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핀테크'…초기 이상과열?

“스타트업 틈새시장 노려야”

일반입력 :2015/03/04 18:00    수정: 2015/03/04 18:08

금융과 기술이 결합한 ‘핀테크’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핀테크 시장에 경쟁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특히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모바일 결제 및 송금 분야에 사업자들이 몰리면서, 핀테크 시장의 핵심 사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경쟁과 이슈몰이로 ‘거품’이 섞여있다는 우려섞인 시각과 함께, 핀테크 사업에 올인한 중소 벤처업체의 경우, 생존경쟁에 내몰려 위기를 맞을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핀테크 열풍의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 바로 삼성전자의 모바일 결제시장 진입이다.

4일 삼성전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서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를 선보이고, 올 여름경 한국과 미국에서 먼저 이를 상용서비스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핀테크 결제 서비스의 불씨는 다음카카오가 먼저 지폈다. 지난해 말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와 모바일 지갑 서비스인 ‘뱅크월렛 카카오’를 출시한 것. 카카오페이는 현재 카톡 선물하기·GS샵 등 20곳의 가맹점을 통해 서비스 중이며, 80여 곳과 서비스 계약이 맺어진 상태다. 뱅크월렛 카카오는 송·수금 한도를 늘리고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추가하는 개편을 통해 진정한 ‘모바일 지갑’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기존 결제대행사(PG)사들의 간편결제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며 핀테크 열풍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국내 3위 이통사인 LG유플러스의 ‘페이나우’를 필두로 KG이니시스의 ‘케이페이’, KCP ‘페이코(퀵페이)’ 등이 기존 가맹점 인프라를 기반으로 간편결제 시장에 빠르게 진입했다.

인터넷 쇼핑몰업체들의 시장진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인터파크가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인 ‘옐로페이’를, 이베이코리아가 ‘스마일페이’를 자체 사이트에 서비스중이다. 또한 티몬이 LG유플러스 페이나우와 손잡고 ‘티몬페이’를 선보인데 이어 메프와 쿠팡도 비슷한 제휴 방식으로 자체적인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가세도 활발하다.

카드사들도 자체적으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비씨카드는 ‘페이올’, 롯데카드는 ‘원클릭’, 신한카드는 ‘패스워드 간편결제’란 이름으로 결제를 간소화 시켰다.

이 외에도 최근 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는 은행 5곳과 손잡고 간편송금앱 ‘토스’를 출시했다. 토스는 돈을 받는 사람이 토스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또 송금 즉시 이체가 완료돼 영업일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여기에 제3자의 부정 이용으로 이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손해액을 전액 보상한다. 회사는 송금서비스를 시작으로 추후 간편결제 서비스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전통적인 PG사부터, 카드사, ICT 기업은 물론 국내 대기업,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모바일 결제 시장에 눈독을 들이면서 핀테크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사람들의 지불 습관과 방식이 모바일 결제, 그 중 간편결제와 간편송금 쪽으로 기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자칫 과열경쟁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에 별도로 갈 필요 없이 인터넷 은행에서 통장과 카드를 만들고, 지갑 없이도 스마트폰 하나로 결제와 송금 업무를 하는 시대가 곧 도래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의 액티브X 및 공인인증서 폐지와, 규제개혁 정책도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과열되면서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이용자들이 선택하게 될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하나 둘로 압축될 게 뻔한데, 마치 누구에게나 일확천금이 가능한 시장으로 부풀려지고 있다는 것. 하루가 멀다 하고 여러 언론을 통해 핀테크가 핵심 키워드로 소개되면서 이 같은 거품이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핀테크가 이슈라는데 막상 막강한 인프라와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투입한 다음카카오조차 가맹점 확보와 이용자 확대에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 “너도나도 핀테크라고 하는데 정작 사람들의 결제 습관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게 없어보인다”는 우려섞인 지적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봐도 성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고 다들 핀테크, 모바일 결제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면서도 “이용자 입장에서는 가장 편리한 한 두 개 정도의 서비스를 이용할 테고, 나머지는 정리될 게 뻔한데 결국 큰 규모의 회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스타트업들은 결국 틈새를 찾거나 좋은 파트너들을 잘 만나야할 것”이라며 “핀테크, 모바일 간편결제 이슈가 뜨겁지만 실제 사용자들이 새로운 금융서비스와 결제 방식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스타트업들은 대기업과 달리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풀고, 성과를 내겠다는 진정성을 갖고 서비스를 만들기 때문에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한다”면서 “핀테크 시장은 돈으로 사용자를 모을 수 있는 판이 아니다. 결국 누가 고객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하느냐이고, 가맹점 확보는 제휴 방식으로 풀어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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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너무 과열되고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간편결제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온 시점이 작년부터인데. 금융규제 완화와 맞물려 간편결제 이슈가 더욱 확산된 것 같다”며 “아직 초기 단계다 보니 여러 사업자들이 시장을 보고 뛰어드는데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또 그는 “카카오페이는 올 상반기 오프라인으로 확대할 계획이고, 뱅크월렛 카카오는 다양한 쿠폰이나 멤버십을 붙이는 형태가 돼 완전한 전자지갑 서비스로 발전할 것”이라면서 “다음카카오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가장 큰 강점은 어떤 플랫폼이든, 또 어떤 신용카드를 사용하든 이용이 가능한 범용성에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