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왜 공인인증서만 써야했나?

공공기관, ‘논-액티브X' 도입 늦어져…시범사업 후 '간편인증' 가능

일반입력 :2015/02/10 15:54    수정: 2015/02/10 18:19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에서는 왜 공인인증서만 사용해야 하는 것일까.’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인 공인인증서를 사용해 본 이들이라면 이 같은 궁금증을 한 번쯤 가져봤을 것이다.

지난해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발언으로 시작된 공인인증서‧액티브X 논란은 온라인 쇼핑에 간편 결제가 확산되는 계기가 됐지만, 유독 공공기관 사이트만큼은 여전히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표적 사례가 앞서 언급한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다.

미래창조과학부‧행정자치부‧국세청 등 공공기관에서는 오는 3월부터 공인인증 대체수단 및 논-액티브X(Non-ActiveX) 시범사업을 통해 정책방향을 도출하고, 내년부터는 공인인증서 이외에 다른 대체수단을 적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온라인 쇼핑몰 등이 3월까지 공인인증서 대체수단이나 논-액티브X 기반의 간편결제가 도입되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도입 계획은 상당히 진도가 늦은 셈이다.

법무법인 나눔의 김보라미 변호사는 “공인인증서 이외에 휴대폰을 통한 본인인증 등 다른 선택권이 있는 상황에서 왜 정부가 공인인증서를 강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특정기업에 의존해야 하는 서비스를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행자부 “미래부 기술검토 늦어져”

공공기관의 공인인증서 대체기술 적용이 늦춰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행자부와 미래부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크게 두 가지다. 행자부는 대체수단에 대한 기술검토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미래부는 공공기관에 대체 기술 적용에 필요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행자부 관계자는 “행정전자서명은 웹 표준화가 이뤄져 MS 익스플로러 이외에 크롬 등 다른 브라우저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면서도 “공공기관의 공인인증서 대체수단과 논-액티브X 도입은 지난해부터 검토중이지만 미래부의 기술개발과 검토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라 상반기 중 시범사업 등 기술검토를 끝내고 다른 대체수단 적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세청 뿐만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최근 보도에서도 얘기되고 있지만 범용실행방식(exe) 형태는 보안상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보안 문제를 심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인인증서는 보안상의 문제가 아니라, 불편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들에 보안상의 문제를 주면서까지 서둘러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게 행자부 측의 설명이다.

■ 미래부 “당장 도입 가능, 예산 문제 때문”

미래부는 이미 기술적 검토는 모두 완료됐으며 행자부가 액티브X 대체수단으로는 보안 문제가 있다고 언급한 exe 역시 알리페이에서 결제에 사용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논-액티브X 기반 기술은 이미 지난해 만들었고 행자부에 수차례 설명을 한 바 있다”며 “exe 방식을 도입하지 않는다면 행자부가 만든 마이핀을 대체수단으로 넣어도 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0월부터 공인인증서 대체수단과 논-액티브X 도입을 위한 협의를 하고 있지만 행자부의 조직개편 등으로 논의가 연기됐다는 점도 덧붙였다.

다만, 지난해까지 전자상거래 분야에 논-액티브X 방식을 도입‧전환시키는데 미래부가 집중을 해왔고 연말 온라인 쇼핑몰들이 성수기라 3월로 연기돼 공공분야에 집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공인인증서 대체기술은 5개 기업이 기술개발을 해 일부 기업에서는 해외 수출까지 하고 있다”며 “롯데몰, 옥션, 지마켓 등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문제없이 사용되는 기술이 보안 문제로 공공분야에 사용되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예산배정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 상반기까지 시범사업 끝내고 본격 도입

공공기관의 공인인증서 대체수단 도입이 지연되는 이유에서 행자부와 미래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향후 시범사업을 통해 정책안을 만들고 도입을 서두르겠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미래부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분야에 이어 공공분야, 은행, 증권으로 공인인증서나 액티브X 대체수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공공분야의 경우 민원24 등에 이르면 3월부터 1~2개월 정도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적용을 해 나갈 계획이며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문제가 없었던 만큼 향후 공공기관에 적용하는데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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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부 관계자도 “미래부와 대체수단에 대한 시범사업을 통해 상반기 중 검토를 끝낼 계획”이라며 “본격적인 도입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서둘러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실 관계자는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에 시스템적으로 공인인증서 대체수단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며 “이는 정책적으로 판단할 문제이며 정부정책안이 마련되면 이에 맞춰 설계를 다시 해 적용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