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5G 패권경쟁 시작됐다

3국 모두 범 정부 차원에서 기술표준 선점나서

일반입력 :2014/10/21 17:24    수정: 2014/10/22 10:38

(부산=박수형 기자) 2020년 5세대(G) 이동통신 시대를 앞두고 세계 각국이 겉으로는 국제 공조를 내세우지만, 기술표준 선점을 위한 각축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개국간에 미래 이동통신 시장의 헤게모니를 차지하기 위한 기술표준화 대결이 뜨겁게 전개될 전망이다.

ITU전권회의 둘째날인 20일에는 한중일 동북아 3개국 ICT 정부부처가 잇따라 나서, 미래 ICT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5G 추진전략을 발표하면서 각국 ICT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미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인텔, 퀄컴 등 민간 정보통신 장비 및 칩셋 회사들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5G 기술경쟁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개국 정부간 기술선점을 위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점화된 것이다.

5G 이동통신 기술에 대한 명확한 개념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기술적으로 5GHz에 이르는 고주파 주파수 대역에서 초당 1기가비트(Gb) 이상을 전송한다는 기본적인 개념만 제시된 상황이고, 구체적인 구현기술, 주파수 대역 등은 앞으로 상당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ITU-T에서는 오는 5G 기술을 2020년 상용화할 것이라는 선언적인 표현만 나왔고, 실제 표준정립 논의는 2016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2G 기술인 디지털CDMA 기술을 선점한데 이어, 3G/4G 기술인 와이브로에 이어 5G에서도 리더십을 이어가기 위해 정부차원의 추진전략을 마련중이다. 오상진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방송기술정책과장은 이날 ‘5G 글로벌 서밋’ 연사로 나서 “5G 기술 표준 동향과 관련해 ITU 안에서도 5G의 기술 필수사항과 요구사항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표준화단체인 3GPP도 검토중”이라며 “2016년 릴리스14가 나오면 그 이후부터 5G 표준의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5G 기술 표준이 정해지면 세계 각국의 이동통신사부터 단말기 제조사, 통신장비 회사까지 기술표준을 따르게 된다. 기술표준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미래 이동통신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이동통신 기술표준을 주도하며 모바일 강국 대열에 올라선 한국, 그리고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을 무기로 무섭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 과거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범 정부차원에서 나서고 있는 일본 등 동북아 3국간 5G 패권경쟁이 예고되고 있는 이유다.

■ 한중일 5G 삼국지, 2020년 주목

최근 퉁신 장비와 단말기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은 2020년을 5G 상용화 목표로 잡고 있다. 가입자 8억명을 거느린 세계 최대 통신사가 있는 만큼 막강한 시장파워를 앞세워 5G 리더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동 샤우루 중국 공업신식화부 부처장은 이날 ITU전권회의장에서 “중국 정부는 5G 발전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 연구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추진 플랫폼을 구축하고 국제 공조를 추진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과 공조해 성공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보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2020년 도쿄에서 열리는 하계 올림픽을 계기로 5G 시장을 선점, 과거 ICT 강국의 지위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후세다 히데오 일본 총무성 과장은 “일본 총무성은 전파정책 비전을 올해 최종 완성하고, 2020년 세계 최초 상용화 로드맵을 완성하겠다”며 “예산을 집중적으로 책정해서 5G 연구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이동통신 시장을 선도해온 한국은 세부적인 계획에서 한발 앞서있는 모습이다.

오상진 미래부 과장은 “프리5G에 이어 2017년 12월 시범 서비스를 시작해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5G가 이런 것이다고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계획”이라며 “평창에서 한국만의 기술이 아니라 글로벌이 모두 참여해 같이 하는 공간을 만들고 2020년에 상용 서비스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 5G 공조 외치지만, 각국별로 주도권 경쟁 나서

한국 중국 일본 3개국 모두 대내외적으로는 국제 공조 이야기를 내세우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 함께 손을 잡고 5G 시대를 이끌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독자 기술만 내세워 고립되지 않을만큼의 협력을 가져가겠다는 뜻이다.

특히 각국 정부가 국제공조를 말하는 부분은 주파수 정책으로 요약된다. 이를테면 5GHz 이하 대역에서 5G 주파수를 할당하느냐의 문제 등을 함께 정하자는 것이다. 통일된 주파수 기준이 생기면 5G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통신사, 장비회사 등 52개 사업자를 모은 5G 추진 협의체를 만들었다. 일본은 지난해 민간 표준화 기구 ‘아리브’를 발족, 표준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결국 국제공조는 별도로 자체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다.

5G에 이처럼 한중일 3국이 주력하는 이유는 미래 ICT 시장의 핵심인 기술표준을 선점해야만 미래 먹거리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5G 시장은 단순히 통신장비 뿐만 아니라 단말기, 통신서비스, 부가서비스, SW 시장에 이르기까지 산업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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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진 미래부 과장은 “5G 통신처럼 산업 전후방 효과가 큰 사례를 찾기 어렵고, 신성장 동력 화두가 될 수 있다”며 “전세계가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ICT가 할 수 있는 힘과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동북아 3국의 5G 패권경쟁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