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인터넷 이후 가장 강력한 패러다임"

전문가들, 지디넷코리아 테크라운드서 의견 공유

일반입력 :2014/12/02 18:31    수정: 2014/12/03 14:42

2015년 국내 IT산업을 강타할 키워드 중 하나가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이라는데 반대표를 던질 이들은 많지 않다.

그만큼 국내 IT시장은 지금 IoT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거대 통신사, 제조사, 글로벌 IT업체는 말할 것도 없고 일부 스타트업들까지도 IoT에 올인하려는 모양새다. 창조경제를 이끄는 미래창조과학부까지도 언제부터인가 틈만나면 IoT를 외치고 나섰다. 구경하는 입장에서 IoT없는 IT는 제대로된 IT가 아니라는 생각까지 하게될 정도다.

IoT에 대한 열기가 고조되는 만큼, 까칠한 시선들도 엿보인다. IoT는 10여년전 혜성처럼 등장해 세상을 바꿔놓을 것 같은 존재로 대접받다 얼마못가 일장춘몽으로 끝난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다른 이름 아니냐는 지적부터 무늬만 IoT로 포장한 어설픈 비즈니스들이 많다는 우려들까지 있다. IoT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만큼, 오가는 얘기들도 천차만별이다.

분명한 것은 되든 안되든 거물급 회사들은 지금 IoT에 쏟아붓는 실탄을 대폭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IoT가 포화된 시장을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성장엔진이라는 이유에서다. 최근들어 주요 기업들의 IoT 전략이 쏟아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IoT가 2015년 국내 IT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더욱 관심이 가는 이유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지난달 26일 국내 IT현장을 누비고 있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IoT가 몰고올 파장과 관전 포인트들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테크라운드 행사를 가졌다. 테크라운드는 지디넷코리아가 전문가들과 함께 IT 주요 이슈들을 다양한 관점으로 파헤쳐보기 위해 기획한 오프라인 토론회 행사다. 테크라운드를 뉴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각종 IT이슈에 대한 전문가들의 통찰력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지디넷코리아 황치규 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첫 테크라운드에는 최진성 SK텔레콤 기술원장, 최윤석 한국오라클 전무, 나빌 유아킴(Nabeel Youakim) 시트릭스 아태지역 마케팅 부사장이 패널로 참석, ‘IoT, 연결을 통해 지혜를 더하는 기술과 비즈니스’를 주제로 2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

참석자들은 IoT가 거품은 아니라는데 의견을 함께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터넷 이후 IT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했다. 테크라운드에서 오고간 주요 내용들을 정리했다.

IoT는 점진적으로 진화할 메가트렌드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된다는 개념인 IoT가 나오기전, 전자태그(RFID)나 지그비 같은 통신방법이 사물에 폭넓게 적용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마트 카트에 물건을 담기만 하면 RFID 칩을 통해 자동으로 어떤 상품이 담겼고 총 얼마를 계산해야 하는지 뚝딱 나올 것 같은 청사진이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라는 이름으로 유행했다. 결과는 거품이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남긴 부정적인 이미지는 IoT 회의론이 제기되는 명분으로 작용했다.

테그라운드 참석자들은 RFID가 실제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했지만, RFID, 지그비와 같은 기술은 지금의 IoT가 타당성을 갖추는데 있어 의미있는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다.

최진성 SK텔레콤 기술원장은 RFID나 지그비와 같은 전조를 거쳐 IoT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의미를 갖게 됐다면서 앞으로 5~10년에 걸쳐서 IoT는 산업 구조 변화와 생활에 변화를 커다란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IoT기술이 진짜 의미를 가지려면 센서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IT 기반 기술과 하드웨어 인프라는 이같은 환경을 뒷받침할 수 있는 만큰 진화했다는 것이 테크라운드 참석자들의 평가였다. 최진성 원장은 빅데이터 분석이 이미 이뤄지고 있는데다 저장장치 및 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면서 이런 점들이 IoT의 부상과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업 IoT 전략, 데이터 관점에서 접근해야

센서를 비롯해 연결성을 갖춘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은 기기 자체에 집중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나머지 기업은 디바이스에서 발생한 데이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최윤석 한국오라클 전무는 데이터 관점이란 말은 곧 서비스 관점이라는 말이다. 결국 ‘스마트 디바이스 센서로부터 취득한 데이터에서 어떤 가치를 얻을 것이냐’, 그리고 ‘기업 사업 역량에 비춰봤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낼 것이냐’가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신사업, 기존사업, 기업 운영에 IoT를 활용할 수 있다. 최진성 기술원장은 특히 신사업과 관련해 ICT분야가 아닌 다른 산업 영역을 겨냥하고 광범위하게 새로운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낸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ICT분야에서는 기술 기반이 비슷하기 때문에 차별화가 쉽지 않지만 인접한 새로운 영역에서는 IoT기술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에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IoT 생태계, 어떻게 발전해 나갈 것인가?

이번 테크라운드 행사에선 향후 1~2년 안에 IoT가 빠르게 적용되고 성장할 분야가 어느쪽인지도 논의됐다.참석자들은 모두 '투자대비 효과'를 단기간에 거둘 수 있는 산업군이나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진성 기술원장은 에너지 관리, 공장 자동화, 수송업체 등은 이미 관심을 가지고 초기 투자를 해왔다. 이 분야에서 기존 투자에 대한 효과를 단기간에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윤석 전무는 ‘투자된 비용 대비 빨리 가치를 얻어낼 수 있느냐’가 IoT제품이 보급되는 핵심키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냉장고나 TV, 자동차 등은 교체 시기가 빠르지 않고 가격도 있는 것을 버리고 쉽게 교체할 만한 가격이 아니다며 스마트하지 않은 가전을 스마트하게 바꿔주는 제품들이 과도기적으로 먼저 나오고 이 후에는 제품 자체가 스마트해 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또 기업도 투자만큼 얻어가는 게 있어야 하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 기존 핵심 제품에 IoT 기술을 접목하면서 조금씩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부터 단계적 시도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이 IoT로 기회를 잡으려면…

대기업은 충분한 인력과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 시행착오를 감수해가면서 IoT 전략을 추진할 여력이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다르다. IoT 사업을 하자니 여력이 없고 그렇다고 그냥 있자니 불안한 것이 중소기업의 처지다. 테크라운드 행사에선 중소기업의 IoT 전략에 대해서도 의견이 오고갔다.

나빌 유아킴 시트릭스 부사장은 오히려 중소기업들이 전환기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민첩성을 갖췄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존 시스템을 전환해서 IoT가 주는 이점을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소기업이 빠르게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민첩하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디어 하나를 가지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최윤석 전무는 중소기업에게 IoT가 긍정적인 변화가 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부 기업들은 예전 방식을 그대로 쓰고 있고 몇몇 핵심 개발자에 의존하기 일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데,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현하는데 예전 방식을 고수한다면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며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IoT를 적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IoT 관전포인트는… 플랫폼, 표준, 규제, 보안

컴퓨팅 산업은 변화의 역사였다. 메인프레임에서 시작해서 미니 컴퓨터 시대로 바뀌었고 이후 PC시대가 개막됐다. PC 시대 이후에는 모바일이 업계를 강타했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새로운 강자들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PC 시대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을 스타덤에 올려놓았고, 모바일과 웹에선 애플과 구글이 천하를 호령하는 모양새다. IT업체들의 슬로건대로 IoT가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IoT를 주도하는 업체 리스트도 지금의 IT업계 판세와는 다를 가능성이 높다. 뉴페이스가 혜성처럼 등장할 수도 있고, 이름만으로 반은 먹고 들어가는 기존 IT업체 중에서 IoT 시대를 주도하는곳이 나올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IoT도 플랫폼을 잡는자가 시장을 통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번 테크라운드 행사에서도 플랫폼이 2015년 의미있는 IoT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최진성 원장이 플랫폼 관련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폰에서 필요한 플랫폼과 IoT에 필요한 플랫폼은 다를 것이다며 플랫폼이 특정 업체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클라우드 분야에 오픈스택이 있는 것처럼 IoT에도 오픈플랫폼 생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SK텔레콤은 뫼비우스라는 IoT플랫폼을 잘 만들어 가고 있고 오픈소스로 공개할 만하다 판단되면 파격적으로 공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글로벌 IT업계는 IoT 표준을 둘러싸고 이합집산이 한창이다. 표준화와 관련해 여러 단체가 존재한다는 것은 업체간 이해관계가 그만큼 복잡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만큼 IoT 표준이 하나로 통일되기는 쉽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윤석 전무는 IoT 표준이 하나로 합쳐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인 만큼,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표준이 확정될때까지 기다리기 보다 먼저 시도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빌 유아킴 부사장은 보안을 강조했다. 연결성은 이미 어느 정도 달성됐다며 이제 보안 측면에서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본사, 지사, 공장, 스토어에서 연결이 시도되고 있는데 이때 보안을 강화하고 상시 가용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IoT 풀어야 할 숙제는 없나?

사물에 인터넷이 들어간다는 것은, 뚝딱 이뤄질수 있는 시나리오가 아니다. 기술을 넘어 기업 문화는 물론이고 법적 제도의 변화도 요구한다. 현재 상황만 놓고보면 규제와 IoT가 정면 충돌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크다. IoT가 의미있는 비즈니스로 진화하려면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테크라운드 참석자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발굴 될 수 있는 문화적 기반 마련과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현할 수 있는 개발 방식의 변화, 보안, 현실적인 정부 규제에 초점을 맞췄다.

최진성 기술원장은 IoT산업이 부흥하기 위해서는 많은 아이디어가 발굴돼야 하는데 해커톤, 공모전, 오픈이노베이션을 해봐도 정말 혁신적이고 동시에 핵심적이면서 또 수익성도 갖춘 모델이 쉽게 나오진 않는다. 그만큼 어려운 분야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디어가 나오려면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며 아이디어와 성공사례에 대한 공유도 필요하기 때문에 미디어에서도 공유의 장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윤석 전무는 개발 방법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은 표준화된 시스템을 구축해서 어떻게 최대한 빠르게 개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내 주요 컨포넌트를 모듈화하고 표준화 하는 게 중요하다. 사일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표준화된 블록으로 구축해야 어떤 상황에서도 잘 조합해서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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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빌 유아킴 부사장은 IoT시대 보안과 디바이스 접근 권한, 시스템 퍼포먼스를 보장할 수 있게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디바이스를 허용할 것인지, 또 임직원이 어느 정도 선까지 접근할 수 있게 할 것인지 환경과 툴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경쟁사나 해커가 시스템에 침투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디넷코리아 테크라운드에서 오간 대담 내용은 동영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