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 차세대 데이터센터도 뒤흔든다

혁신 역량에 대한 평가 크게 좋아져

일반입력 :2014/12/04 16:00

황치규 기자

클라우드 컴퓨팅도 등장한지 얼마 안 됐는데, 어느새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Software-Defined Data Centers: SDDC)라는 애매한 뉘앙스의 패러다임까지 IT시장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클라우드와 SDDC 모두 향후 몇년간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트렌드를 주도할 중량감 있는 키워드로 부상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은 업체간 역학 관계 변화를 수반하게 마련. 실제로 클라우드와 SDDC를 떠받치는 기반 기술을 둘러싼 헤게모니 경쟁이 한창이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진영도 대권 레이스에 출사표를 던졌다. 오픈소스SW는 단순히 공짜라거나 저렴한 기술이라는 고정관념을 넘어 혁신의 기반으로 대접받는 시대로 진입했다. 차세대 데이터센터 분야도 마찬가지다.

최근 데이터센터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표적인 오픈소스SW는 클라우드 운영체제(OS) 오픈스택이다. 업게에서 오픈스택은 잠재력 측면에서 상용 소프트웨어 진영인 아마존이나 VM웨어의 강력한 대항마로 꼽힌다. 신기술 도입에 보수적인 대기업들까지 벌써부터 오픈스택을 끌어안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제조사인 현대자동차도 오픈스택 기반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고, SK텔레콤 역시 차세대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해 오픈스택 도입을 검토중이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 사이에서도 오픈스택이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다음카카오의 경우 자체 기술진을 통한 내재화 방식으로 오픈스택을 도입했다. NHN엔터테인먼트도 오픈스택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중이다.

대기업들이 나온지 얼마 안되는 기술을 밀고 있다는 것은 향후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픈스택 생태계가 커지는 건 혁신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최근 오픈스택재단이 진행한 사용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이 오픈스택을 쓰는 가장 큰 이유로 혁신에 대한 대응 역량이(Ability to Innovate)이 꼽혔다. 개방형 기술이라는 점, 비용 절감 효과, 특정 업체 종속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점이 뒤를 이었다. 주목할만 점은 혁신에 대응 역량은 지난해만 해도 오픈스택을 도입하는 여섯번째 이유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올해는 단숨에 넘버원 자리를 차지했다.

한국레드햇의 송기흥 부장은 상용 솔루션으로 클라우드를 구현하다보면 차별화 요소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가격 경쟁밖에 할 수 없다면서 오픈스택의 가장 큰 장점은 이것저것 시도해볼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 오픈소스는 커뮤니티 규모가 큰 기술이 살아남을 수 밖에 없다면서 오픈스택은 기업과 개발자 참여 측면에서 오픈소스 클라우드 플랫폼 중에서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생태계라고 덧붙였다.

오픈스택은 그동안 쓰기 어려운 플랫폼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나온지 얼마안돼 업데이트 속도가 빠르다보니 구축한 후에도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기 때문이다. 업데이트에 대한 부담은 오픈스택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구축 후 오픈스택 사용성도 많이 개선됐다는 것이 전문가들 평가다. 특히 최근 공개된 오픈스택 새 버전인 '주노'의 경우 오픈스택을 둘러싼 고질적인 문제중 하나였던 업그레이드에 대한 지원이 크게 좋아졌다고 한다.

'주노'는 클라우드 컴퓨팅, 스토리지 서비스, ID관리, 대용량 데이터 처리 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데이트가 이뤄졌다. 빅데이터와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NFV) 부분도 크게 강화됐다는 평이다. 이를 기반으로 오픈스택은 이제 클라우드를 넘어 SW정의네트워크(SDN)와 SDDC 인프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소프트웨어정의인프라는 가상화와 같은 SW기술을 활용해 값비싼 전용 장비를 쓰지 않고 범용칩 기반 보급형 하드웨어만으로도 데이터센터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준다. 하드웨어를 상대적으로 덜 쓰면서도 효과는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현재 데이터센터 구성을 보면 기존 물리적 환경, 가상 환경,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이 섞여 있는 구조다. 통상 물리적 환경이 여전히 50% 가량 되고, 가상 환경이 30%, 프라이빗 클라우드 비중이 20%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IT발전 추이를 보면 앞으로 가상 환경과 프라이빗 클라우드 비중은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다. 가상화 환경과 프라이빗 클라우드 비중이 커질수록 SDDC 환경도 확산될 전망이다.

서버의 경우 이미 SW 중심의 가상화 기술이 많이 보급된 상황. 반면 스토리지와 네트워크는 이제 막 SW 중심 환경으로 넘어가려는 추세다. 컴퓨팅을 넘어 스토리지와 네트워크 분야서도 오픈스택이 파고들 공간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기술 발전이 그런 방향으로 진행중이다.

미도쿠라는 최근 자사 SDN 및 네트워크 가상화 솔루션 '미도넷'을 오픈스택 재단에 오픈소스로 기증했다. 오픈스택 네트워크 관련 기술도 많이 발전한게 사실이나 전문가들로부터 아직은 부족한 면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자들 사이에서 좋은 아키텍처를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도쿠라가 네트워크 관련 기술을 오픈소스롤 공개한 것이다. SDN 분야에서 오픈스택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오픈스택 전문가인 클라우드포유의 안재석 이사는 미도쿠라 기술을 활용해 오픈스택 기반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오픈스택 생태계가 커지면서 관련 업계도 분주해졌다. 맹주를 노리는 거물급 회사들의 행보가 급물살을 타는 양상이다. 한국레드햇은 올해를 기점으로 리눅스를 넘어 오픈스택을 차세대 비즈니스로 키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국레드햇은 오픈스택을 기반으로 개방형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플랫폼 부문에서 우위를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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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코리아도 오픈스택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SDDC 시장에서 맹주를 노린다. 인텔의 서버칩 전략은 서버를 넘어 네트워크와 스토리지 인프라까지 파고드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넘어가는 상황이다.

시장 조사 업체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서버칩 출하량에서 인텔 점유율은 올해 2분기 97.8%에 달했다. 인텔 입장에선 서버 시장 점유율은 끌어올릴만큼 끌어올린 셈이다. 소프트웨어정의인프라를 강조하는 건 데이터센터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확대해 제온칩 사업을 키우기 위한 전술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특히 네트워크 장비에 인텔칩을 투입하는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