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이 정부의 압박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을 시행한지 불과 20여일만에 폐기론까지 불거지면서, 정부가 이통사들에 강도높은 통신비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단통법을 밀어붙인 정부와 정치권이 그 책임을 이통사들에 전가시키려 한다는 비난과 함께, 단통법의 최대 수혜주인 SK텔레콤을 비롯해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통신비 인하라는 부메랑을 맞게 될 전망이다.
지난 17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삼성전자, LG전자 등 이동통신업계 대표들과 회동, 단통법 시행에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이날 미래부, 방통위는 이들 이통사, 제조사들에 보조금 인상, 통신비 인하 대책을 강도높게 주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미래부 장관이 특단의 대책까지 언급하며 이통사, 제조사들을 강하게 압박하면서,이통 3사의 주가는 이날 하루만에 4~7% 급락했다.
문제는 정부의 이런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통사 모두 정부나 성난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특히 이통사들은 단통법이 시행될 경우 최대 이통사업자인 SK텔레콤을 비롯해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담합구조가 고착화되고 과거보다 더 배만 불릴 수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던 상황이어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재 정치권이나 정부의 위기의식을 감안하면 생색내기용 할인 요금 카드를 제출할 수 도 없고, 또 그렇다고 전체 수익에 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통신요금 체계를 손댈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통사 한 계자는 “소비자 부담을 줄이고 국민 신뢰를 되찾으라는 정부 정책 방향은 쫓아야 하지만, 실제로 악화된 여론을 잠재울만한 가시적인 무언가를 단기간에 내놓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통3사는 단통법 시행에 맞춰 내부적으로 단계적인 요금할인 상품을 준비해 온 상황이다. 그러나 단통법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특히 정부가 강력한 수준의 통신비 인하카드를 요구하면서 이를 만족시킬 만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에 맞춰 신규 상품을 고민하고 있지만, 복잡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내놔야 할텐데 새로운 제도에서 한달도 지나지 않고 마땅한 토대 자료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소비자 부담을 줄인 요금제를 내놔도 체감적으로 만족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니겠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최소 한달 주기로 부과되는 통신비 인하로 짧은 기간 내에 정부나 국민을 만족시키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통사들은 통신비 인하 상품을 새로 출시하는 것 보다, 당장 가시적인 효과로 나타나는 보조금 증액쪽에 무게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단말기 제조사들이 판매 장려금을 확대하지 않고 이통사들만 보조금을 증액할 경우, 효과는 미미한 반면에 모든 보조금 부담을 이통사들이 떠안게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B 이통사 관계자는 “단통법으로 바뀐 이후 소비자들의 불만이 집중되는 부분은 최신 스마트폰 보조금이 반토막으로 줄어든 점인데, 보조금은 통신사가 마련한 가입자 확보 비용만으로 충당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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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소비자들이 최신 스마트폰과 무제한 요금제를 찾는 것만은 아니다. 이통사들의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은 3만원 중반대다. 다만 이 요금제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구입할만한 단말기도 30만원 보조금 상한에 묶여, 예전처럼 철지난 기계라고 해서 공짜폰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C 이통사 관계자는 “지난 봄 이통사 사업정지 기간에 있었던 것처럼 구형 단말기의 출고가를 제조사와 협의해 낮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도 “보조금을 늘리는 것 만큼이나 출고가 재조정은 제조사의 동참 없이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