분이었다. 타이틀2가 적용될 경우 ISP들도 유선 전화 사업자와 같은 수준의 커먼 캐리어(common carrier) 의무를 지게 된다.

따라서 망중립성 규칙 전문이 공개되기 전 가장 큰 관심사는 ISP들에게 타이틀2 규정을 얼마나 많이 적용했느냐는 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더버지는 “타이틀2 규정 중 700개 이상 조항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라스트 마일 시설 번들 금지, 요금 규제, 비용 회계 규정 등은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FCC 역시 이번 규정은 “타이틀2에 대해 가볍게 건드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침은 FCC가 ISP들에게 타이틀2 의무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을 의식한 때문이라고 더버지 등이 분석했다.

새롭게 공개된 망중립성은 차단금지(no blocking), 트래픽 조절 금지(no throttling), 그리고 유료 급행회선 금지(no paid prioritization)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FCC의 새 규칙은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에 종사하는 사람은 합법적인 인터넷 트래픽을 훼손하거나 품질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또 이 규칙은 인터넷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해를 끼치지 않는 기기 등에 적용되는 것으로 돼 있다.

■ 기술적 이슈일 때만 합리적 망관리 허용

쟁점 사항이었던 급행 회선 부분에 대해서도 명문화했다. FCC는 일단 ‘유료 급행회선’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이 제3자에게 돈을 받거나 관련 사업에 혜택을 받는 대가로 특정 트래픽을 직간접적으로 우대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넷플릭스 등이 많은 관심을 보였던 상호접속 부분에 대해선 규정하지 않았다. 지난 해 초 주요 망 사업자들과 ‘피어링 계약’을 체결했던 넷플릭스는 망중립성 조항에 그 부분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규정에는 상호접속에 대해서는 명문화하지 않았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대신 FCC는 상호접속 관련 분쟁을 청취할 권한이 있다고만 규정했다.

FCC의 망중립성 규칙은 “라스트마일 이슈에 대한 경험이 10년 이상 축적돼 있긴 하지만 인터넷 트래픽 교환과 관련해서는 깊이 있는 배경 지식이 부족하다”면서 “따라서 현재로선 (이 문제에 대해선) 보고, 듣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고 규정했다. 지금 당장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FCC의 공식 입장인 셈이다.

FCC는 또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합리적인 망관리’ 권한은 부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FCC는 합리적 망관리의 개념을 명확히 규정해서 망 사업자들의 월권을 제한했다.

이와 관련 새 망중립성 규칙은 합리적 망 관리는 “비즈니스적인 목적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적용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 공개된 망중립성 전문 놓고 열띤 공방 벌어질듯

새로운 망중립성 규칙 전문이 공개됨에 따라 당분간 미국에서는 이 이슈를 놓고 열띤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당장 FCC는 새 망중립성 규칙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FCC는 규칙을 제정하기 위해 크게 세 단계를 거친다. ▲질의공고(NOI) ▲규칙제정공고(NPRM) ▲보고서 및 명령(R&O) 등이 바로 그것이다.

NOI는 통상적으로 새 규칙을 제정하기 위해 의견을 구하는 단계다. 이 단계를 거친 뒤에야 새 규칙을 고지하게 된다. 그 단계가 바로 NPRM이다. FCC가 이날 망중립성 규정을 공개한 것은 NPRM라고 봐야 한다.

NPRM을 한 뒤에는 의견 수렴 단계를 거친다. FCC는 지난 해 5월 급행회선 도입을 골자로 하는 망중립성 원칙을 제안한 뒤에는 2개월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이번에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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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가량 수집된 의견과 자료를 최종적으로 정리한 뒤에는 최종 규칙을 확정한다. 그것이 바로 R&O다.

따라서 미국에선 앞으로 2개월 여 동안 FCC의 새 망중립성 원칙에 대한 열띤 공개토론이 벌어질 가능성이 많다. 주요 통신사들도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