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모바일 인터넷 업체 노리는 샤오미

'샤오미 인사이트'를 읽고

일반입력 :2015/02/17 10:49

황치규 기자

'요즘 뜨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를 다룬 책 '샤오미 인사이트'를 읽고 나니 샤오미는 가격대비 성능 좋은 스마트폰 회사라는 생각부터 고쳐먹어야겠다. 샤오미는 스스로를 스마트폰 회사로 생각치 않는다. 샤오미에게 샤오미는 모바일 인터넷 회사다.

샤오미는 애플을 철저하게 벤치마킹 했으면서도 애플과는 다른 DNA가 많다.

우선 판매 방식이다. 샤오미의 넘버원 유통 전략은 온라인 판매다. 이동통신 회사를 통해 약정을 걸고도 제품을 팔지만 핵심은 온라인 판매다. 애플 스토어 같은 매장도 없다. 흥미로운 점은 온라인 판매는 한때 구글이 시도했다가 접은 모델이라는 점이다. 구글도 못한 인터넷 판매 방식을 샤오미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했을까?

샤오미의 영업 방식은 독특하면서도 별난 면이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만 스마트폰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한때 이런 방식을 두고, 미친 전략이라고 치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샤오미는 원하는 목표를 이뤄냈으며 이제는 많은 업체가 이를 경쟁적으로 따라한다. 레이쥔은 구글의 넥서스원이 실패했던 방식을 철저히 벤치마킹해 판매방식을 결정했다. 그는 우선 열혈 마니아 집단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그들을 통해 샤오미에 대한 입소문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전자상거래 경험이 풍부한 판커와 손잡고 그들이 제품의 보관과 배송, 심지어 애프터서비스까지 책임지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미유아이의 전자게시판을 통해 인터넷 활동이 많은 30만명의 이용자를 미리 육성했다. 이 세가지 방법이야말로 레이쥔이 스마트폰을 인터넷에서만 판매할 수 있는 힘이었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도 샤오미는 애플과 달라도 많이 다르다. 샤오미는 고객에 관해서만 만큼은 대단히 개방적이다. 애플도 마니아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지만 회사 차원에서 사용자들과 많은 정보를 공유하지는 않는다. 반면 샤오미는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채널을 적극 제공하면서 사용자 의견을 제품 개발에도 적극 반영한다. 고객과 적극 소통하는 샤오미 때문에 팬클럽 경제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샤오미는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SW 그리고 서비스의 통합을 추구하지만 수익 기반은 콘텐츠와 서비스다. 하드웨어 판매로 돈을 버는 애플과는 다른 방식이다. 수익 모델만 놓고보면 샤오미는 애플보다는 하드웨어를 저렴하게 제공하고 콘텐츠로 돈을 버는 아마존을 많이 닮았다.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폐쇄적인 애플이나 아마존보다는 구글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책을 읽다보니 스마트폰 업체로 많이 알려진 샤오미의 백그라운드는 대부분 SW라는 점도 흥미롭다.

샤오미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미유아이라는 운영체제를 먼저 내놨다. 샤오미는 지금도 1주일에 한번씩 OS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대단한 속도다. 샤오미 창업자이자 개발자 출신인 레이쥔은 샤오미 설립전 엔젤투자자로서 다양한 서비스 및 SW회사에 투자했다. 엔젤투자자로 뛰기전에는 중국 대표적인 SW업체인 킹소프트 CEO도 역임했다. 샤오미 스마트폰은 레이쥔의 SW 경력을 밑바탕에 깔고 공개됐다. 샤오미 스마트폰이 레이쥔이 보유한 투자 포트폴리오들과 긴밀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바일 인터넷 회사를 꿈꾸는 샤오미에게 스마트폰은 모바일 인터넷의 접점을 확보하기 위한 요충지일 뿐이다. 스마트폰에만 올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것은 샤오미가 앞으로 스마트폰외에 다양한 하드웨어를 삼성전자보다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을 것임을 의미한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차세대 IT패러다임으로 불리는 사물인터넷 역시 샤오미의 사정권에 들어섰다.

샤오미는 애플처럼 선택과 집중, 그리고 최고를 추구한다. 레이쥔의 눈에 스마트폰 시장 초창기 잘나갔던 대만 회사 HTC가 마이너로 추락한 것도 집중력을 잃고 이것저것 다양한 제품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샤오미식 표현을 빌리면 집중하고 극치(최고) 추구하지 않아 생긴 비극이다.

샤오미의 올해 관전 포인트는 글로벌이지 싶다. 레이쥔 외에 샤오미 창업멤버들은 대부분 구글과 MS, 모토로라 엔지니어 출신들이다. 시작부터 글로벌 감각이 있는 이들이 참여했다.

이런 가운데 2013년 구글 안드로이드 사업을 이끌었던 휴고 바라가 샤오미에 합류했다. 글로벌 사업 총괄 역할이다. 그는 구글에 있을 때부터 샤오미의 가능성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휴고 바라가 합류한 이후 샤오미는 인도와 대만 등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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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의 사업 모델은 아직 글로벌 시장에선 검증되지 않았다. 현지 국가 통신 업체들의 특징을 맞춰주는게 중요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가 중국에서의 선전을 이어갈거라 낙관하기는 무리가 있다. 샤오미는 특허수도 많지 않다. 이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때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샤오미가 중국의 애플이 아니라 세계속의 샤오미를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동남아나 중남미를 넘어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 시장까지 파고들려 한다는 것이다. 샤오미의 한국 시장 진출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책을 읽다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