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혼자선 아무것도 못한다"

[임팩트 컨퍼런스]이지은 액센츄어코리아 디지털 그룹 대표

일반입력 :2015/02/11 16:45    수정: 2015/02/11 17:46

손경호 기자

요즘 IT업계의 변하지 않는 진실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전까지는 금융규제가 너무 많아 핀테크 사업을 하기 힘들었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지만 최근 들어서는 협업과 생태계가 중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핀테크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국내에서도 시작된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수년 전부터 금융권 밖에서 들리는 혁신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액센츄어가 운영하고 있는 '핀테크 이노베이션 랩'이다.

이지은 액센츄어 코리아 디지털 그룹 대표는 11일 지디넷코리아가 핀테크와 O2O를 주제로 개최한 임팩트 컨퍼런스에서 액센츄어가 2011년부터 운영해 온 핀테크 이노베이션 랩을 통한 협업사례를 공유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현재 액센츄어는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영국 런던,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핀테크 이노베이션 랩을 운영 중이다.

이들이 핀테크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불어닥친 금융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서다.

글로벌 금융허브역할을 해왔던 뉴욕, 런던, 홍콩, 더블린 등 금융중심도시는 리먼 사태를 목격한 뒤 새로운 혁신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핀테크 스타트업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각 금융허브가 핀테크를 통해 얻고자 한 목표는 제각각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뉴욕의 경우 큰 금융기관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해보려고 했다. 런던은 스타트업을 발굴해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싶었다. 홍콩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금융인프라가 발달되지 않은 탓에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금융서비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수익처를 찾고 싶었다. 더블린은 사물인터넷(IoT)을 핵심사업으로 키우고자 했고, 그 출발점으로 핀테크 허브를 내세웠다.

런던의 핀테크 이노베이션 랩에는 13개~15개 주요 금융기관, 공모를 통해 선정된 7개~8개 핀테크 스타트업, 벤처캐피털, 시나 정부관련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다른 시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약 3개월 간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자사 은행에 핀테크 서비스를 접목하면 어떻게 될지, 프로토타입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 아이디어 개선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이 대표는 금융회사 C레벨에 해당하는 부행장이나 마케팅 부문장들이 직접 랩을 통해 스타트업들과 커뮤니케이션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벤처캐피털은 물론 금융회사, 시나 정부기관과 협업이 필수다. 금융회사는 실제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벤처캐피털도 제대로 된 투자처를 발굴해 키워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나 정부기관에서는 관련 규제에 대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노력을 집중한다.

이 대표는 이를 통해 4가지 시사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먼저 금융회사의 자발적인 필요성에 따라 핀테크 생태계에 대한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의사결정권을 가진 금융회사 임원이 직접 참여해 사업화를 검토하고, 필요한 결정을 내릴 때 핀테크가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번째로는 핀테크의 목적 자체가 핀테크를 위한 생태계 조성에 있다는 점이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적인 스타트업들을 구현하고 있는 혁신DNA를 금융분야에 심기 위해서는 단순히 괜찮은 회사를 인수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서로 협업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혁신은 큰 기업으로 들어오면 죽어버린다며 밖에서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는 것을 지켜보고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정말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하기도 하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번째로는 모바일 결제가 핀테크 분야 중 일부라는 점을 알아야하며 다양한 적용 방식을 검토해 봐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핀테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도 필수다.

물론 각 도시가 서로 다른 여건 속에서 다른 목표를 세워 핀테크 생태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국내 현실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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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국내 금융회사 관계자들과 만났던 이 대표는 이들로부터 핀테크는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는데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사용비율이 세계최고 수준이고, 인터넷 인프라도 잘 돼 있고, 이미 여기에 익숙해져 있어, 어떤 식으로 핀테크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받기도 했다. 한국적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핀테크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런던 핀테크 이노베이션 랩의 모토는 오늘의 스타트업을 내일의 가젤형 기업으로 만들겠다(Transforming today's startup into Tomorrow's Gazzeles)는 것이다. 매년 20%씩 지속성장하면서 고용을 창출하는 고성장 기업들을 키워내겠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핀테크 생태계가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