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 엣지가 던진 스마트폰의 미래

파괴적 혁신이 선사하는 또다른 쓰임새

일반입력 :2014/11/17 10:20    수정: 2014/11/18 11:03

봉성창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데 이견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같은 핵심부품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는 점과, 매년 천문학적인 연구 개발 비용을 쏟아부은 결과다.

갤럭시S 시리즈로 대표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경쟁 제품 대비 언제나 한발 앞선 최신 혹은 최고의 사양으로 인기를 얻었다. 아울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갤럭시노트 역시 S펜이라는 차별화 된 하드웨어 기능이 접목됐다. 그리고 최근 한층 더 주목할만한 기술이 선보였다. 바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술이 접목된 갤럭시노트 엣지다.

갤럭시노트 엣지를 단순히 갤럭시노트4의 파생제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동일한 성능과 S펜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지만, 엄연히 삼성 스마트폰 제품 로드맵에서 다른 위치에 있다. 스마트폰 기술이 상향 평준화 된 요즘, 다시 삼성전자만의 차별화를 위한 시금석이기도 하다. 갤럭시노트 엣지에 담긴 기술적, 시대적 의미를 살펴봤다.

디자인 상상력의 시작

갤럭시노트 엣지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측면까지 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첫 번째 스마트폰이다. 이를 통해 천편일률적인 스마트폰 디자인을 탈피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네모 반듯한 직사각형 형태로 큰 디스플레이가 전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존의 스마트폰 형태는 디자이너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매우 적다.

물론 갤럭시노트 엣지 역시 직사각형 모양을 완벽하게 탈피한 것은 아니다. 다만 화면 표시 영역을 측면까지 확장시켰을 뿐이다. 디스플레이를 먼저 휜 다음에 이를 강화 액정 안에 넣어 고정시킨 형태다.

그럼에도 이러한 시도는 디자인 관점에서 상당히 파격적이다. 최근 베젤을 극단적으로 줄인 스마트폰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갤럭시노트 엣지는 아예 베젤 자체를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현재 거의 모든 스마트폰은 화면이 있는 앞면과 커버가 있는 뒷면으로 나뉜다. 사고를 좀 더 확장하면 이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대에서는 고정된 화면 영역이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아직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곡률에 한계가 있지만 테두리를 포함해 모든 화면이 양면인 스마트폰도 불가능하지 않다.

물론 이러한 상상력은 어디까지나 디자이너의 몫이다. 갤럭시노트 엣지는 단지 한쪽 테두리를 통해서 그 가능성을 제시했을 뿐이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다시 바빠졌다

일부에서는 갤럭시노트 엣지가 완전히 자유롭게 휘는 스마트폰의 과도기 적인 제품으로 여기는 시각도 있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 커브드 디스플레이라는 용어도 동원된다.

그러나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먼저 화면을 휜 다음 고정시키는 것이 자유롭게 휘는 것보다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 편리한 점도 많기 때문이다. 가령 형태가 고정돼 있지 않으면 내구성 면에서 불리할 뿐 아니라 한 손에 들고 사용하기도 쉽지 않다.

최근에는 화면을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Folderble) 형태나, 둘둘 말아서 들고 다닐 수 있는 롤러블(Rollerble) 형태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커브드와 비교하면 좀 더 혁신적인 느낌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활용 방안이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제약이 많다. 무엇보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 기존 스마트폰에 비해서 어떤 장점을 주는 지에 대한 검증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즉, 새로운 기술을 실제 제품에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것이 실제 소비자들에게 어떤 잇점이 있는가에 대한 설득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들도 해당 기술을 경험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갤럭시노트 엣지는 단순히 테두리로 화면을 연장시킨 것이 아니다. 일명 패블릿이라고 불리는 5인치 이상 스마트폰을 한손으로 사용했을 때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봐야 한다.

갤럭시노트 엣지를 오른손으로 들었을 때 전화, 메시지, 카메라와 같이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기본 기능을 훨씬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애플 아이폰6의 홈버튼이 상단에서 오른쪽 테두리로 옮겨간것도 같은 이치다. 이는 스마트폰 사용에 있어 가장 사용이 편리한 오른손 엄지의 역할을 극대화 한 것이다.

파괴적 혁신이 주는 스마트폰의 미래

사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술을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비단 스마트폰 뿐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미래 광고판으로 불리는 디지털 샤이니지가 있다. 디지털 샤이니지의 미덕은 높은 주목도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이러한 높은 주목도를 이뤄줄 최고의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갤럭시노트 엣지 역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통해 주목도를 더욱 끌어올렸다. 즉, 테두리 화면을 통해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도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정면으로 보지 않아도 시간이나 메시지 수신과 같은 기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엣지 스크린이 사용자에게 얼마나 더 나은 편의성을 제공하는 가를 당장 따져볼 수는 없다. 적어도 IT 분야에서 ‘편리하다’는 것은 그것이 얼마나 쉬운가와 익숙한가를 결합한 단어이기 때문이다. ‘엣지 스크린’을 보는 것은 확실히 쉽지만 익숙하지 않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확언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그럼에도 ‘엣지 스크린’은 S펜과 함께 스마트폰 입력 인터페이스에서 확장을 도모한 성공적인 결과물이다. 향후 출시되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은 당분간 이러한 형태를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단지 화면이 큰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갤럭시S 후속작이나 5인치 전후의 스마트폰에서도 엣지 스크린은 충분히 통할만한 설계이자 UX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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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스마트폰 디자인의 파괴 역시 흥미진진하다. 양쪽 테두리를 구부리거나 혹은 화면을 뒷면까지 연장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혹은 팔찌 형태의 스마트폰을 만들 수도 있다. 이를 암시하듯 삼성전자는 독립형 웨어러블 기기인 기어S를 선보이기도 했다.

스마트폰이 세상에 등장한지 7년이 지났다. 이제 소비자들은 좀 더 파괴적 혁신에 목말라 있다. 갤럭시노트 엣지가 높게 평가받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