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쓸 수 없는 넷플릭스, 어떻게 써봤냐고?

임민철 기자의 홀라 언블록커 VPN 체험기

일반입력 :2015/01/27 08:57    수정: 2015/01/27 09:54

북미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스트리밍 기반 영상 콘텐츠 서비스 넷플릭스는 현재 한국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의 서비스 접속을 막고 있다. 그러나 약간 귀찮음을 감수하면 당장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무제한 콘텐츠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인터넷 접속 위치를 한국이 아니라 넷플릭스가 진출한 지역으로 보이게 해주는 수단를 쓰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접속 위치는 '인터넷프로토콜(IP) 주소'로 식별된다. 이걸 바꾸는 기술은 가상사설망(VPN)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대표적이다.

VPN은 간단히 말해 인터넷에서 터널링 프로토콜, 인증 및 암호화 등 기술을 통해 전용망(Private Network)같은 보안을 실현해 주는 기술을 가리킨다. 과거 공용망(Public Network)인 인터넷으로 중요한 내용을 주고받기 위해 비싼 전용망 수준의 보안을 확보하기 위해 고안됐다.

그러나 VPN은 보안외에 넷플릭스처럼 서비스에 걸린 접속 지역 제한을 우회할 수 있게 해준다. 단점은 VPN 속도나 안정성이 괜찮을 경우 공짜가 아니고, 공짜일 경우 속도나 안정성이 별로라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기도 한다는 것이다.지난해 독특한 아이디어로 이런 약점을 상쇄한 무료 VPN 서비스가 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홀라(Hola)에서 만든 언블록커(unblocker)란 VPN 앱이다. 언블록커는 모바일과 PC용 앱이나 브라우저 확장기능으로 돌아가며 무료로 쓸 수 있고 필요할 때 켜고 끌 수 있다.

홀라의 앱과 확장기능은 자체 VPN 서버 없이도 익히 알려진 VPN의 기능을 수행한다. 개발업체가 한 일은 자사 프로그램을 설치한 이용자들로부터 자원을 빌려 다른 이용자들이 쓸 수 있게 한 것으로 요약된다. 당나귀나 토렌트 프로그램의 P2P 아이디어를 빌린 일종의 대규모 'IP품앗이'다.

홀라 언블록커 VPN은 iOS와 안드로이드, 윈도 또는 맥 기반 PC, 인터넷익스플로러나 파이어폭스나 크롬 브라우저 등에서 쓸 수 있다. 환경에 따라 사용자인터페이스(UI)는 제각각인데, 기자는 이가운데 파이어폭스 확장기능을 설치해 넷플릭스 서비스에 접속해 보기로 했다.

파이어폭스용 언블록커 확장기능을 설치하면 브라우저 오른쪽 위의 북마크 추가, 다운로드 항목, 브라우저 시작 화면 등 단추가 놓인 자리에 언블록커 실행 단추가 나타난다. 흑백 불꽃 모양으로 된 실행 단추를 누르면 그 아래 작은 프로그램 설정 창이 뜬다.

파란 색조로 디자인된 프로그램 설정 창은 'Hola를 켜려면 클릭하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잠자는 불꽃 이미지를 보여 준다. 이를 누르거나 창의 오른쪽 위에 붙은 둥근 전원 아이콘을 누르면 '최고 인기 사이트'라는 소갯말과 함께 VPN으로 접속할 수 있는 추천 사이트 목록을 제시한다.

추천 사이트 목록에서 넷플릭스를 고르면 브라우저는 즉시 사이트를 열며 이용자의 지역을 미국으로 설정해 준다. 사이트가 월 정액요금 최저 7.99달러(약 8천600원)를 자랑하고 있다면, 미국 이용자의 IP주소로 열린 것이다. 홀라 실행 단추 자리에 놓인 성조기가 이를 뜻한다.

추천 사이트 목록에서 넷플릭스를 선택하고 난 이후 상태에 만족한다면 더 이상 설정 창을 건드릴 필요는 없다. 다만 이 단계에서 국기가 있는 영역 위에 화살표를 대면 다른 사이트로 갈 수 있는 주소창이 나오고, 국기가 있는 영역에 화살표를 대면 다른 지역 이용자인 것처럼 설정을 바꿀 수도 있다.

홀라 언블록커는 여타 무료 VPN에 비해 속도도 쾌적하다. 넷플릭스 가입 후 영화 한 편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노트북에서 재생하는 데 걸린 시간과, 동일한 영화를 파일로 내려받아 데스크톱에서 재생하는 데 걸린 시간이 거의 일치했다. 넷플릭스 스트리밍의 끊김이나 지연이 거의 없었단 뜻이다. 또 이용자들은 홀라 언블록커로 넷플릭스같이 접속 지역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여 주는 여러 사이트를 원하는 국가에서 접속한 것처럼 열어볼 수 있다. 각 사이트 주소에 따라 어떤 지역인 것처럼 보이게 할지도 다르게 지정할 수 있다. 다른 VPN 서비스나 프로그램에 비해 편리한 부분이다.

홀라 언블록커가 여러 접속 지역 환경을 지원하고 쾌적한 체감 속도를 보여줄 수 있는 이유는 이미 많은 이용자들이 이 VPN 프로그램을 쓰고 있는 덕분이다. 개발업체 사이트에 따르면 현재 대략 3천900만명이 쓰는 중이라고 한다. 북한 빼고 다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홀라는 일종의 네트워크 자원 중개상으로 표현 가능하다. 언블록커로 접속한 이용자들의 각지 IP주소와 회선을 통합 자원으로 만들어, 필요한 개인들이 대규모로 '교환'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기 때문이다. 언블록커 이용자들은 서로간에 대규모로 'IP품앗이'를 하는 셈이다.

국내서 넷플릭스의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기려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홀라의 존재를 이미 인지하고 있을 듯하다. 다만 여러 검색 서비스에서 '한국에서 넷플릭스 보기' 같은 문구로 찾아 본 결과를 보면 다른 종류의 VPN이나 도메인네임서비스(DNS)우회 방식에 비해선 덜 알려진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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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VPN을 통한 타지역 접속 방식이 넷플릭스를 즐기고 싶은 대다수 사람들에게 효과적이라 장담할 수는 없다. 넷플릭스 영상 대부분은 외국어 콘텐츠로 돼 있는데 이를 위한 한국어 자막은 일절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넷플릭스가 한국을 공식 서비스 지역으로 삼지 않아서다.

넷플릭스는 지난주 4분기 실적 공개 중 2년내 글로벌 확장을 언급했고 현재 미국서 시작해 유럽 6개국을 포함한 세계 50개 지역에 진출한 상태다. 내년초 한국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전담팀을 확보했다는 보도를 통해 국내 진출설도 제기됐다. (☞관련기사) 속편히 1~2년 기다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