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버린 유튜브, 구글이 노리는 것은?

일반입력 :2015/01/30 09:41    수정: 2015/01/30 09:51

유튜브는 지난 27일 공식블로그를 통해 어도비 플러그인 기술인 플래시 플레이어 퇴출 방침을 공식화했다. 유튜브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유튜브는 4년 전부터 '비디오(video)'라는 HTML5 표준 태그를 기본 채택해 스마트TV와 다른 스트리밍 기기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링크)

비디오 태그는 브라우저에서 영상 콘텐츠를 곧바로 재생케 해주는 웹표준 기능이다. 유튜브나 넷플릭스같은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플래시나 실버라이트로 만든 플러그인을 내려받아 설치하는 과정을 없애 줄 수 있다.

웹의 세계에서 플러그인은 일반 프로그램처럼 사용자 환경에 따라 호환성 문제를 일으키곤 했고 가끔 사용자 운영체제(OS)의 제어권을 빼앗기는 취약점을 드러내 사용자 시스템 보안 수준을 떨어뜨리기도 한다는 점에서, 잠재적 퇴출 대상이었다.

유튜브는 왜 이제서야 웹표준 태그를 공식 채택했을까? 유튜브 측의 얘기를 옮겨 보면 비디오 태그 도입 초기엔 '가변비트레이트(ABR)' 스트리밍 기술이 부족했다. 그래서 웹표준 동영상 서비스는 플래시 대비 버퍼링이 충분치 않았는데, 브라우저 기술과 표준 발전을 통해 그 격차를 좁힐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비디오 태그를 기본으로 채택했다는 건 사람들이 PC와 모바일 기기에 플래시플레이어를 내려받지 않아도 유튜브 영상을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 모든 유튜브 영상이 플래시 없이 재생될 날이 온다는 얘기다.

그동안 플래시 없이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단말기 등에서 부분적으로 가능했다. 애플은 모바일용 플래시를 일찌감치 거부했고, 구글도 지난 2012년 안드로이드 4.1 젤리빈 운영체제(OS) 환경에서 플래시 지원을 공식 중단했다. 앞서 어도비가 안드로이드용 플래시 개발을 포기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조치였다. (☞관련기사)

이제 PC를 비롯한 다른 환경에서도 최신 브라우저일 경우 플래시 없는 유튜브 감상이 가능해졌다. 비디오 태그 기능을 정식으로 지원하는 브라우저는 크롬, 인터넷익스플로러(IE) 11, 사파리 8이다. 파이어폭스는 베타 버전에서 비디오 태그를 지원한다.

앞으로 웹표준 브라우저를 품은 TV나 다른 기기로도 유튜브 감상이 수월해 질 듯하다. 평범한 사용자 입장에선 유튜브의 비디오 태그 기본 채택 소식이 주는 의미는 이 정도다.

그러나 웹 기술, 미디어 콘텐츠 서비스, 디저털 광고 산업에 관심이 있거나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유튜브의 이번 조치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이를 파악하려면 유튜브가 웹표준 비디오 태그 지원을 통해 기술적으로 어떤 진전을 이뤘다고 강조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유튜브는 HTML5 비디오 태그 채택에 따라 미디어소스확장(MSE), VP9 비디오 코덱, 암호화미디어확장(EME), 웹RTC(WebRTC)같은 핵심 기술을 활용케 됐다고 밝혔다.

MSE는 '끊김 없는 콘텐츠 감상'을 위한 웹표준이다. 앞서 언급한 ABR 스트리밍 기법을 실현해 온라인 영상을 고화질로 볼 수 있게 도와 주는 웹표준 기능 중 하나다. ABR 스트리밍은 동영상 데이터 처리 단위를 인터넷 접속 상태에 따라 늘리거나 줄이는 기법을 뜻한다. MSE는 또 X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4같은 게임기 또는 크롬캐스트같은 스트리밍장치의 실시간 스트리밍도 지원한다.

EME는 상업용 콘텐츠를 다루기 위한 웹표준이다. 웹 콘텐츠에 대한 디지털저작권관리(DRM) 기능을 플래시나 실버라이트같은 플러그인 없이 브라우저가 구현할 수 있게 해준다. 특정 콘텐츠 보호 기술을 강제하지 않기 때문에, 유튜브는 플랫폼마다 알맞은 콘텐츠 보호 기술을 써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웹RTC는 웹용 실시간 양방향 통신 표준이다. 이론적으로 브라우저와 브라우저 사용자들끼리,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스카이프나 구글 행아웃, 애플 페이스타임같은 서비스에 접속해 대화할 수 있다. 모질라에서 내놓은 웹기반 간편 화상채팅 '파이어폭스 헬로'가 이런 아이디어를 실현한 사례다. (☞관련기사)

양방향통신 기술이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와 어떤 관계일까? 유튜브 블로그는 모든 사람들이 녹화 영상이든 실시간 방송이든 세상의 (모든) 비디오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유튜브를 단순한 동영상 서비스가 아니라 사용자들의 실시간 콘텐츠 허브로 키우겠다는 구상인데, 그 기술적 바탕에 웹RTC가 있다는 얘기다.

유튜브는 HTML5 비디오 태그를 통해 VP9 비디오 코덱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도 밝혔다. 이 코덱은 고화질 영상을 전송하면서 평균 대역폭을 35% 아끼거나, 초당 60프레임에 4K 및 HD 화질 영상을 더 작은 파일 크기로 제공하거나, 재생이 시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15~80%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마지막에 소개한 VP9 비디오 코덱은 앞서 소개한 기술과 성격이 다르다. 앞서 말한 MSE, EME, 웹RTC 기술은 모두 웹표준인데 코덱은 엄밀히 말해 웹 기술이 아니다. HTML5 비디오 태그에 종속적인 동영상 처리 소프트웨어일 뿐이다. 하지만 유튜브를 소유한 구글 입장에선 VP9 코덱이 자사 인프라 최적화를 위한 핵심 기술이자 경쟁 기술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한 무기다.

관련기사

이전부터 구글은 자사가 주도할 수 있는 VP9 코덱을 동영상 처리의 최적 기술로 내세워 왔다. 인터넷을 벗어나보면 영상산업을 주도하는 건 H.264 코덱과 차세대 기술 H.265 코덱인데, 구글은 그 대체수단을 자처하는 VP9 코덱으로 구도 재편을 꾀하고 있다.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 경쟁 기술은 로열티 문제 등 부정적인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HTML5 비디오 태그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VP9 코덱의 효율이 기존 기술보다 좋고 이미 VP9 코덱 동영상이 수천억건 서비스되고 있다고 언급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앞서 구글이 행아웃을 웹RTC 표준 기반으로 만들 계획을 내놓을 때 VP9 코덱을 쓰겠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