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 꺾인 아이패드, 어떻게 봐야 할까?

KGI "올 30% 감소"…일부선 "오히려 호재" 반론도

일반입력 :2015/02/09 14:55    수정: 2015/02/10 08:3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한계에 달한 것일까? 아니면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인 걸까?

지난 4분기 애플의 엄청난 실적 행진 속에서 ‘나홀로 감소세’를 기록했던 아이패드가 올해도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판매량이 30% 가량 감소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나왔다.

이에 따라 아이폰6와 6플러스 출시 이후 제기됐던 ‘아이패드 카니벌라이제이션’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카니벌라이제이션'을 부정적으로 볼 것만도 아니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 태블릿 침체에다 아이폰-맥과 경쟁서도 밀려

일단 구체적인 수치부터 살펴보자. KGI증권은 최근 올해 아이패드 판매량이 4천400만~4천500만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해 판매량이 6천300만대 가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0% 가까이 줄어든다는 전망이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상반기 판매량 예상치다. KGI는 1분기 아이패드 판매량이 1천만대 남짓한 수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2.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 역시 780만대로 최대 40% 가량 줄어들 것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아이패드 판매량은 지난 분기에도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해 12월 마감된 애플의 2015 회계연도 1분기에 2천142만대가 판매되면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 감소했다.

지난 분기 애플은 아이폰을 7천400만대 이상 판매하면서 46% 성장세를 이끌어냈다. 맥 판매량도 14%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에 힘을 보탰다. 이런 가운데 아이패드만 유일하게 판매량이 감소해 눈길을 끌었다.

당연히 왜?란 질문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이패드가 속해 있는 태블릿 시장 자체가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시장 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해 4분기 세계 태블릿 출하량은 7천610만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2% 감소했다. 태블릿 판매량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애플이 아이패드를 출시한 2010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 현실화된 카니벌라이제이션?

하지만 이 정도론 ‘아이패드 몰락’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애플에게만 있는 ‘카니벌라이제이션’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카이벌라이제이션이란 자기 제품 점유율을 깎아 먹는 현상을 의미하는 마케팅 용어다.

역설적이지만 아이패드의 최대 적은 애플의 다른 제품들이다. 특히 아이폰 화면을 4.7인치와 5.5인치로 키우면서 아이패드의 영역을 잠식해들어오고 있다. 아이패드 미니는 자연스럽게 단종될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될 정도다.

이용 행태 조사 결과에서도 이런 부분은 그대로 드러난다. 이런 상황은 포켓 앱이 아이폰6 출시 직후 아이패드 이용자들의 미디어 소비 행태를 조사한 결과에 그대로 담겨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대형 화면 아이폰 구매자들은 미디어 소비를 할 때 아이패드를 이용하는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중간 단계인 5인치 대 패블릿이 나오면서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는 의미다.

PC 시장에서 명품으로 자리잡은 맥도 아이패드에겐 '또 다른 적'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맥이 아이패드 에어 수요를 잠식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진단하고 있다.

애플 제품 중 유독 아이패드 판매량만 부진한 것은 이런 상황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굳이 비유하자면 팀내 스타들 때문에 기를 펴지 못하는 프로선수와 비슷한 상황이다.

■ 카니벌라이제이션, 부정적인 효과만 있을까

아이패드 수요 위축을 꼭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란 반론도 있다. 미국 경제매체인 치트 시트(Cheat Sheet)는 “아이패드 수요가 부진한 것은 역설적으로 성능이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교체 수요가 생각만큼 빨리 생기지 않는단 얘기다.

치트 시트는 그 근거로 시장 점유율을 트래픽 점유율 격차를 꼽았다. IDC는 지난 해 4분기 애플 아이패드 점유율이 28.1%라고 발표했다. 2위인 삼성(14.5%)을 멀찍이 따돌리긴 했지만 예전에 비해선 점유율이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트래픽 점유율은 사정이 좀 다르다. 치티카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이패드는 북미 지역 태블릿 트래픽의 70%를 점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패드가 북미지역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치트 시트는 이런 수치를 토대로 아이패드를 한번 보유한 사람들은 쉽게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니벌라이제이션’을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란 주장도 있다. 이전에도 카니벌라이제이션을 겪었지만 오히려 시장에선 더 성장했다는 게 그 이유다.

애플의 대표 상품 노릇을 했던 아이팟도 ‘카니벌라이제이션’에 희생됐다. 아이팟에다 각종 스마트폰 기능을 덧붙인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아이팟 인기는 자연스럽게 시들해졌다. 아이폰이 아이팟까지 흡수해버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어느 누구도 ‘아이팟 카니벌라이제이션’을 문제 삼는 사람은 없다. 아이폰이 그 모든 것들을 보상해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분은 애플이 앞으로 어떤 제품 전략을 보이느냐에 따라 평가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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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태블릿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아이패드. 하지만 최근 들어 수요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마이너스 곡선을 그리고 있다. 태블릿 시장이 정체된 데다 애플 내부의 뛰어난 동료 제품들에 밀린 때문이다.

과연 ‘아이패드 카니벌라이제이션’은 애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애플은 아이팟 때처럼 또 다른 성장을 통해 아이패드를 잊을 수 있을까? 올 한해 태블릿 시장을 바라보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