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vs 애플, 오피스SW 놓고 한판 붙는다

크로스 플랫폼 전략 본격화

일반입력 :2015/02/24 17:51    수정: 2015/02/24 17:56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둘러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간 싸움의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MS와 애플이 모두 플랫폼에 상관 없이 자사 오피스SW를 사용할 수 있게 개방하면서 제대로 치고받고 싸우는 판세가 펼쳐졌다. 자사 플랫폼 안에 서비스를 묶어 놓는 폐쇄적인 생태계 전략을 구사하던 두 회사가 동시에 크로스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먼저 변화를 보인 건 MS다. MS는 지난해 3월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으로 오피스 앱을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윈도뿐 아니라 경쟁플랫폼에서 자사 서비스와 기술을 적극 지원한다는 ‘크로스플랫폼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MS는 특히 아이패드에 대한 지원을 가장 빠르고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초기에는 오피스365를 구독하는 경우에만 iOS 버전 오피스 앱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아무 조건 없이 편집 기능을 포함해 전체 기능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풀었다. 다른 플랫폼에서 작성한 파일과도 완전히 호환된다.

MS는 이달 17일 iOS 버전 오피스 앱 업데이트를 통해 애플의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 지원까지 추가했다. 이번 업데이트로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들은 MS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인 원드라이브를 이용하지 않아도 iOS에서 MS오피스를 사용해 문서를 저장하고, 열어보고 편집할 수 있게 됐다. MS원드라이브와 애플 아이클라우드가 경쟁 관계에 있지만, 오피스SW만 확장할 수 있다면 모두 개방하겠다는 MS의 대담한 선택이다. MS는 지난 11월 역시 경쟁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인 드롭박스에 대해서도 유사한 지원을 시작했다.

애플의 행보도 공격적이다. 애플은 지난 13일 애플 제품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도 웹기반 아이워크(iWork)를 사용할 수 있게 개방했다. 애플 ID만 있으면 누구나 웹기반 아이워크 베타버전을 맥뿐만 아니라 윈도 PC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애플은 맥용 MS오피스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 2005년 처음 오피스 소프트웨어 스위트 제품인 아이워크를 출시했다. 지난 2013년 애플 개발자 대회(WWDC)에서는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와 결합한 웹기반 아이워크를 선보이며 구글 독스(Docs)나 클라우드 버전 MS 오피스365와도 경쟁하고 있다. 아이워크 역시 구글 독스나 클라우드 버전 오피스365처럼 여러 사람이 동시에 문서를 수정하며 공동작업을 할 수 있고 아이클라우드에 파일을 저장하고 다른 기기에서도 편집할 수 있게 했다.

애플이 그 동안 자사 플랫폼에만 사용할 수 있는 아이워크를 가지고 경쟁업체들을 방어했다면 이제는 경쟁 플랫폼으로 아이워크를 밀어 넣겠다는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본격적인 오피스SW 경쟁에 합류했다는 평가다.

MS와 애플의 서로 다른 크로스플랫폼 전략 속내

MS와 애플은 전통적으로 폐쇄적인 플랫폼 전략을 구사해왔다. 오피스 같이 MS의 강력한 생산성 소프트웨어를 가장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은 윈도였다. 애플의 애플리케이션은 맥과 iOS에서만 사용 할 수 있었다. 이랬던 MS와 애플이 경쟁 플랫폼을 지원하고 나선 이유는 서로 조금 다르다.

MS는 플랫폼과 별개로 경쟁력이 강한 SW를 다른 플랫폼까지 확장해 수익을 증대하거나 자사 다른 서비스와 연계해 서비스 사용 저변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MS는 지난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샤티아 나델라가 지휘하면서 실용주의 노선으로 확실히 방향을 틀었다는 평가가 많다. 터치에 최적화된 오피스SW를 윈도버전보다 iOS버전에서 먼저 출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MS는 윈도용 터치 오피스를 올해 2월에서야 윈도10 테크니컬 프리뷰 버전에서 처음 공개했다.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윈도보다 iOS와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많기 때문이다. 윈도도 중요하지만 또 다른 MS의 주요 캐시카우인 생산성SW를 따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애플이 다른 플랫폼을 지원하고 나선 이유는 서비스를 통해 플랫폼으로 고객들을 끌어들이려는 목적이 크다는 해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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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매체 테크홀릭은 “애플이 디바이스 기반 서비스 유료화(Paywall) 효과를 보려고 아이워크를 폐쇄적으로 가둬두기엔 아이워크가 너무나 포괄적인 협업툴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 오피스SW를 통해 더 많은 고객들을 애플 플랫폼으로 끌어 올 기회가 있다”고 설명했다.

테크크런치는 애플이 이번에도 헤일로(후광)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테크크런치는 애플은 그 동안 자사제품 중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디바이스를 한번 사용한 사람이 애플의 다른 제품도 구입하게 된다는 점을 활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아이워크가 새로운 고객들을 애플 제품 사용자로 끌어 들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하드웨어와 독립된 아이클라우드 서비스를 가지고 애플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