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강국 대한민국, 규제에 발목 잡혀

게임 규제 완화와 진흥에 관심 기울여야

일반입력 :2014/10/21 11:32    수정: 2014/10/21 13:12

온라인 게임 종주국으로 세계를 호령했던 대한민국이 설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각종 규제 법안 때문이다.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규제에 발목을 잡혔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다양한 게임 규제 법안이 시장을 위축시키고, 토종 게임사의 경쟁력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게임 규제는 개발 투자 환경 위축 등의 부작용으로도 나타났다.

국내에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게임 규제 법안이 존재한다. 미국, 유럽, 러시아, 일본 등에선 찾아볼 수 없는 셧다운제와 웹보드 게임 규제안이다. 두 규제안은 우리나라 게임 산업을 좀먹고 있는 대표적인 악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셧다운제·웹보드 게임 규제, 게임사 생존 위협

국내 게임 시장에 어두운 그늘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셧다운제가 시행된 이후다.

셧다운제는 심야시간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막는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으로, 강제적과 선택적 두 가지가 존재한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여성가족부가, 선택적 셧다운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해 시행된 규제안이다. 셧다운제 중복규제다.

특히 셧다운제는 중소게임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소게임사는 기존에 수천만의 회원을 확보한 대형게임사와 비교해 회원을 늘리기가 어려워져서다. 셧다운제에 따른 복잡해진 회원 가입 절차 탓이다. 게임 사이트의 신규 회원가입 절차는 셧다운제 시행 이후 2~3단계가 늘어났다. 휴대전화 인증과 청소년 부모 동의서 제출 등을 추가로 진행해야한다. 해외 게임사의 경우 이메일 주소와 암호만 입력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과는 다르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셧다운제 이후 신규 회원 유치가 어려워졌다. 절차가 복잡해져 회원 가입 전 이탈하는 이용자가 대부분”이라면서 “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네이버, 다음 등 이미 수천만 회원을 확보한 게임사와 손을 잡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중소게임사의 수익은 낮아지고, 설자리는 점점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웹보드 게임 규제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지난 2월 시행된 해당 규제는 구매한도 30만원 제한, 게임머니 사용한도 1회당 3만원 등의 내용을 담았다. 정부가 게임 결제 한도를 결정한 것은 시장 자율 경쟁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단통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도 이에 대한 연장선이다.

웹보드 게임 규제는 NHN엔터테인먼트와 네오위즈게임즈 등 일부 게임사의 성장에 제동을 걸었다. 실제 두 회사는 웹보드 게임 규제 이후 매출 폭락 등 심각한 손실을 입었다.

■규제에 따른 투자 위축, 중국 자본 유입 확산 부작용

복수의 전문가는 게임 규제가 투자 위축이란 부작용을 낳았다고 평가했다. 실제 국내 투자사들이 중소게임사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중소게임사에 투자를 해봐야 규제 리스크를 넘기 힘들다고 판단해서다.

이런 틈은 중국 등 해외 자본의 유입을 부추겼다. 해외 자본이 토종 게임사의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 게임사는 투자 조건이 좋지 않더라도, 해외 자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특히 중국 자본의 유입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국내 게임 시장이 중국 자본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국내 게임 시장이 해외 자본에 의해 식민지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중국의 텐센트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업체가 개발한 게임을 중국에 공급하는 유통업체에 불과했으나 이후 중국정부의 지원을 받아 시총 145조원에 육박하는 게임 분야 매출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텐센트는 CJ게임즈에 5천33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고, 신생 게임사인 NSE엔터테인먼트, 리로디드스튜디오 등 지분 투자 형태로 투자한 금액만 6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는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 지난 7일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한선교 의원은 서면자료를 통해 규제 등으로 인해 중국에 빼앗긴 국내 게임 시장을 점검했다.

한 의원은 “4조원에 가까운 국내 게임시장이 중국에게 빼앗겼고 중국 자본에 의해 국내 게임기업의 수익액이 중국으로 유출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 게임산업이 중국 등 세계시장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의 불합리한 중복규제를 완화하고 글로벌에 맞는 규제 정책을 마련하는 등 규제에서 진흥으로의 정책 기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상설협의체 가동 초읽기, 규제 완화 신호탄 쏘나

물론 정부도 게임 규제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 규제에 대한 다양한 지적이 계속 나오자 여가부와 문체부는 규제 완화 움직임을 일부 보이고 있다. 두 부처는 이에 게임업계, 청소년단체 등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상설협의체’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달부터 본격 가동된다고 알려진 상설협의체는 게임 규제 및 규제 완화에 대한 민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통합 창구로 요약된다. 해당 협의체가 정부와 관계 부처, 게임사간의 소통 창구로 적극 활용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업계에선 두 부처가 상설협의체를 통해 규제 일원화를 우선 손봐야한다고 했다. 여가부와 문체부 중 한 곳이 게임 규제를 담당해야한다는 것. 문체부가 게임 콘텐츠를 담당하는 부처인 만큼 더욱 목소리를 높여야한다는 내용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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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셧다운제 등 규제 완화에 힘을 실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상설협의체가 셧다운제 규제 등이 청소년의 행복 추구를 침해할 뿐 아니라 시장 생태계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로 논의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 중소게임사 대표는 “업계는 상설협의체 가동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각종 규제법안들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라며 “규제 일원화와 산업 진흥에 대한 의논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