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키운 애플 ↔ 옆 화면 늘리는 삼성

4분기 판매량 공동 1위…점유율 경쟁 치열

일반입력 :2015/01/30 11:36    수정: 2015/02/02 08:53

이재운 기자

한 쪽은 창업자의 말을 뒤로 하고 화면을 키웠다. 다른 한 쪽은 측면 화면을 덧붙였다.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비자를 끌어 오기 위한 1위 경쟁이 어디로 갈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7천520만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8.2%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7천510만대 출하를 기록해 20.01%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고수한 가운데 애플이 7천450만대 출하를 기록, 19.85%의 점유율로 뒤를 바짝 쫓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60만대 차이로, 사실상 동률인 셈이다.

전날 발표된 다른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조사에서는 두 업체가 나란히 7천450만대를 판매해 19.6%로 동률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측면 공격' 활발한 삼성

사실상 공동 1위가 된 점이 자명한 가운데, 두 업체는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특히 경쟁환경이 더 복잡해진 고성능 하이엔드 시장에서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 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선보인 ‘갤럭시노트 엣지’에 이어 오는 3월 스페인에서 열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서 ‘갤럭시S 엣지’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측면에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며 폼팩터의 변화를 가져 온 엣지 시리즈를 강화해 차별화를 이어나간다는 전략이다.

물론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중저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삼성전자도 이를 겨냥해 타이젠 스마트폰 Z 시리즈를 비롯해 안드로이드 계열의 A, E, J 시리즈를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지만 하이엔드 시장의 의미가 남다르기에 엣지 시리즈를 통한 차별화가 간절한 시기다.

특히 수익성 차원에서도 하이엔드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공략 강화를 멈출 수 없는 점은 자명하다. 지난해 4분기 실적 기준 삼성전자 IM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7.46%로 애플의 32.5%에 비하면 크게 낮다. 여러 요인에 따른 차이지만, 하이엔드 제품에만 집중하는 애플의 수익률이 월등히 높다는 점은 삼성전자에게 하이엔드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채찍질하게 만드는 동력이다.

결국 어려운 상황에서도 재신임을 받은 신종균 IM사업부장 사장과 모바일 제조에 관한 사항을 이끌고 있는 김종호 사장 등 주요 경영진에게 ‘차별화된 하드웨어를 보다 효율적으로 제조하라’는 미션이 주어진 상황이다.■화면 키운 애플, 다음 무기는 ‘이것’

애플은 창업자 故 스티브 잡스의 유훈처럼 여겨졌던 ‘3.5인치 화면크기’를 뒤로 하고 4인치, 4.7인치, 5.5인치 등 점차 크기를 늘려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험은 성과로 이어지며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의 절대적인 비결이 됐다.

‘효율화의 달인’으로 불리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폭스콘을 비롯한 ‘아이폰 하드웨어 생태계’를 통해 30%대에 이르는 엄청난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애플은 오랜 기간 구축해 온 강력한 브랜드 자산과 충성 고객들을 바탕으로 타 업체들이 이미 걸어간 ‘대화면’의 길을 가고도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이제 또 다른 고민을 하고 있다.

현재 유력한 요소는 ‘사파이어 글래스’ 채택이다. 오는 4월 출시 예정인 애플워치 탑재는 물론, 역시 오는 9월께 출시가 예상되는 아이폰6S(가칭)에도 이를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강도가 높아 흠집을 줄여주는 이 소재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더 강하다’는 가치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타 업체들이 이룬 성과를 빠르게 수용해 온 애플의 역사를 돌아볼 때 가능성이 높다고 보이는 또 다른 부분은 바로 ‘해상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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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애플은 자체 개발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통해 선명한 화질을 강조하고 있지만 해상도는 풀HD 수준이다. 국내 업체를 중심으로 이보다 2배 가량 선명한 쿼드HD(QHD) 제품이 하이엔드 시장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만큼 애플이 이 흐름마저 수용할 지도 관전 포인트다.

라이언 레이스 IDC 휴대전화 담당 프로그램 디렉터는 “최근 스마트폰 평균판매가(ASP)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애플이 고가 제품의 새로운 모델을 통해 이를 다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며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매우 정체된 상황(A Significant Slowdown)”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