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오라클 '자바전쟁' 더 복잡해진다

API서 SW 특허권으로 확대…대법원, 답변시한 연장

일반입력 :2014/10/22 15:31    수정: 2014/10/22 16:2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대법원 소송을 앞두고 있는 구글과 오라클의 ‘자바 전쟁’이 갈수록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대법원이 오라클의 답변 시한을 한 달 더 연장해주기로 했다.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는 22일 대법원이 구글의 상고 신청에 대한 오라클의 답변 시한을 12월 8일까지로 연기했다고 전했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오라클은 오는 11월 7일까지 대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해야만 했다.

대법원의 이번 조치는 구글이 상고심에서 소송 범위를 확대하는 전략을 쓴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1심과 2심에서 자바 API 문제를 물고 늘어졌던 구글은 상고심이 열릴 경우 소프트웨어 특허권 전체로 공격 범위를 넓히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구글과 오라클의 상고심 성사 여부는 올 연말께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미국은 상고 허가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대법원이 심리를 받아들여야만 상고심이 열리게 된다.

■ 1심과 2심에선 자바 API 공정 이용이 쟁점

구글과 오라클은 지난 2010년부터 4년째 자바 특허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자바 API를 적용한 것이 저작권법상의 ‘공정 이용’에 해당하느냐는 부분이 핵심 쟁점이었다.

1심에서 승리하면서 기세를 올린 구글은 지난 5월 항소심에서는 역전패했다. 그러자 구글은 상고 청원 시한 마감일이던 지난 10월 6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예정대로라면 소송 상대방인 오라클은 한 달 뒤인 11월 7일까지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대법원은 구글의 상고 청원과 오라클의 답변서를 검토한 뒤 상고심을 받아들일 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대법원이 오라클의 답변 시한을 한 달 더 연장해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라클은 12월8일까지 구글의 상고 청원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문건을 대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구글이 승소한 1심에선 자바 API가 핵심 쟁점이었다. 2013년 5월 1심 재판부는 안드로이드가 자바 특허권을 침해한 부분은 인정했다. 하지만 자바 API를 활용한 것은 저작권법상의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면서 사실상 구글 승소 판결을 했다.

구글과 오라클 간의 1심 재판에선 API를 특허권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부분도 쟁점으로 부각됐다. 1심 재판부는 API 자체는 특허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오라클은 곧바로 항소했다. 오라클은 항소심에서 크게 두 가지 주장을 했다. 우선 오라클은 자바 API도 특허권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전제 하에 구글의 자바 API 활용 역시 공정 이용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항소법원은 오라클 쪽 주장에 귀를 기울였다. 안드로이드에서 자바 API를 적용한 것은 저작권법상의 공정 이용이란 구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

당시 항소법원은 구글이 독자적인 API 패키지를 만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사실상 구글이 자바 API를 무단 도용했다고 판결했다. 특히 항소법원은 1심 재판부가 '공정이용'을 잘못 이해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논리를 근거로 항소법원은 37개 자바 API 패키지의 코드와 구조 등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구글과 오라클 간의 자바 특허 전쟁은 두 회사간의 이슈에 머무르지 않는다. 구글이 패소할 경우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안드로이드 단말기에 '오라클 세'가 신설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보기에 따라선 삼성, 애플 간 소송보다 훨씬 더 파급력이 클 수도 있다는 얘기다.

■ 구글, 대법원 소송 땐 소프트웨어 특허권 집중 공격할듯

항소심에서 패소한 뒤 와신상담하고 있는 구글은 대법원 재판에선 그 동안의 전략을 다소 수정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구글은 대법원에선 소프트웨어 특허권 문제로 영역을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소송 범위가 1, 2심보다 훨씬 더 광범위해질 가능성이 많다.

이와 관련 포스페이턴츠는 “구글의 전략 변화로 오라클 변호사들의 답변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답변 시한을 늦춰준 것이 적절한 조치란 얘기다.

여기서 당연히 제기되는 질문이 있다. 구글은 왜 API 공정 이용 이슈에서 소프트웨어 특허권 문제로 범위를 확대하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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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선 지난 6월 대법원에서 끝난 CLS은행과 앨리스 간의 세기의 '소프트웨어 특허 소송'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대법원은 앨리스의 ‘제 3자가 에스크로(조건부 날인 증서)로 자금을 관리하게 하는 방식’이 추상적인 아이디어에 불과하다면서 특허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은 소프트웨어 특허권에 대해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구글이 자바 특허권 자체를 문제삼고 나선 것은 대법원의 이런 판례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