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넷 “SNS 상시 감독, 한-EU FTA 위반”

'기술적 조치' 불가능…비공개 게시물 육안 확인=‘감청’

일반입력 :2014/12/15 18:41

“사업자들에게 정보통신망 콘텐츠를 상시 모니터링 하도록 하는 것은 자유로운 정보유통과 공유라고 하는 인터넷의 기본 철학에 반한다.”

사단법인 오픈넷이 지난 10일 벌어졌던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경찰 소환 조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SNS 등 정보통신망상의 콘텐츠를 상시 모니터링 하도록 하는 것은 사적 검열을 강화하게 만드는 무리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지난 10일 경찰은 다음카카오가 '카카오그룹'의 비공개 게시물에서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석우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제17조 제1항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

이에 오픈넷은 자유로운 정보유통과 공유라고 하는 인터넷의 기본 철학에 반한다는 입장이다. 해외는 일반적으로 감시의무를 면제해줄뿐더러, 일반적 감시의무 부과는 한-EU FTA 위반이란 것이 오픈넷 설명이다.

오픈넷 설명에 따르면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해 일반적 감시의무를 '명시적으로' 면제해주고 있다.

비록 저작물 침해 사안이나 미국의 이른바 ‘유튜브 판결’을 보면 저작권 침해물이 많더라도 '일반적 감시의무'는 없다는 이유로 유튜브는 면책됐다. 유럽연합 전자상거래지침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일반적 감시의무'를 면제하고 있다(제15조).

또 국내법적 효력을 갖는 한-EU FTA 협정문에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일반적 감시의무의 면제 조항을 두고 있다(제10.66조). 따라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일반적 감시의무를 부과한 아청법 제17조 제1항은 한-EU FTA 제10.66조에 위배된다는 것이 오픈넷 풀이다.

아울러 시행령의 '기술적 조치'는 기술적·법적으로 실현 불가능 하다는 것이 오픈넷 측의 해석이다. 뿐만 아니라 아청법은 DB 구축을 위한 '소지'도 처벌 가능하다고 돼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픈넷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업로드 된 콘텐츠를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고 오로지 '기술적' 수단만을 통해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 여부를 파악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결국 이번 수사의 취지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에게 비공개 게시물까지 육안으로 들여다보라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해 '감청' 행위를 하라는 것과 다름 없다는 것이 오픈넷의 생각이다.

나아가 오픈넷은 순수한 '기술적 조치'가 가능하다는 사례로 구글의 조치가 언급되고 있는 부분에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스스로 구축한 아동 음란물 데이터베이스(DB)에서 특징값(digital fingerprint)을 추출해 해당 특징값과 일치하는 이용자 콘텐츠를 사후에 '기술적 방법'으로 특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동 음란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때 구글 직원들이 '육안'으로 아동 음란물 해당 여부를 확인했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육안 확인 없이 기술적인 방법만으로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찾아내는 것은 기술적·경제적으로 불가능한 뜻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배포를 목적으로 하는 소지'만이 처벌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이런 DB운영이 가능하지만, 국내는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 소지가 목적을 불문하고 불법화돼 있기 때문에 국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은 DB운영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오픈넷은 “결국 우리나라에서 시행 가능한 유일한 조치는 업로드 된 모든 콘텐츠를 일일이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이라면서 “DB운영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해당 조치는 ‘기술적 조치’도 아니고 비공개 게시물에 대해서까지 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지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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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픈넷은 아청법 제17조 제1항이 기술적 조치의 내용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한 것은 법 조문의 해석만으로는 어떠한 조치인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명확성 원칙 또는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반돼 위헌이라는 것. 또한 아청법 시행령에 명시된 기술적 조치는 기술적·법적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방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오픈넷은 “일반적 감시의무를 부과하려는 모든 시도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표명한다”며 “기술적 조치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비공개 게시물까지 모니터링 하라는 것은 이용자를 대상으로 상시적으로 감청하라는 것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