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밥그릇 뺏는 정부 정보화 사업

민간과 충돌하는 공동 프로젝트 개선 요구 높아

일반입력 :2014/11/02 09:13    수정: 2014/11/02 16:57

정부가 공공 정보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소프트웨어(SW)나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 무상으로 배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작 이 분야에서 성장해야 할 업체들은 정부와 경쟁하며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이에 따라 공공 정보화 사업을 시작하기 전 SW산업에 미칠 영향을 미리 평가해 보는 절차를 필수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보여주기식 성과주의가 문제를 계속 만들어 내고 있는 만큼 공공 정보화 사업 성과지표(KPI)를 시장 활성화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최근 만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연구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가 좋은 의도에서 시작했다 하더라도 SW산업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방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SW정책연구소는 지난 4월 개소했을 당시부터 정부의 SW무상배포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연구원에 따르면 국토부가 서비스하고 있는 브이월드는 공공이 민간과 경쟁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국토부는 데이터 공유와 제공 차원에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런 목표라면 순수하게 데이터를 민간에서 가져다가 쓸 수 있게 API만 제공해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민간과 직접 경쟁하는 사례가 각 중앙 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만든 학교쏙이라는 학교 생활 알림 앱은 민간에서 만든 아이엠스쿨과 겹친다. 학교쏙이 나오고 서울경기지역에서 아이엠스쿨 시장점유율이 떨어졌다고 한다.

SW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정부에서 올해 3조 5천억 정도 정보화 사업에 썼고 내년에는 올해 보다 더 큰 규모의 예산안이 올라와 있다. 유사한 문제가 또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방지책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높다.

SW정책연구소 임춘성 연구실장은 미래부와 연구소가 'SW영항평가제도'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 정보화 사업을 하기 전에 SW생태계에 침해가 있진 않은지 영향을 한번 살펴보자는 제도다.

사업 심의를 받을 때 다른 사업과 중첩된 건은 아닌지, 부풀려진 건 없는지, 시의적절한지 등을 이미 살펴보고 있는데 여기에 SW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항목을 포함시키는 것이 미래부와 연구소의 목표다.

SW영향평가제도는 아직 제도를 연구하는 단계로 심의 주체도 정해지지 않았다. 연구소는 정책을 정비해 내년 3월부터는 실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같은 문제가 지속되는 데는 정부부처와 지자체의 성과주의도 작용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처럼 보여주기 좋은 서비스를 직접 해야 예산도 생기고 공무원들이 성과로 인정도 받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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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지적에 대해 SW정책연구소 이현승 선임연구원은 공무원들에게 계속 아이디어를 내서 뭘 만들어서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해당 사업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사이트 방문자 수가 얼마나 많아지는지, 이용자수가 얼마나 많은지 같은 걸 보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도 공공 데이터 개방 원칙을 언급했다시피 정부기관은 데이터 개방에 협조하고 이 데이터를 잘 써서 좋은 앱이 많이 나오고 SW업체 수가 늘어나는 것이 핵심성과이자 지표(KPI)가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