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CC, '망중립성' 왜 내년으로 미뤘나

"소송땐 필패"…20일까지 최종안 마련 불가 판단한듯

일반입력 :2014/11/09 19:40    수정: 2014/11/10 09:2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소송까지 갈 경우 ‘백전백패’한다는 판단을 한 것일까?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중립성 규칙 개정 작업을 내년으로 연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7일(현지 시각) FCC가 새 망중립성 규칙 개정 작업을 내년으로 연기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씨넷을 비롯한 주요 매체들도 일제히 월스트리트저널을 인용 보도하면서 망중립성 규칙 개정 연기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했다.

FCC가 망중립성 규칙 수정 작업을 내년으로 연기한 것은 물리적으로 연내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FCC의 올해 마지막 전체회의는 12월 11일로 잡혀 있다. 따라서 전체 회의에서 안건으로 삼으려면 3주 전인 오는 20일까지 망중립성 수정안을 완성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때까지 마무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 FCC, 망사업자-소비자 모두 껴안는 쪽으로 입장 선회

톰 휠러 FCC 위원장은 그 동안 망중립성 공방을 연내에 마무리하겠다는 의욕을 보엿다. 따라서 보도만 놓고 보면 FCC가 그 동안 보여온 행보와는 상당히 상반되는 측면이 있다.

실제로 휠러 위원장은 지난 5월 인터넷 서비스사업자(ISP)들이 추가 요금을 내는 사업자들에게 고속회선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망중립성 수정안을 내놨다. 지난 1월 항소심에서 패소한 뒤 대법원 상고 대신 수정안 마련 쪽으로 입장을 바꾼 뒤 신속하게 후속 조치를 취했다.

당시 FCC는 망사업자들이 급행료를 받고 고속 회선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망 접속 속도를 저하하거나 아예 차단해버리는 행위를 금지했다.하지만 이 같은 수정안에 대해 엄청난 비판이 쏟아졌다. FCC가 지난 5월 수정안을 내놓은 뒤 3개월 동안 일반인들의 의견을 접수한 결과 400만 건 가량이 몰려 들었다. 이 중 대부분은 ‘급행회선 허용’을 골자로 하는 FCC의 망중립성 수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직면한 FCC는 최근 들어 ‘망중립성 옹호자’와 ‘망사업자’를 모두 껴안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그 방안으로 나온 것이 인터넷 서비스사업자(ISP)를 소매(retail)와 백본(backbone)으로 나눠서 규제하는 안이다.

이 중 콘텐츠 사업자와 연결되는 ‘백본 부분’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하겠다는 것. ‘백본’ 사업 부분에 대해 통신법 706조의 타이틀2로 재분류하겠다는 것. 이렇게 될 경우 FCC는 자동적으로 강력한 규제 권한을 갖게 된다.

반면 소매 부문에 대해서는 느슨한 규제를 적용해 망사업자들도 함께 껴안는다는 것이 최근 흘러나오고 있는 FCC 수정안의 핵심 골자다.

■ 버라이즌에 호되게 당한 FCC, 이번엔 신중한 행보

문제는 이게 말처럼 간단한 작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이브리드 계획’을 이해시키는 것부터 쉽지 않기 때문.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바로 소송 가능성이다.

FCC는 망을 이원화한 뒤 한쪽은 느슨한 규제를 적용한다는 입장이지만 망사업자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백본 사업’에 대해 FCC가 강력한 규제권한을 갖게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버라이즌을 비롯한 통신사업자들은 FCC가 ‘하이브리드 계획’을 고수할 경우 곧바로 소송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는 FCC로선 신경 쓰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전문가들도 현 상태에서 소송까지 갈 경우 FCC가 백전백패할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있다.스탠퍼드 법과대학의 바바라 판 쉐이윅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FCC의 새 계획안은 소송을 당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쉐이윅 교수는 대표적인 망중립성 지지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따라서 FCC는 소송에서 꼬투리를 잡히지 않을 정교한 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게 하자니 이제 열흘 남짓 남은 기간 동안 망중립성 수정안을 완성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FCC는 지난 2010년 차별금지와 차단금지, 그리고 합리적 망관리란 3대 원칙을 골자로 하는 ‘오픈인터넷 규칙’을 마련했다. 당시 FCC는 통신법 706조의 ‘부수적 관할권’에 따라 ISP에 대한 규제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FCC가 망중립성 계획을 발표하자마자 통신사인 버라이즌이 곧바로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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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은 사실상 버라이즌의 승리로 끝났다. 연방항소법원이 지난 1월 정보서비스사업자인 ISP들에게 차별금지와 차단금지 의무를 부여한 것은 FCC의 월권이었다고 판결했다.

당시 항소법원은 FCC가 ISP들에게 망중립성 원칙을 적용하려면 유선사업자와 같은 타이틀2로 재분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ISP들은 통신법 706조의 타이틀1에 소속돼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