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고객이탈 막기 위한 승부수"

알라딘 김성동 팀장 인터뷰

일반입력 :2015/02/08 13:33    수정: 2015/03/04 09:39

손경호 기자

지난해부터 간편결제 열풍이 불고 있지만 정작 인터넷 서점, 온라인 쇼핑몰 에서 액티브X 등 플러그인을 설치하지 않고 쓸 수 있는 '진짜 간편결제'를 쉽게 찾아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2007년부터 웹표준 기반 간편결제 방식을 고민해 온 알라딘의 행보는 이례적이다. 이 회사는 2009년 페이게이트 금액인증을 도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윈도, 맥, 리눅스 환경에서도 쓸 수 있도록 카카오페이를 통한 카드결제가 가능케 했다. 물론 플러그인을 설치해야하는 작업은 필요치 않다.

알라딘은 왜 일찍부터 진짜 간편결제에 주목해 온 것일까.

6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인근 알라딘 사무실에서 웹기획/마케팅팀 김성동 팀장을 만났다. 김 팀장에 따르면 쉽고 편리하게 쓸 수 있는 결제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단순히 고객들을 위한 배려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온라인 거래를 통해 매출을 내는 회사 입장에서는 고객이탈율을 줄이는 것이 곧 수익과 직결된다. 그동안 불편한 국내 온라인 결제 환경은 고객 이탈을 부추기는 주범 중 하나로 꼽혔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백신, 방화벽, 키보드보안 프로그램 등 일명 '보안3종세트'라고 불리는 프로그램들을 플러그인 방식으로 설치해야 했다. 윈도가 액티브X라면 크롬은 NPAPI라는 플러그인을 활용해 왔다. 맥에서는 아예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설치되지 않는다. 여기에 공인인증서를 통한 인증을 받기 위한 과정까지 포함하면 서로 다른 운영체제(OS), 웹브라우저 환경에서 충돌이 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알라딘과 같은 인터넷 서점의 경우 복잡하고 어려운 방식으로 인해 결제 페이지까지 갔다가 결제를 하지 못하거나 포기하는 고객들의 상담요청이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 알라딘 설명이다. 김 팀장은 연간 한두번 정도 실시하는 고객설문조사에 따르면 결제를 포기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의 90%가 카드결제는 너무 어렵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알라딘 결제페이지에서 주문완료가 성사되지 않는 고객들의 이탈율은 모바일이 50%, PC가 20% 내외를 차지한다. 고객이탈율을 절반으로 떨어뜨리기만 해도 매출이 몇%는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내부 분석이다. 간편결제를 자사 핵심경쟁력 중 하나로 키우는 이유다.

알라딘 고객센터 문의 내용을 종합해 봐도 불편한 결제를 지적하는 내용이 3위를 차지했다. 1위가 배송, 2위가 상품 품절 등과 관련된 문의다. 김 팀장은 여러 문의 중 책 한 권 사려고 온갖 어려움을 뚫어내야 하는 결제쪽 관련 문의가 제일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는 분야였다고 말했다. 기존 방식에서는 고객들에게 결제 관련 오류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웹브라우저를 재실행, PC 재부팅, 심지어 포맷을 하고 재설치하라는 안내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점이 안타까웠다는 설명이다. 알라딘은 금액인증, 카카오페이를 도입하면서 고객이탈율을 3% 가량 낮췄다. 상황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쉬우면서도 안전한 간편결제를 도입하는 일에는 여전히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결정권을 쥐고 있는 카드사들의 소극적인 태도가 큰 걸림돌로 꼽힌다. 김 팀장은 2010년부터 카드사를 만나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바뀐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2009년 도입한 페이게이트의 금액인증에 대해 카드사들은 보다 강력한 보안성을 요구하면서 지원을 미뤄왔다.

페이게이트는 이를 감안해 금액인증에 대한 보안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버전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역시 2013년 현대카드가 알라딘이 도입한 간편결제(금액인증)는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금융 규제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다른 카드사들까지 금액인증을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해 1월 카드3사 개인정보유출사건이 터지면서부터는 아예 논의 자체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때문에 현재 알라딘에 적용된 페이게이트 금액인증은 비자, 마스터카드 등 해외카드를 통한 결제만 가능하다.

그렇다고 국내서 한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페이팔을 도입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수료가 국내 결제방식에 비해 굉장히 비싸다는 점 때문이다.

김 팀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수수료가 전체 결제금액의 2.5%~2.8% 수준이지만 페이팔은 여러가지 복잡한 정책을 적용해 약 3% 이상 수수료가 든다고 말했다. 그는 금액인증이나 카카오페이의 경우도 수수료가 싼 편은 아니지만 고객이탈율을 고려해 도입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페이팔이 국내 인터넷 서점, 온라인쇼핑몰 등에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간편결제는 카드정보를 미리 저장해 놓은 뒤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결제하는 방식, 문자메시지, ARS,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추가인증을 거치는 방식 등으로 나뉜다. 그는 이러한 방식들이 카드사, PG사마다 너무 종류가 많다는 점도 고객들을 불편하게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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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알라딘은 네이버가 추진 중인 '네이버페이'도 도입할 계획이다. 김 팀장은 현재는 간편결제 시장이 마치 춘추전국시대와 같지만 2년~3년내에 정말 편리하면서도 보안성을 높인 간편결제가 정착하기까지 과도기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제방식 개선을 담당하고 있는 김 팀장 역시 소비자이기도 하다. 맥북을 사용한다는 그 역시 집에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 내역을 장바구니에 담은 뒤 회사에 와서 윈도 PC를 통해서 결제를 한다고 한다. 웃지 못할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