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동성애자 고백'과 3년 전 소동

용기 있는 고백 높이 평가

데스크 칼럼입력 :2014/10/31 08:35    수정: 2014/11/21 15:1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팀 쿡이 비즈니스위크를 통해 마침내 고백을 했습니다. 자신이 동성애자란 사실을 공개 선언한 겁니다. 쿡은 비즈니스위크 기고문을 통해 “게이인게 자랑스럽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는 고백문에서 인생에서 끊임없이 제기한 질문은 남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란 것이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자신이 운동가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남들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고 살았는지 알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쿡이 커밍아웃을 한 것은 동성애자들의 권리 옹호를 위해서입니다. 그는 이날 기고문에서 애플 CEO가 동성애자란 사실을 알리면 정체성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나 혼자라고 느끼는 이들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쿡이 동성애자란 소문은 어제 오늘 있었던 일이 아닙니다. 실리콘밸리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팀 쿡 본인 역시 굳이 동성애자란 사실을 숨기려하진 않았습니다.

■ 3년전엔 팀 쿡 성 정체성에 대해 선정적 보도

이번 고백을 보면서 3년 전 소동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미국의 일부 매체들이 팀 쿡의 동성애 사실을 문제 삼는 기사를 쓴 적 있습니다.

그러자 CBS 계열인 비넷이 애플 CEO 팀 쿡의 성 정체성이 뉴스가 아닌-혹은 뉴스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란 기사를 통해 쿡을 옹호했습니다.

팀 쿡이 애플에서 하고 있는 업무와 관련이 없는 한, 그가 동성애자인지 아닌지는 뉴스거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기본 논조였습니다. 일부 선정적 언론들이 ”팀 쿡의 성 정체성에 대해 보도하지 않는 건 직무유기”라고 했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지도 조목조목 지적한 기사였습니다.

그 기사를 썼던 에릭 셔먼 기자는 쿡의 성 정체성을 문제삼는 기자들은 '자기 탐닉'을 의무로 착각하고 있다(the press often portrays self-indulgenceas duty)고 지적한 적 있습니다. 자기가 관심갖는 사안을 독자들의 알 권리라고 착각한다는 얘기입니다.

그 당시 국내 언론에서도 비넷 보도를 잘못 인용해 ‘팀 쿡 동성애자 논란’이 한 바탕 화제가 된 적 있습니다. 일부에선 쿡의 성적 취향을 애플과 연결하면서 확대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팀 쿡이 커밍아웃을 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3년 전 그 때 소동’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그 때와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쿡의 고백에 대해 실리콘밸리에선 많은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팀 쿡이 소수자 인권보호를 위해 ‘사생활을 포기’한 부분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국내 언론도 화제성 보도보다는 쿡의 ‘진심’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 팀 쿡, 당신의 취향에 동의하진 않지만…

19세기 후반 프랑스 사회를 한바탕 뒤흔든 드레퓌스 사건이 떠오릅니다. 당시 젊은 장교였던 알프레드 드레퓌스는 간첩 혐의를 받고 유배를 당했습니다. 물론 그는 간첩이 아니었습니다. 프랑스 사회가 갖고 있는 유대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간첩 누명을 쓴 것입니다.

당시 작가인 에밀 졸라는 문학신문 ‘로로르’에 ‘나는 고발한다’는 유명한 글을 게재합니다. 그 글에서 에밀 졸라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의 의견이 위협당하게 되면 목숨을 걸고 지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선언을 계기로 드레퓌스는 결국 무죄판결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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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드레퓌스와 팀 쿡을 수평비교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성적 소수자들이 받고 있는 편견은 드레퓌스가 겪었던 시련 못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 팀 쿡의 용기 있는 고백을 높이 평가합니다. 비록 수 만리 떨어진 미국 땅에서 이뤄진 고백이긴 하지만, 팀 쿡의 고백을 계기로 소수자 인권 문제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