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獨 놔두고 스페인서만 초강경…왜?

독일법은 유예 조항 많아…스페인은 퇴로 없어

일반입력 :2014/12/16 15:02    수정: 2014/12/16 15:2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구글은 왜 스페인에서만 초강경 대응을 한 것일까?

스페인 언론계가 구글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내년 1월부터 발효되는 초강력 저작권법에 반발해 오는 16일(현지 시각) 부터 구글 뉴스 서비스를 전격 중단하기로 한 때문이다.

깜짝 놀란 스페인 신문발행인협회(AEDE)는 정부와 유럽연합(EU)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스페인 정부나 EU 역시 정상적인 방법으로 구글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가 된 저작권법이 있는 한 구글도 남아 있을 명분은 없기 때문이다.

구글에 '링크 대가'를 요구한 것은 스페인이 처음은 아니다. 독일이 지난 해 통과시킨 ‘인접저작권법(Ancillary Copyright Law)'이 사실상 원조다. 스페인 저작권법도 독일을 벤치마킹해서 만들었다.

당연히 의문이 제기된다. 구글은 독일에선 시장 철수 운운하는 말조차 꺼낸 적 없기 때문이다. 독일에선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던 구글이 유독 스페인에서 강경 자세로 나오는 이유는 뭘까?

■ 독일은 유예 조항 많아…스페인 법은 저작권료 포기 불가

결론부터 얘기하자. 독일과 스페인 법은 구글에 대한 규제 강도가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 내년 1월 1일 발효될 법은 ‘퇴로’가 없는 초강력 법인 반면 독일 ‘인접저작권법’은 곳곳에 빠져나갈 구멍이 마련돼 있다.

일단 두 나라 법은 검색엔진이나 포털 사업자가 뉴스 콘텐츠 일부를 노출시킬 경우 로열티를 부과한다는 기본 전제는 동일하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독일이나 스페인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 상황이 조금 다르다.

독일법은 기사를 비롯한 각종 콘텐츠는 발행후 1년 동안 로열티 계약을 하지 않는 한 무단 공유를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유예 조항이 있다. 원문 링크를 포함한 뒤 간단한 문구가 매우 적은 분량의 발췌문만 노출시킬 경우엔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간단한 문구나 매우 적은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협상의 여지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독일 법 발효 직후 일부에서 “사실상 구글의 승리”란 진단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반면 스페인 법은 명확하다. 서드파티 검색 엔진이나 콘텐츠 수집 사이트에 제목이 걸릴 때마다 서비스 운영업체가 해당 언론사에 저작권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규정한 것은 마찬가지다. 어길 경우 75만 달러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검색엔진에 링크될 경우 해당 언론사가 관련 저작권료를 포기할 수도 없도록 규정했다는 점이다. 이쯤되면 검색엔진 링크 여부는 당사자 둘 간의 문제만이 아니게 된다.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스페인 법은 ‘악성 링크’ 삭제를 거부할 경우에도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돼 있다. 사실상 검색 사업자가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없도록 만든 법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다.

■ 악셀 스프링어, 스페인이었다면 링크 재개 불가

엄밀하게 말해 스페인 법은 저작권을 보호하려는 법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사실상 언론사들이 추가 매출을 올리거나 검색 사업자를 처벌하겠다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는 법이나 다름 없다. 구글이 스페인에서 ’시장 철수’란 초강경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런 차이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오히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스페인 언론사나 정부다. 무슨 의도로 퇴로가 전혀 없는 법을 밀어부쳤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최근 벌어진 사건 하나만 봐도 독일과 스페인 법이 얼마나 다른 지 알 수 있다.

지난 10월말 독일 거대 언론사인 악셀 스프링어는 자사 콘텐츠에 대한 구글 검색을 차단했다. 하지만 악셀 스프링어는 불과 2주 만에 구글 차단 조치를 철회했다. 검색 트래픽이 40%, 구글 뉴스를 타고 들어온 트래픽이 80%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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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스페인 법이 적용되는 곳이었다면 악셀 스프링어는 구글 링크를 그냥 복구할 수 없다. 일단 링크를 허용했을 경우엔 라이선스 비용을 포기하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정부와 의회는 왜 이렇게 초강경 법을 통과시킨 것일까? 정치적인 특수 상황이 아니라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