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러가 말하는 구글 기술경쟁력 원천

조성정 박사 "지식 공유 시스템과 문화의 힘"

일반입력 :2014/12/11 18:14    수정: 2014/12/12 14:06

글로벌 IT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을 꼽자면 구글을 빼놓을 수 없다. 검색회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모바일 운영체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머신러닝 및 인공지능(AI) 분야까지 무서운 연구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IBM 왓슨연구소, 삼성종합기술원 등을 거쳐 현재 구글에서 검색랭킹을 연구하고 있는 조성정 박사는 구글이 기술적으로 앞설 수 있는 경쟁력 저변에는 지식을 공유하는 시스템과 조직문화가 있다고 얘기한다.

지난 10일 조성정 박사는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주최로 판교 글로벌 R&D센터에서 열린 ‘2015 SW 산업전망&SPRi Fall 컨퍼런스’에서 약7년 간 구글러로 일하면서 느낀 구글의 연구개발 문화에 대해 공유했다.

“구글에는 회사 전체의 지식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과 조직문화가 있습니다” 같은 회사라도 부서가 다르면 중요한 문서를 잘 공유하지 않는 게 우리 대기업의 조직문화라면 구글은 개인간 지식이 서로 교류되고 합쳐지면 회사 전체의 지식이 된다고 보고 회사 차원에서 지식 공유를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를 잘 갖춰 놨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구글 내 모든 개발툴과 문서는 클라우드 상에서 접근이 가능합니다. 구글이 검색 회사다 보니까 검색 기술로 많은 일을 해결하고 있는데, 전세계 어디서나 다른 팀의 코드를 자유롭게 검색할 수 있게 만들어 놨어요. 키워드 몇 개만 치면 필요한 코드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코드를 검색하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코드 재사용이 쉬운 것도 특징이다. 코드를 다시 사용하려면 품질이 좋아야 한다. 그래서 구글은 코드 리뷰를 위한 시스템도 갖춰놨다.

“코드를 만든 사람이 서로 멘트를 달아 토론을 할 수 있습니다. 코드 리뷰 수준은 학술지 논문 심사하는 것처럼 꼼꼼합니다. 그렇게 퀄리가 높아진 코드만 서밋이 가능합니다.”

조성정 박사는 대학원 인턴 한 명이 여름방학 동안 음성인식 오류율을 4분의1로 감소시킨 일화는 꽤 유명하다고 소개하며 “클라우드에 기존 직원들이 오랫동안 해온 시스템과 혁신적인 알고리즘이 모두 있었기 때문에 한 명의 학생이 단기간 동안 효율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구글 사람들은 왜 자기 일 하기도 바쁜 시간에 다른 팀까지 잘되게 도와 줄까? 조성정 박사는 일년에 두번씩 성과 평가(퍼포먼스 리뷰)에 동료 평가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선 보통 상사가 아랫사람들을 평가하지만 구글에서는 매니저뿐만 아니라 동료를 평균 5명 선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작성한 코드와 문서들이 팀원과 다른 팀에 도움이 많을 수록 동료에게서 유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도움을 받은 동료가 같은 동료에게 보너스를 줄 수 있는 ‘동료 보너스(Peer bonus)’ 제도를 운영하면서 직원간 협업을 독려하고 있다.

그는 또 창업자를 비롯해 경영진들이 모두 기술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점도 구글이 R&D에 강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경영진들이 기술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파워포인트 만드는데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보통 장표 한 장 만드는데 이해하기 쉽게 예쁘게 그림도 그려야 하고 설명도 잘 풀어 쓰고 하는데 구글에서는 하얀 바탕에 공식이나 글씨 몇 자만 있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경영진들이 기술적 비전을 잘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그는 음성인식 기술 개발을 예로 들었다. 어떤 회사들는 음성인식 기술을 MP3플레이어 칩 안에 넣으려고 했다. 칩안에 넣으려고 하니 메모리를 줄이는 문제도 어려웠고 인식할 수 있는 말에 한계를 둘 수 밖에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구글은 데이터센터 서버를 총동원해서 음성인식 기술을 작동시키는 연구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두 개 회사가 처음에 알고리즘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지금은 차이가 많이 나게 됐다.

조성정 박사는 구글은 클라우드라는 큰 비전을 보고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에 지금도 성능을 개선시키고 있고 사용자들이 많이 쓰기 때문에 데이터가 더 들어오니 성능이 좋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게 됐다고 설명이다.

조성정 박사는 구글러를 꿈꾸는 한국의 후배들에게 조언도 남겼다. 그는 SW개발 능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여기에 플러스 알파가 더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글 직원들을 보면 누구나 SW개발을 잘 하지만 그 중에서도 AI나 통계를 하나씩 특기로 가지고 있습니다. 자동화되는 부분이 많아지는 만큼 단순 인력에 대한 수요는 감소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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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남을 벤치마킹 하는데 노력을 너무 많이 들이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닌텐도에서 위 게임기가 나와 히트하는 걸 보면서 ‘내가 삼성기술연구원에서 연구했던 분야인데 참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어딘가에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겠지, 경쟁사가 하지 않으면 뭔가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남들을 벤치마킹하려고만 하지 마세요. 하고 싶은걸 하세요. 퍼스트 무버가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