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메시지 실종, 애플 책임 어디까지?

美 법원, 소송 진행키로…치열한 법리공방 예상

일반입력 :2014/11/12 13:09    수정: 2014/11/12 13:1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문자 메시지 송수신은 이동통신 이용자의 기본권리로 볼 수 있을까?

지난 6개월 동안 공방을 벌였던 ‘아이폰 문자 메시지 실종 사건’이 결국 법정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루시 고 판사가 10일(이하 현지 시각) 애드리안 무어란 여성이 제기한 소송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루시 고는 삼성과 애플 소송을 담당해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바로 그 판사다. ■ 4월 갤럭시S5로 바꾼 뒤 아이폰 문자 실종


법원 문건을 토대로 이번 소송을 재구성해보자.

이번 소송을 제기한 애드리안 무어는 지난 2011년 3월 아이폰4를 구입했다. 그로부터 7개월 뒤인 2011년 10월 애플이 iOS5를 내놨다. 애플은 iOS5부터는 메시지를 보낼 때 아이메시지로 기본 설정했다.

계속 아이폰4를 사용하던 무어는 2014년 4월16일 갤럭시S5로 교체했다. 이 때부터 문제가 생겼다. 아이폰 이용자들이 자신에게 보내준 문자 메시지가 실종되는 일이 발생한 것.

이 문제로 애플과 몇 차례 접촉했던 무어는 결국 지난 5월15일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 이 사건을 다뤄달라는 문건을 접수했다. 그러자 피고인 애플 측은 7월24일 이번 소송을 진행할 가치가 없다는 반론을 담은 문건을 법원에 제출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8월21일 원고인 애드리안 무어가 또 다시 반대 문건을 접수했다. 이 문건에 대해선 애플이 9월18일 관련 답변을 또 제출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끝에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은 지난 10일 애드리안 무어가 제기한 소송이 법정에서 다툴만한 가치가 있다고 공식 판결했다.

■ 애플도 문제 알면서 제대로 공지 안했다

이번 소송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는 통신사와 맺은 휴대폰 계약에서 문자 메시지 송수신 권리를 어느 정도까지 보장받을 수 있느냐는 부분이다. 또 단말기를 교체할 경우 제조업체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냐는 부분도 함께 걸려 있다.

법원 문건에 따르면 애드리안 무어는 애플 때문에 자신이 버라이즌과 맺은 통신 계약을 제대로 향유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근거를 토대로 애플이 캘리포니아주의 ‘소비자 보호법’과 ‘불공정 경쟁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플도 iOS5를 출시한 이후부터 이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실제로 애플 측은 기기를 교체할 경우 서비스를 먼저 차단하라고 권고해 왔다.

하지만 무어는 이 정도로는 충분한 공지를 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 문건에 따르면 무어는 “기기를 바꿀 경우 문자를 전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아이메시지를 다운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 발 더 나가 그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기기를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애플 입장은 다르다. 애플 측은 “무어가 더 이상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통보해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아이폰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때 아이메시지 등록을 해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애플은 또 무어가 버라이즌과 맺은 통신 계약 중 어떤 부분이 모든 문자 메시지 전송을 보장해준다는 것인지 적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문자 메시지 서비스가 통신 계약이 보장하는 핵심 권리인지 여부에 대해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애플의 주장은 향후 법정에서 꽤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아이메시지가 이용자들이 새로운 기기로 바꿨다는 사실을 자동으로 인지한다고 약속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또 “법은 기술이 원고가 주관적으로 그럴 것이라고 믿고 있는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해서 구제해주도록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 루시 고 모든 문자 메시지 받을 권리 입증할 필요는 없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애드리안 무어는 애플이 문자 메시지 실종에 대해 제대로 공지하지 않은 부분을 문제 삼았다. 이 문제 때문에 자신이 통신사와 맺은 계약에서 보장받은 권리를 제대로 향유할 수 없었다는 것이 무어의 주장이다.

무어가 이번 소송에서 '소비자 보호법'과 '불공정경쟁법'까지 들고 나온 것도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반면 애플은 이번 사건 자체가 수정헌법 제3조에서 규정한 '사건성 또는 쟁송성(case or controversy)'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맞섰다. '사건성 혹은 쟁송성 요건'이란 연방법원은 실제적인 피해나 피해 가능성이 있는 사건만 맡는다는 미국 헌법상의 원칙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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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법원은 무어의 손을 들어줬다. 계약 훼손 주장까지는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실제적인 피해나 피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루시 고 판사는 애플의 고의적인 행위로 실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피고가 모든 문자 메시지를 받을 절대적인 권리가 있다는 사실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다고 판결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