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LG 특허동맹, 어디까지 영향 미칠까

안드로이드+인접분야 유력…차세대 핵심영역은?

일반입력 :2014/11/05 17:22    수정: 2014/11/05 17:2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삼성에 이어 이번엔 LG가 구글과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애플이 주도하는 록스타 컨소시엄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구글이 범 안드로이드 동맹을 결성하는 모양새다.

LG는 5일 구글과 특허를 상호 공유하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으로 두 회사는 기존 특허 뿐 아니라 앞으로 10년 간 출원 특허까지 포괄적으로 공유하게 된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삼성전자가 구글과 비슷한 내용의 특허 공유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은 삼성, LG와 별도로 시스코와도 특허 계약을 맺었다.

■ 록스타 소송 등으로 안드로이드 진영 불안감 고조

당연히 왜란 질문을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구글은 지난 1월 삼성과 제휴할 때는 불필요한 특허 분쟁보다는 공조 체제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의 명분은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실제로 구글은 이번 제휴에 대해 “두 회사가 공조함으로써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대단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과 제휴 때와 비슷한 명분인 셈이다.

하지만 모바일 시장의 앙숙인 애플과의 힘겨루기도 고려 대상이 됐다고 봐야 한다. 구글은 지난 해 말부터 록스타 컨소시엄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록스타는 지난 2011년 노텔 특허권을 인수하기 위해 애플 주도로 결성된 컨소시엄이다.

당시 록스타는 구글과 경쟁 끝에 노텔 특허권을 44억 달러에 인수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록스타는 노텔 특허권을 토대로 지난 해 10월말 안드로이드 진영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한 것. 록스타는 구글 뿐 아니라 삼성을 비롯한 주요 안드로이드 단말기업체들도 함께 제소했다.

안드로이드 맹주를 자처하는 구글 입장에선 ‘동맹군’의 결속을 다질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구글은 모토로라 특허권으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좀 더 견고하게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 사례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특허권자들은 운영체제(OS) 개발업체보다는 단말기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것을 선호한다. 법정에서 직접 단말기 기능을 보여주면서 싸우는 것이 훨씬 더 설득력이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특허전문 사이트 포스페이츠는 ‘애플이 다른 업체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성과를 거둘 경우 LG에도 위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오라클과의 '자바전쟁'도 변수

구글에겐 록스타 컨소시엄과의 소송 외에 또 다른 변수도 있다. 오라클과 벌이고 있는 ‘자바 전쟁’이다.

자바 전쟁 1심에서 승리했던 구글은 항소심에서 패배하면서 위기 상황에 내몰렸다. 대법원에서도 패소할 경우 안드로이드 OS를 만들 때마다 거액의 로열티를 물어야 할 수도 있다.

그 동안 구글이 안드로이드 군단을 결성할 수 있었던 것은 ‘공짜 정책’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오라클 세’가 신설될 경우엔 안드로이드 동맹군들이 동요할 수도 있다.

이런 저런 상황을 감안하면 구글 입장에선 안드로이드 진영 내부 결속을 다질 필요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협약을 통해 모토로라의 특허권을 대거 공유했을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관측된다.

또 다른 궁금증은 대체 어디까지 공유했을 것이냐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LG나 구글 모두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포괄적’이라고 해서 전 분야 특허권을 모두 대등하게 크로스 라이선스 했을 가능성은 그다지 많지 않다. 서로 셈법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특허권을 조건 없이 함께 나누는 합의’에 이르는 것이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 과연 구글의 양보 범위는?

여기서부터는 상상력을 한번 발휘해보자. 양측은 모바일 관련 특허권은 조건 없이 나눴을 것으로 관측된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특허권을 갖고 있는 구글이 대폭 양보할 명분이 충분하다.

그 다음 부분부터는 다소 애매하다. 스마트홈을 비롯한 차세대 사업 관련 특허권은 셈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구글은 '안드로이드 진영 결속'을 위해 어느 정도는 양보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로봇을 비롯해 차세대 핵심 먹거리로 간주하는 분야의 곶간문까지 전부 열었을 가능성은 그다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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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 대해서는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가 잘 분석했다. 포스페이턴츠는 “구글이 LG가 자신들의 발명을 이용해 검색 엔진을 구축하는 것을 허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찬가지로 LG 역시 자신들의 블루레이 기술을 구글이 맘대로 쓰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란 게 포스페이턴츠의 분석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두 회사의 ‘포괄적 라이선스’는 안드로이드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계산이 나온다. 차세대 산업 쪽 특허권도 일부 제공하긴 했겠지만, 미래 산업 전체를 통째로 공유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